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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부산까지 90분…‘해무’가 온다! 목록

조회 : 842 | 2013-01-16

“자, 이제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가 등장합니다!”

2012년 5월 16일 경남 창원중앙역에 날렵한 모양을 한 열차가 등장했다.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50여 기관의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해무(HEMU-430X)다. 최고 시속 430km까지 달릴 수 있는 이 열차를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30분 만에 갈 수 있다. 현재 KTX보다 1시간 정도 단축된 시간이다.

이 날 해무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등 20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창원중앙역 근처 28km를 달렸다. 좌석 사이의 간격을 넓혀 KTX에 비해 눈에 띄게 넓어진 공간과 무엇보다 안락하고 편리한 승차감이 승객들을 사로잡았다.

해무는 KTX 일반좌석에 비해 좌석 앞에 공간이 많아 발을 앞으로 뻗을 수 있고, 비행기처럼 좌석마다 액정표시장치(LCD) 화면도 설치됐다. 덕분에 영화와 뉴스를 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가령, LCD 화면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누르면 승무원을 부를 수 있고, 전자태그(RFID)에 열차표를 인식시키면 도착역이 근처에서 “도착 5분 남았습니다” 하는 알람도 가능하다.

지능형 스마트 센서를 달아 객실공기나 화장실 긴급 상황 등도 자동으로 감시해줘 여행을 더 편리하게 돕는다. 이런 서비스 덕분에 해무를 ‘선로 위의 항공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항공기 기내 서비스처럼 편하고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해무를 선로 위의 항공기로 부르는 진짜 이유는 빠른 속도에 있다. 겉으로 보면 조금 더 날렵하고 세련된 정도인 이 열차는 KTX보다 무려 시속 100km 이상 빨리 달린다. 덕분에 해무가 상용화되는 2015년 이후에는 전국 어느 곳이든 1시간 3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승객 입장에선 항공기만큼 빠른 교통수단을 타는 셈이다.

[그림 1]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 시제차량. 사진 제공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KTX보다 세련된 모습이기는 해도 똑같은 기차 모양인데 시속 100km나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바로 해무의 영어 이름인 HEMU-430X에 숨어 있다. HEMU-430X는 ‘동력분산식 차량(High-speed Electric Multiple Unit 430km/h eXperiment)에서 한 글자씩 따 온 것인데, 이는 열차를 이루는 개별 차량마다 엔진을 달아 힘을 내는 방식이다. 기차의 모든 차량이 함께 앞으로 달리니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기차 속도에도 적용된 셈이다.

우리가 주로 봤던 고속열차 KTX와 KTX-산천은 열차 맨 앞과 뒤에 있는 기관차가 전체 차량을 끌어가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동력집중식’이라고 하는데, 시속 300km 이상 빠른 속도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진은 각 차량마다 엔진을 붙이기로 했다. 기존 KTX-산천은 1100kW짜리 엔진 8대(8800kW)가 열차 앞뒤에서 힘을 내지만, 해무는 410kW짜리 엔진 20대(8400kW)가 각 차량에서 제각각 힘을 낸다. 전체 힘의 크기는 비슷하지만 힘을 모으느냐 나누느냐만 달라진 것이다.

방식만 조금 달라졌을 뿐이지만 속도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해무의 최고 속도는 시속 430km로 KTX-산천보다 시속 130km나 빠르다.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기도 쉬워졌다. 기존 고속열차가 시속 300km까지 속도를 내는 데 걸린 시간은 4분 정도였지만 해무는 233초(약 2분)면 이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역과 역 사이의 거리가 짧아 자주 서야 하는 우리나라 철도 시스템에는 가속과 감속이 유리한 해무가 훨씬 더 잘 맞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앞뒤에 기관차 대신 일반 차량을 붙여도 돼 승객이 탈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다. 동력분산식 열차의 경우 엔진을 작게 만들어 아래쪽에 배치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화물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무의 전체 좌석 수도 KTX-산천보다 16% 정도 많아졌다.

열차 고장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기관차 한 대나 두 대로 운행하는 동력집중식 열차들은 기관차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열차가 꼼짝 없이 멈춰야 한다. 하지만 동력분산식의 경우는 한 두 대의 차량이 고장 나도 전체가 움직이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다음 비결은 날렵한 열차 머리 모양에 있다. 해무의 머리는 열차가 빠르게 달릴 때 받을 수 있는 공기 저항 등을 계산해 만들었다. 덕분에 시속 300km로 달릴 때 공기 저항을 약 10% 정도 줄일 수 있다. 이는 곧 연료를 적게 쓰는 것으로도 이어져 에너지 효율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림 2] 해무의 머리 모양은 열차가 빠르게 달릴 때 받을 수 있는 공기 저항 등을 계산해 만들어졌다. 사진 제공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열차를 가볍게 만든 것도 속도에 영향을 주었다. 해무는 단단하지만 두께가 얇은 ‘알루미늄 압출재’로 만들었다. 덕분에 KTX-산천보다 5% 정도 가벼워졌다. 이렇게 가벼워진 열차는 철도 노선에도 무리를 덜 주어 노선수리비를 줄이는 데도 한 몫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력분산식 열차도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각 차량마다 엔진을 붙이다보니 그만큼 제작비가 많이 든다. 또 부품 수가 늘어나고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유지 보수가 까다롭고, 각 차량마다 들어가 있는 엔진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심할 수 있다.

해무는 오는 하반기까지 최고 시속 430km까지 높이는 시험을 계속하며 소음과 진동을 더 줄이는 등 기술을 보완할 예정이다. 10만km 주행시험이 완료되는 2015년 이후에는 일반인도 해무를 타고 여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속 430km로 달릴 수 있는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의 개발로 우리나라는 관련 기술의 약 83.7%를 국산화했다.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을 활용해 싸게 만들 수 있고 에너지 효율도 높은 시속 500km급 ‘바퀴식 고속열차’ 개발도 눈앞으로 다고오고 있다.

이미 1988년에 시속 407km로 달리는 열차를 개발한 독일과 1996년 시속 443km급 열차를 만든 일본, 2007년 시속 575km까지 속도를 내는 열차를 가진 프랑스, 2010년 시속 486km로 주행하는 데 성공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른 열차 해무를 개발한 한국. 우리나라가 세계 고속철도 시장에 당당히 서는 날을 기대해 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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