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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과학 -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의미 있는 느림에 대하여 목록

조회 : 3114 | 2013-10-01

 

우리는 참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과학기술의 발달은 그 속도를 읽기 힘들 정도로 빠릅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지 얼마나 됐다고, 3G는 이미 낡은 것처럼 여겨지고 LTE 그리고 LTE-A(LTE 어드밴스)에 이어 이제는 광대역 LTE 시대랍니다. 참 용어 이해하기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날아다니는 자가용이며 우주여행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뉴스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최신 과학기술을 우리가 이용할 수 있게 된 이면에는 아주 느리지만 끊임없이 기다리며 연구해 온 아주 느린 과학이 있었습니다.
지난 8월 25일 MBC 뉴스에서도 <85년의 기다림 ‘느림의 과학’ …세대를 초월하는 연구>라는 제목으로 느린 과학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MBC 뉴스 ‘느림의 과학’ 다시 보기]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3330339_5780.html


 

 

그 이전에 지난 3월 21일자 《네이처》에 ‘과학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라는 화두를 던지며, 라는 제목으로 과학의 근본이 되는 느린 연구 5가지를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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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자 네이처지가 선정해 소개한 ‘느린 연구’ 5가지. 400년간 계속 되어 온 태양흑점 세기, 1841년에 설치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연구소인 베수비오 관측소의 연구 활동, 1843년부터 농작물에 관한 장기 연구를 해 온 로삼스테드연구소, 1921년부터 천재들을 관찰하기 시작한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의 연구는 하버드대 조지 바이런트 교수, 이후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의 하워드 프리드먼 교수가 이를 기반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 약 90여년 간 지속되는 연구로 뽑혔다. 마지막으로 지난 85년간 타르 찌꺼기인 피치 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관찰하는 연구가 선정됐다. / 이미지 출처 : 네이처(nature.com)

 

과학은 원래 느리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간과의 싸움을 견뎌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인데 현재의 과학계는 좀 더 빨리 성과를 내고 목표를 이뤄야 연구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과학’에 매달리고 있다고 네이처는 꼬집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따끈따끈 과학에서는 빠른 과학기술의 변화를 느끼며 살고 있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느린 과학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 합니다. 이 느린 과학이 있었기에 우리는 현재 이렇게 빠르고 편리한 과학기술을 이용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지금부터 소개할 느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과학자들을 통해 네이처가 3월 21일자에서 던진 화두인 ‘과학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라는 말을 좀 더 생각해 볼까 합니다.


* 알아보기
- 지난 85년간의 연구 중 단 한 편의 논문, 타르 찌꺼기(피치) 점성 연구
  [여기서 잠깐!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이란?]
- 400년 동안 계속 된 태양흑점 개수 세기
- 나사 공식발표, ‘보이저 1호는 태양권을 벗어나 비행 중!’

 

* 생각 키우기
- 느린 연구를 하는 좀 더 많은 과학자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세요.

 

지난 85년간의 연구 중 단 한 편의 논문, 타르 찌꺼기(피치) 점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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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즈랜드 대학교 존 메인스톤(John S. Mainstone) 교수와 피치 점성을 연구하기 위한 장치. / 이미지 출처 : 호주 퀸즈랜드 대학교 홈페이지(www.physics.uq.edu.au)

 

이 실험은 1927년 호주 퀸즈랜드대 물리학과 토머스 패널 교수가 원유를 증류한 뒤 남은 타르 찌꺼기(피치)를 해머로 충분히 잘게 부숴 깔때기에 담고 아래는 비커를 받쳐 놓고, 그 위에 종 모양의 유리관을 덮어 둔 실험 장치입니다. 깔때기 위쪽에 있는 타르 찌꺼기 덩어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꼭 모래시계 같은 구조이지요.
1927년 이 토머스 패널 교수가 이 장치를 만들고 열을 가해 녹인 타르 찌꺼기를 넣어 아래 부분까지 흘러내리도록 둔 후 3년이 지난 1930년에 깔때기 아래 마개를 열었답니다. 그러니까 이 타르 찌꺼기가 깔때기 아래로 흐르기 시작한 것은 83년째가 된 셈이네요.

 

과학저널 <네이처>는 가장 느린 연구 중 하나로, 영국 <가디언>과 미국 은 ‘흥분의 한 방울’이 곧 떨어진다며 이 연구를 소개했답니다. 이 장치는 세계에서 실험실에서 가장 오래된 실험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고 해요. Pitch, 피치는 원유․콜타르 등을 증류시킨 뒤 남는 검은 찌꺼기를 말합니다. 쉽게 타르를 증류하고 남은 찌꺼기, 타르 찌꺼기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타르 찌꺼기(피치) 방울이 떨어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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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1984년 발표된 논문 ‘THE PITCH DROP EXPERIMENT’(퀸즈랜드대학 홈페이지)


짧게는 6년, 길게는 12년 만에 한 방울이 떨어지는 그 순간을 지켜보고자 85년 동안 이어진 연구라니 참 그 오랜 기다림이 지독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왜 이런 실험을 시작한 것일까요?  1927년 시작된 이 실험은 증류 뒤에 남는 타르 찌꺼기를 망치로 때리면 잘게 부스러지지만 시간이 지나며 한 방울씩 흘러 떨어지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타르 찌꺼기가 유체임을 보여주고자 시작된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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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 찌꺼기(피지, pitch)를 망치로 부셔놓은 것. / 이미지 출처 : 호주 퀸즈랜드 대학교 홈페이지(www.physics.uq.edu.au)

 

1961년 이 학교에 부임한 존 메인스톤 교수가 이 이상한 장치를 발견하고, 이 연구를 계속 이어왔어요. 메인스톤은 이후 이 타르 찌꺼기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 데 6~12년이 걸리며, 이 타르 찌꺼기의 점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1984년 발표된 이 논문이 지난 만 85년 동안의 연구 속에서 발표된 단 한 편의 소중한 논문이랍니다.

 

[‘THE PITCH DROP EXPERIMENT’ 논문 보기] 
http://www.physics.uq.edu.au/physics_museum/pitchdrop.shtml

 

2000년 8번째 방울이 떨어지기까지는 단 한 번도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본 사람은 없답니다. 커피를 마시러 간 사이에 혹은 카메라가 고장 나 있는 동안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군요. 이미 78세의 고령이 된 존 메인스톤 교수는 9번째 방울만큼은 꼭 보고야 말겠다며 3대의 카메라를 고정해 놓고 단단히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 연구는 2005년 이그노벨상 물리학 분야에 선정되었어요. 존 메인스톤 교수가 시상식에 참석했고요. 존 메인스톤 교수는 이미 78세의 고령이라 이 연구가 중단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다행이 함께 연구하는 젊은 동료가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이 연구는 꾸준히 진행될 것 같습니다.
존 메인스톤 교수는 자신의 뒤를 이어 이 젊은 동료가 이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며, 이 실험의 가치는 과학에 있다기보다는 시간의 흐름과 현대생활의 속도에 관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일깨움에 있다고도 했답니다.

 


여기서 잠깐!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이란?
Ig는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진짜라는 의미로, 현실적인 쓸모와는 상관없이 발상의 전환을 돕는 이색적인 연구나 고정관념이나 일상적인 사고로는 생각해 내기 어려운 획기적인 사건에 수여하기 위해 제정됐어요. 사회ㆍ물리ㆍ문학ㆍ환경보호ㆍ평화ㆍ생물학ㆍ의학ㆍ수학ㆍ경제 등 10가지 분야에서 기발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이색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 수여돼요.
이그노벨상은 괴짜연구 혹은 쓸모없는 연구에 수여된다는 말이 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과학에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IR)'가 1991년부터 선정하기 시작했어요. 상금도 없고, 시상식 참가비도 각자 알아서 내야하고, 수상소감 발표도 60초로 제한되어 있어요. 하지만 수상자 전원이 참석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고, 시상도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하고 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이그 노벨상이 수여된 업적들이 정말 쓸모없고, 비난받아야 할 연구들은 아니에요. 이그 노벨상이 수여된 업적들은 처음에는 사람들을 피식 웃게 만들지만, 나중에는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이에요.


 


- 400년 동안 계속 된 태양흑점 개수 세기


지난 3월 21일자 네이처가 소개한 또 하나의 느린 연구는 1613년 태양의 흑점을 그린 갈릴레오의 그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태양흑점 관측의 역사가 약 400년이라는데요,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이용해 태양의 흑점 현상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한 이후로 수많은 관측자들이 흑점의 개수를 세고 또 세어 왔는데 이 기록들이 모이고 모여서 태양의 활동을 조금씩 이해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1848년에는 스위스 천문학자에 의해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흑점수 계산 공식이 만들어지면서 좀 더 체계적인 관측이 이뤄지고 있고, 2011년에는 벨기에 왕립관측소 태양영향 데이터 분석센터가 1700년 이래로 500여 명의 관측자들이 남긴 기록과 그림, 사진을 이용해 태양의 흑점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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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자에 실린 갈랄레오 갈릴레이가 1613년 태양흑점을 그린 그림이 들어간 느린 과학에 대한 기사의 첫 페이지. / 이미지 출처 : 네이처(nature.com)


이렇게 모인 태양흑점 관측 자료는 태양의 활동을 연구하고 예측하는 데 쓰인답니다.
태양흑점의 수는 흑점 각각의 수와 태양흑점군의 수를 세어서 계산하는데, 두 개의 공식적인 기록인 벨기에 국제 태양흑점의 개수와 미국 NOAA의 태양흑점 개수를 분석해 태양의 매달 평균적인 흑점수가 11년을 주기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한다는 것을 알아내기도 했어요.
태양흑점 자체는 태양 빛과 열의 방출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더라도 태양흑점을 동반하는 자기작용이 여러 가지 형태로 지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미래 태양흑점의 활동을 예상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태양흑점의 개수를 세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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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22일 관측된 흑점(왼쪽), 2006년 12월 13일 관측된 태양의 표면과  흑점(오른쪽) / 이미지 출처 : 왼쪽-By  Sirius B-CC-BY-SA-3.0(Wikipedia.org), 오른쪽-퍼블릭 도메인(NASA)

 


- 나사 공식발표, ‘보이저 1호는 태양권을 벗어나 비행 중!’
36년 전인 1977년 쌍둥이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와 1호가 잇따라 발사됐습니다.
지난 9월 12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공식발표를 통해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비행 36년 만에 태양에서 190억km 떨어져, 태양풍의 영향을 벗어났다고 했습니다. 지난해인 2012년 8월 태양권계면을 벗어났을 것으로 판단이 되는데, 확인 작업 등을 하느라 약 1년여가 지나서야 발표를 하게 됐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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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에는 혹시 있을지 모를 외계생명체에게 전하는 지구를 알리는 소리, 음악, 인사말 등이 담겨 있어요. 우리말은 ‘안녕하세요’가 담겨 있습니다. 왼쪽은 앞면이고, 오른쪽은 뒷면입니다. / 이미지 출처 :퍼블릭 도메인(NASA)


일부 뉴스나 기사에서 보이저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소개를 하는데, 이는 잘못 표현된 거예요. 태양계, 태양권 그리고 태양권계면 등의 용어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합니다.
정확하게 다시 정리해 말하면, 1990년대에 이미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호는 태양풍 입자와 자기력선의 영향이 미치는 공간인 태양권을 벗어난 거예요. 지난 2012년 8월 태양권계면(태양풍의 영향이 미치는 공간인 태양권과 성간우주의 경계면)을 통과해 성간 우주로 나아갔다고 합니다.
서른여섯 살이 된 보이저 1호와 2호는 아직도 매일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고 있는데요, 보이저 1호의 신호는 매우 미약하고 1초당 160비트 정도의 데이터를 주고받는다고 해요. 190억km나 떨어진 보이저 1호가 보내는 신호는 17시간 정도를 빛의 속도로 날아와 NASA 딥스페이스관측소에 수신이 되는 거랍니다. 설계수명을 훨씬 넘긴 보이저 1호는 2020년까지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니 태양계 그 어느 물체도 가보지 못한 곳까지 날아간 보이저 1호가 보내올 태양권 밖에서 성간 우주의 정보가 궁금해집니다. 이제 태양권을 벗어난 보이저호가 또 다른 지구를 닮은 행성을 찾을지, 외계 생명체를 만날지 기대를 해 봐도 좋겠지요?

 


여기서 잠깐! 보이저 1․2호란?
쌍둥이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는 1977년에 발사됐어요.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 관측을 하고 태양계 바깥을 향해 날아갔고,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명왕성까지 관측한 후 태양계 바깥을 향하느라 보이저 1호에 비해 약 30억km 정도 뒤쳐져 비행하고 있답니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목성과 그 위성에 대한 많은 중요한 발견을 했는데, 그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화산 활동을 밝혀낸 것이랍니다. 그 외에도 목성의 대적점, 목성의 대기, 칼리스토의 분화구도 생생한 화면으로 촬영해 냈고요.
이 외에도 보이저 1, 2호가 이룬 업적은 꽤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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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호. / 이미지 출처 : 퍼블릭 도메인(NASA)


 

* 생각 키우기
‘빨리 빨리’를 외치는 세상에서 ‘느린 과학’을 연구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겠지요? 결과물이 눈에 보여야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더 쉬울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느린 과학을 하는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더 빠르고 편리하게 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느린 연구를 하는 좀 더 많은 과학자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세요. 정확하게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몰라도 남들보다 연구비를 많이 받지는 못해도, 명예를 얻지 못해도 한걸음씩 내딛는 느린 과학자들을 격려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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