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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탄생 100주년, “이상이 수학천재라고?” 목록

조회 : 600 | 2013-07-31

“종이로만든배암이종이로만든배암이라고하면▽은배암이다 / ▽은춤을추었다 / ▽의웃음을웃는것은파격이어서우스웠다 / …중략… / 굴곡한직선 / 그것은백금과반사계수가상호동등하다 / …중략… / 1 / 2 / 3 / 3은공배수의정벌로향하였다 / 전보는오지아니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인 이상(1910~1937)의 ‘▽의유희’라는 시의 일부다. 여기서 역삼각형은 촛불을 의미한다. 촛불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춤을 춘다고 했고, 촛불의 심지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굴곡한 직석이라고 했으며, 촛불이 환하게 밝아지는 모습을 숫자 1, 2, 3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이상의 시를 보면 수학적인 표현이 많이 나온다. 그는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1, ∇의 유희, 건축무한육면각체, 조감도-신경질적으로비만한삼각형’처럼 작품 제목에서부터 삼각형, 육면체, 각, 선처럼 우리가 잘 아는 용어를 활용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그려냈다. 수학으로 세상을 노래한 것이다.

 

 



2010년 8월 20일은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박제가 된 천재’라 불리는 그의 작품에는 문학적 표현에 숨겨진 의미뿐 아니라 수학적 표현도 많다. 그래서 수학자들 사이에는 그가 수학자가 됐다면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을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운 단국대 석좌교수는 “탁월한 수에 대한 감각과 비상한 계산력을 볼 때 이상이 수학자였다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총독부에서 건축기사로 근무했던 그는 독특한 계산법으로 업무를 처리해 동료를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보인 바 있다.

 



그런데 이상은 왜 수학적인 표현을 이용해서 시를 썼을까? 그가 표현한 수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그의 전공부터 살펴보자. 그는 1926년 보성고등보통학교를, 1929년에 경성고등공업학교(현재 서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 경성고등고업학교 재학 시 그는 일본 도쿄대에서 쓰는 것과 같은 교재, 즉 서양의 최신 과학기술과 수학이 수록된 교재로 공부했다. 덕분에 과학과 수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또 수학자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수준의 수학적 직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의 수학과 과학으로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정신과 같이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것에 수학이 모르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삼차각설계도’라는 연작시 중 ‘선에관한각서 2’를 보면 이상이 당시에 꿈꾼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에는 1과 3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과 3을 단순한 숫자가 아닌 차원으로 해석한다. 즉 ‘1+3’에서 1은 선을, 3은 3차원의 공간을 뜻하며, 1+3은 차원의 결합으로 4차원의 세계, 즉 인간이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말한다고 본다. 이상이 이 시에서 4차원을 암시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 신범순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이 시는 뒤쪽 괄호 안에 주석을 달아 시를 설명하는데, 여기서 ‘인문의 뇌수’, 즉 인문적인 정신과 마음을 강조했다는 것. 또 이상이 숫자를 수학과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 1로는 ‘나’를, 3으로는 ‘그들’을 가리켰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과학적으로만 해석할 경우 이상의 시를 잘못 알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신 교수는 “당시에 과학적으로 4차원이 제시됐다”며 “이상처럼 뛰어난 천재가 단순히 흉내 내기를 했을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시 A+B+C=A, A+B+C=B, A+B+C=C에서 이상의 수학적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이 수식이 성립하려면 A, B, C가 평면에서는 같은 점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공간에서는 다른 위치에 있어도 세 점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해 직선으로 연결되면 세 점이 동일한 한 점으로 보이는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역시 이상의 남다른 수학적 표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은 이처럼 예술적인 재능은 물론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다. 한 전문가는 “이상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 다방면의 천재”라고 말한다. 전인적이고 다재다능하며, 수학과 과학을 정보로 활용한 천재라는 이야기다.

 



참고로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다. 이상이라는 이름은 연예인들이 실제 이름 대신 사용하는 가명과 비슷한 셈이다. 필명 이상에 대해서는 학창시절 별명이라는 설과 공사장 인부들이 그의 이름을 몰라 ‘리상(이 씨)’라고 불러 그대로 썼다는 설이 있다.

그는 1936년 폐결핵을 치료할 목적으로 도쿄로 갔다가 불온사상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다 병보석으로 풀려 도쿄대 부속병원에 입원했지만 안타깝게도 1937년에 생을 마감했다.

 

 



글 :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출처 : KISTI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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