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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먹은 사과 로고의 영감을 제시한 튜링은 누구 목록

조회 : 485 | 2013-07-31

1954년 6월 7일, 한 남자가 자신의 방에 쓰려져 있다. 그의 옆에는 베어 먹은 사과가 뒹굴고 있다. 이 사과에는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주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남자는 당대 유능한 과학자로 꼽히던 알란 튜링(Alan Turing, 1912~1954)이다.

여기서 잠시, ‘베어 먹은 사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바로 오늘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찍혀 있는 애플사의 로고다. 이 로고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알란 튜링을 추모하고 그의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알란 튜링의 가장 큰 업적은 현대 컴퓨터의 이론적인 모델을 최초로 고안한 것이다. 그래서 튜링은 오늘날 컴퓨터의 아버지, 인공지능의 아버지 등으로 불리고 있다.

 


 


[그림 1] 현대 컴퓨터의 모델이 된 ‘튜링머신’을 고안한 알란 튜링. 사진 출처 : 런던국립초상화갤러리

1936년 5월 28일, 튜링은 런던 수리학회(London Mathematical Society)에 <계산 가능한 수에 대해서, 수리명제 자동생성 문제에 응용하면서(On Computable Numbers, with an Application to the Entscheidungsproblem)>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한다. 이 논문에는 현대 컴퓨터의 근본적인 디자인이 실려 있었다.

 



당시 그의 나이 24세, 케임브리지 대학 수학 학부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마치고 프린스턴 대학 고등연구소로 유학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실제 이 논문은 미국의 수학자 쿠르트 괴델(Kurt Gödel, 1906~1978)의 증명을 새롭게 재 증명한 내용이 실려 있다. 당시 괴델의 증명은 기계적인 방식으로는 수학의 모든 사실들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튜링은 이를 재증명하면서 간단한 기계부품들로 이론적인 기계를 만들었다.

 



이 이론적인 기계는 모두 다섯 가지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무한한 칸을 가진 테이프, 테이프에 기록되는 기호들, 테이프에 기록된 기호를 읽거나 쓰는 장치, 그 장치의 상태들, 기계의 작동규칙표가 그것이다. 이 기계에 일정한 작동규칙을 부여해 정해진 계산을 처리하는 것이다. 이 기계의 놀라운 점은 임의로 정한 작동규칙표에 따라 무한한 칸을 가진 테이프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동규칙표는 테이프에 표현된 기계의 정의를 이해하고 그 동작을 그대로 흉내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로써 하나의 컴퓨터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컴퓨터의 핵심 능력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기계는 수학 원리로 구성된 가상 기계 ‘튜링머신’이다. 튜링머신은 순서에 따라 계산이나 논리 조작을 행하는 장치로, 적절한 기억 장소와 작동규칙표만 주어진다면 어떠한 계산이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튜링이 정의한 기계부품들은 현대 컴퓨터에 대입할 수 있다. 테이프는 메모리칩으로, 테이프에 읽고 쓰는 장치는 메모리칩과 입출력 장치로, 작동규칙표는 CPU로 구현됐다. 작동규칙표만 만들어 메모리에 넣어주면 컴퓨터는 그 소프트웨어의 정의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튜링머신은 현대 컴퓨터의 시초가 됐다.

 

 


[그림 2] 1943년 제작된 세계 최초의 연산 컴퓨터 ‘콜로서스’가 영국 브래츨리 파크에 재건됐다. 사진 출처 : 플리커

튜링의 또 다른 중요한 업적은 전쟁 당시 암호 해독 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암호기계인 ‘에니그마(Enigma)’를 사용해 교신을 하고 있었다. 독일과 대척점에 서 있던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연합국은 당시 악마의 발명품으로 불리던 에니그마의 암호를 풀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영국은 독일의 암호를 풀기 위해 우수한 과학자들을 모았다. 튜링은 이 계획에 참가해 암호를 풀기 위한 기계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결국 1943년 12월에 세계 최초의 연산 컴퓨터인 ‘콜로서스(Colossus)’를 만들어 1944년 봄, 암호 해독에 성공한다.

 

 



콜로서스는 ‘거인’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높이가 3m나 되고 진공관 2,400개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1초당 5,000자를 천공할 수 있어 에니그마의 암호와 일치할 때까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암호를 해독했다. 콜로서스의 개발은 결국 연합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튜링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45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튜링은 이렇듯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그 이유는 당시 영국사회에서 범죄로 취급받던 ‘동성애’ 때문이었다. 2009년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고든 브라운(Gorden Brown)은 튜링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박해받았던 점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가 죽은 뒤 55년만이었다. 미국컴퓨터협회(ACM)는 1966년부터 매년 최고의 컴퓨터 과학자에게 주는 상을 ‘튜링상’이라고 부르며 그를 기리고 있다.

 



여느 비운의 천재 과학자들이 그러했듯, 살아생전보다 죽은 이후 그의 업적이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튜링이 현대 컴퓨터의 이론적 모델을 고안한 지 2011년 올해로 57년, 이제 컴퓨터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 없다. 그에게 새삼 감사를 표한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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