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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한 주 대출해 주세요~” 목록

조회 : 1075 | 2013-11-13

인류가 만든 최고의 명약으로 꼽히는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추출물로 만들었다. 몇 해 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의 치료제인 ‘타미플루’ 역시 중국 토착 식물인 ‘스타아니스’를 활용해서 개발했다. 이렇듯 우리가 먹고 있는 약의 25%는 생물에서 찾아낸 성분들을 활용한 것들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그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신규 의약품 중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천연물에서 유래된 것은 약 60%나 된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타미플루’ 하나로 2009년 상반기에만 1조 1,256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하니, 천연생물자원은 황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보고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런 연구소재를 구하기 위해 개개의 연구자가 산으로 들로 연구재료를 구하러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과학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은행(Bank)’이다.
예를 들어 신약의 효능을 연구하는데 특정 세균이 필요하다면 ‘세균은행’의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필요한 세균을 검색한 다음 은행으로 신청서만 보내면 며칠 안에 세균이 밀폐 용기에 담겨 연구실로 배달된다. 만약 새롭게 발견한 세균이 있다면 이를 세균은행에 보관하도록 의뢰할 수도 있다. 이렇게 연구에 필요한 ‘연구소재’를 예금(기탁)하고 대출(제공) 받음으로써 연구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Korea National Research Resource Center)라고 불리는 이러한 ‘과학은행’의 운영자나 이용자는 당연히 모두 과학자들이다.
1995년 5개 은행으로 출범한 국내 과학은행은 현재 1개의 중앙센터(www.knrrc.or.kr)와 약 36개의 연구소재은행이 영업 중이다. 이런 과학은행들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울여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 등 전국 대학에 설립돼 운용되고 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과학은행에 예치된 동물, 식물, 미생물, 인체, 기타 융합물 등의 소재는 약 20만 건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과학은행엔 미생물 관련 소재가 약 9만 5,000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병원성바이러스은행(http://kbpv.knrrc.or.kr)은 각종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만 수집, 보관하면서 연구자에게 분양해주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는 항생제내성세균은행(http://www.ccarm.or.kr)을 운영하고 있고 경상대학교는 위염, 위궤양, 위암을 일으키는 다양한 헬리코박터균들만 모아 관리를 하고 있다.

여름철 지긋지긋한 곰팡이들도 종류별로 모아두면 귀중한 자원이 된다. 서울대학교 곰팡이유전자원은행(http://genebank.snu.ac.kr)은 벼도열병균 돌연변이체 2만여 균주를 포함해 총 45종 2만 4,000여 균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환경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을 갖춘 환경미생물 은행을 비롯해 미세조류, 식물바이러스, 박테리오페이지, 점액세균, 지의류, 물환경바이러스 버섯균주 등 특화된 재료들을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과학은행들이 있다.

동, 식물 역시 과학은행의 큰 자산으로 꼽힌다.
서울대학교 한국세포주은행(http://cellbank.snu.ac.kr)은 세포 보유주면에서 세계 5대 은행으로 꼽히는 ‘거대은행’이다.이 은행은 다양한 세포주를 개발, 확보, 대량증식 및 동결보존하고 보유 세포주들을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분양해 주고 있다. 노화에 대한 연구를 한다면 부산대학교 노화조직은행(http://aging.pharm.pusan.ac.kr)을, 기생충연구에 관심이 많다면 충북대학교 기생생물자원은행(http://www.parasite-bank.or.kr)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런가 하면 한국식물DNA은행은 국내외 유용식물에서 3,200여 종의 유전자를 확보하고 있다.연구용으로 많이 쓰이는 소형 열대어(Zebrafish)를 비롯해 소 유전자, 절지동물, 배추, 감귤, 인삼, 한약자원, 감자 등 동식물에서 유래된 7만 7,000여 소재들이 과학은행에 예금돼 있다.

이 밖에도 백혈병, 연구용 폐조직, 간암, 전립선, 혈청 등 인체에서 비롯된 소재들과 유전체, 반도체, 자성체, 금속 및 박막용 기판 단결정 등의 다양한 단결정이나 각종 화합물 역시 연구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과학은행의 소중한 자원들로 꼽히고 있다.

만약 국내에 과학은행이 없다면 외국에서 이러한 연구소재들을 받아와야만 한다.
살아있는 세균 한 마리를 해외에서 들여오려면 재료비에 운송비가 더해져 가격이 1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또 세균을 받기까지 한 달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과학은행은 이처럼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일반은행처럼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어서 민간 투자가 어렵다. 일본, 영국 등에서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과학은행은 아직까지 연구자 개인이 오랫동안 모아온 소재들을 다른 이들에게 내주고, 정부는 연구자에게 연간 1억 원 정도의 비용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와 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업을 지원하는 은행들 역시 국제적인 규모와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이듯,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과학은행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좀 더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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