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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찍어낸 비행기, 하늘을 날다 목록

조회 : 1027 | 2012-12-05

비행기를 프린터로 찍어내듯 생산할 수 있을까?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가능해질 것 같다. 2011년 7월 말 무인동력기 연구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영국 사우스햄튼대 연구팀이 무인비행기 ‘설사(SULSA, Southampton University Laser Sintered Aircraft)’를 비행시키는데 성공했다. 길이 2.1m의 날개에 무게 3kg짜리 SULSA는 배터리로 가동되는 엔진을 이용해 최고 시속 160km의 속도로 날았다.

400W짜리 모터엔진을 얹은 이 작은 무인비행기가 관심을 끈 이유는 3D 프린터로 ‘찍어낸’ 비행기라는 데 있다.즉 날개, 액세스 해치, 그리고 나머지 비행기의 구조물을 모두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고 속이 텅 빈 동체 속에 전기로 작동되는 엔진과 배터리를 클립으로 얹어서 조립한 것이다. 특히 동체와 날개는 3D 프린터로 나일론 재질로 쌓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연결부위에 볼트나 나사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림 1] 영국 사우스햄튼대 연구팀이 개발한 무인비행기 ‘SULSA’가 비행하는 모습.
사진 출처 : UNIVERSITY OF Southampton


사실 ‘레이저소결기(Laser sintering)’라 불리는 3D 프린터의 역사는 20년이 넘는다.
3D 프린터에는 잉크 대신 금속이나 고무, 플라스틱 같은 원재료가 들어 있다. 설계도에 맞게 이 재료들을 층층이 쌓아나가면서 실제 물체처럼 입체감 있게 만드는 것이다.컴퓨터에 오토캐드(AUTO CAD)와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들고자 하는 물건을 설계한 다음, 이 데이터를 3D 프린터로 전송하면 인쇄하듯이 초기모형이 뚝딱 만들어진다. 때문에 자동차, 항공회사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초기모델(prototype)을 만들어 실험하기 위해 오랫동안 3D 프린터를 활용해 왔다.

그럼에도 SULSA의 비행 성공이 주목을 받는 것은 실제로 비행을 한 무인항공기라는 특이성 때문이다.
여객기나 군용기 등의 동체와 날개는 날개에 걸리는 하중에 견딜 수 있게 튼튼하고도 가벼운 구조로 돼 있다. 동체의 경우 보통 알루미늄 합금의 박판(薄板)으로 외형을 형성하고 그 내면(內面)에 보강재를 장치한 세미모노코크(semi-monocoque) 구조로 만든다. 타원 모양의 속이 빈 달걀을 상상하면 쉽다.

특히 날개의 경우 불꽃을 내뿜는 모양의 타원형 형태로 가공할 때 비행에 가장 효율적이다. 문제는 이런 항공기 동체와 날개를 가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작은 알루미늄 조각을 이어 붙여서 동체와 날개를 만들게 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가공하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낭비되는 재료도 많고 제작비용이 엄청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런데 SULSA 날개와 동체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아주 간단하게 만들었다.
비록 날개 길이 1.2m의 소형 항공기이긴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SULSA가 비행에 성공했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만약 보잉 787과 같은 거대한 비행기를 3D 방식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항공기 제조 분야에 혁명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화물기에는 7만여 개의 부품이, 군용기에는 20만~30만여 개의 부품이 사용될 정도로 복잡하다. 게다가 날개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가장 어려운 분야의 하나로 꼽힌다.

항공기의 타원형 동체와 불꽃 모양의 날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종류의 도구들이 필요하고 공간과 자원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3D 프린터로 소재를 층층이 쌓아가는 방식을 사용할 경우는 설계자들이 가상적으로 여러 부품을 만들어 인쇄만 하면 되기 때문에 낭비가 없다.

디자이너들은 캐드 프로그램 상에서 여러 가지 모형을 만들어 두고 필요한 원형을 다양하게 만들어 볼 수 있다. 3D 프린팅에서는 모양이 복잡하다고 해서 가공이 어렵거나 비용이 더 비싸지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기 동체와 날개를 인쇄할 수만 있다면, 전통적인 생산 공정 기술을 사용해서 수개월 걸려야 생산할 수 있는 것을 단지 하루 만에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한 자리에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부품을 만들어 공수해 와야 하는 부품 수급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말하자면 SULSA에 적용된 생산 방식은 항공기 제작사들에게는 꿈의 기술인 셈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3D 프린터에 사용되는 소재가 크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D 프린터들은 과거와는 달리 유리,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에서 더 나아가 티타늄, 심지어는 설탕이나 초콜릿을 쌓아 올릴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인쇄에 쓸 수 있는 소재가 다양화될수록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대체해 제품을 만들어 내는 분야가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항공기에 필요한 날개나 핵심부품들을 생산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에어버스(Airbus)사의 엔지니어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진짜 제트 항공기의 날개와 부품들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에어버스 계열사인 영국 EADS는 여객기 날개 전체를 찍어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회사 연구진들은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를 만들었던 바로 그 시설에서 이미 일부 비행부품들을 인쇄하고 있다. 그들은 가까운 미래에는 여객기의 주요한 부분들을 인쇄방식으로 만들어 내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3D 프린트 기술 분야에서만큼은 에어버스가 성공하는 것이 다른 모든 제조업에도 좋은 것임에 틀림이 없다.
날개를 이 방식으로 생산해서 풍동테스트*를 통과할 정도라면 제조하지 못할 제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좋은 디자인이 곧 좋은 생산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큰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3D 프린터에서 인쇄되는 물품의 20% 가량을 초기 모델이 아닌 최종 완성품으로 보고 있다.이러한 수치는 좀 더 상승할 전망이어서 2020년까지는 50%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3D 프린터가 상품을 ‘생산하는 기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그 연구의 선두에는 3D 프린터로 제작되는 항공기가 있다.

*풍동테스트
아주 센 바람을 낼 수 있는 터널에서 진행하는 테스트. 강한 바람으로 항공기가 특정한 속도를 냈을 때의 상황을 재현해 이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실험실에서 확인해 보는 실험으로 항공기, 자동차 등의 개발에 필수적인 절차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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