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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준 기술로 건물 짓는다 목록

조회 : 2045 | 2014-02-26

과학도시는 도시 이름에 맞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주택 개발에 힘써 왔다. 오늘은 새로 만들어질 주거지구의 모델하우스가 처음 선보이는 날. 집 장만을 계획하고 있는 향기씨 가족도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엄마, 이사 가면 제 방은 제일 시원한 곳으로 해주세요. 더운 건 정말 싫어요.”

이제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들 호야는 자기 방에 관심이 쏠려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로 지구온도가 계속 올라가 냉방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기습적인 폭우로 사망하는 사람도 느는 요즘이다. 아빠가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면서 대답한다.

“더위는 걱정할 필요 없을 거다. 이번에 개발된 주택단지는 모두 흰개미집 구조를 따서 만들어졌다더구나. 아프리카 흰개미들은 일교차가 30도에 이르러도 끄떡없이 지낸단다. 이런 구조를 응용해 만든 집이라서 별도의 장치 없이도 냉방이 가능하다고 해.”

“아빠, 흰개미집 구조라는 게 어떤 건데요?”

“건물 옥상에 뜨거운 공기를 배출할 수 있는 통풍 구멍을 뚫고, 건물 아래에는 찬 공기를 건물로 끌어들일 구멍을 뚫는 식이란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실내온도를 24도로 유지할 수 있단다. 이건 이미 1996년에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세워진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에 적용된 기술이란다.”

“우와, 그럼 새로 이사하는 집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겠네요?”

아빠의 설명을 들은 호야는 신이 나서 모델하우스로 들어갔다. 모델하우스 내부로 들어서자 홀로그램 가이드가 향기씨 가족에게 새로운 주택지구의 특징을 알려준다.

“저희 모델하우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과학도시 주택지구에 적용된 첨단 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냉난방시스템, 깨끗한 공기 시스템, 고장 자동수리 시스템 중 설명을 원하는 내용을 말씀하시면 바로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홀로그램 가이드는 생김새도 멋진데 목소리도 기가 막히다. 향기씨 가족은 깨끗한 공기 시스템의 안내를 선택한다.

“혹시 집안에 흡연하는 분이 계신가요? 네, 다행히 없으시군요. 그럼, 방귀를 잘 뀌는 분은 계신가요?”

아빠 얼굴이 괜히 붉어진다. 가족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왼쪽 사진은 호주 노던테리토리에서 볼 수 있는 바위형태의 흰개미집. 바위처럼 보이지만 자
체적으로 내부굴속의 온도와 통풍, 산소공급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오른쪽 사진 속
솔방울은 수분의 양에 따라 열었다 닫았다를 조절한다. 이 원리도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 동아일보>



“저희 주택지구에는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생활 냄새나 음식 냄새 등 방의 냄새를 없애주는 페인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벽체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식물과 곰팡이가 공기와 토양을 정화하는 능력을 모방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마음껏 방귀를 뀌라고 과학 기술이 이렇게 발전하는 게 아니겠냐! 하하.”

아빠의 큰 소리에 다들 함께 웃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연탄을 난방과 취사용으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 때문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저희 주택에 사신다면 유독가스 중독이나 공기 오염에 대해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주택에 설치된 유리는 동물의 호흡기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제품으로 키네틱 글래스(Kinetic Glass)라고 합니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유리 표면으로 공기가 지나다닐 수 있고 특정 가스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돼 있습니다. 그래서 유독가스가 감지되면 자체적으로 공기를 순환시킵니다. 센서가 작동하면 시각적 표시를 해 거주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게 됩니다.

생활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유리와 거울에는 연꽃잎 원리를 이용한 필름이 코팅돼 있습니다. 연꽃잎은 표면에는 미세한 돌기가 돋아있어 물을 밀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빗방울이 유리창에 맺히지 않아 표면이 깨끗하게 유지됩니다.창문 닦기가 어려운 고층 거주자에게 특히 도움이 될 기술이겠지요. 또 더운 물을 사용하면 욕실에 김이 서리는 것도 연꽃잎 기술로 방지된답니다.”

“습도 조절 기능도 있나요?”

“네. 영국 레딩대 게오르그 예로니미디스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응용한 통풍구가 설치돼 있습니다. 실내 수분 양에 따라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는 통풍구입니다. 수분이 있을 때는 닫혀 있지만, 수분이 없으면 열려 씨가 퍼질 수 있도록 하는 솔방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입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꼼꼼하기로 소문난 향기씨가 다시 가이드에게 질문한다.

“새로 지어진 주택에서도 벽체 균열이라든가 하자가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되나요?”

“입주하는 고객님들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집을 짓고 있습니다만 만약에 있을지 모를 고장이나 수리 등에 대한 대책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우주선 선체에 상처가 날 경우 우주인이 직접 나가서 수리를 하거나 로봇이 수리를 대신해야만 했는데요. 요즘은 우주선이 스스로 치료를 합니다. 상처가 생기면 자연적으로 액체가 흘러나와 상처 부위를 메우는 소재가 개발된 것이죠.

영국 브리스톨대 항공우주공학과 이언 본드, 리처드 트래스크 교수팀이 개발한 것입니다. 우리 몸에 피가 나 상처가 공기에 노출되면 혈액이 응고되는데요, 연구팀은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저희 건축물도 이와 같은 원리로 누수나 균열이 있을 때 이를 감지, 자동으로 수리할 수 있는….”

가이드가 설명을 하는 동안 호호군이 아빠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묻는다.

“아빠, 도대체 이렇게 신기한 것들을 어떻게 생각해내는 거죠?”

“얘야. 이 모두가 생체모방기술의 결과야. 우리 인간들은 자연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것뿐이란다. 자연이 38억 년 동안 진화하면서 찾은 해답을 따라하는 거지. 답은 이미 자연 속에 다 있었어.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새삼 고개가 숙여지는구나.”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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