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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안의 돌고래가 위험하다 목록

조회 : 1844 | 2014-04-16

2014년 3월 7일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 장꽃분(15)이 낳은 새끼 ‘장생이’는 태어난 지 사흘 만에 폐사했다. 경북대 수의학과에서 부검한 결과 사인은 급성 폐렴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안용락 해양수산연구사는 “출산, 모유를 먹는 과정에서 폐에 물이 들어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생이처럼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생존율은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성체가 돼도 수명은 야생(30~50년)보다 훨씬 짧은 10년 미만에 그친다.돌고래에게 수족관 생활은 무엇일까.

■ 수족관은 고독한 감옥

결론부터 말하면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의 삶은 재앙에 가깝다. 야생에서 돌고래는 하루 100㎞를 자유롭게 헤엄치며 살아있는 물고기 10~12㎏을 먹어 치운다. 두뇌가 인간보다 더 커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사회성도 매우 뛰어나 100여 마리의 직계 가족이 무리 지어 생활한다.낳아준 부모를 평생 모시거나 갓 출산한 새끼 돌고래를 수면 위로 들어 올려 호흡을 돕는 이타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런 돌고래에게 10m 안팎의 수조는 운동조차 하기 힘든 ‘비좁고 외로운 감옥’이다.돌고래는 친인척끼리 무리 지어 살기 때문에 각지에서 포획한 돌고래를 한 수조에 몰아넣는다고 해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교류하지 않는다. 설령 말을 나누려 해도 대화의 수단인 초음파가 수m 앞의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되돌아온다.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수진 연구원은 “방 안에서 메아리가 계속 맴도는 것과 같아 큰 혼란을 느끼기 때문에 수족관 돌고래는 소리의 세기, 지속 시간을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새크라멘토대학 연구진이 2006년 발표한 ‘수족관 동물의 스트레스 요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족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관람객의 환호ㆍ박수 같은 웅성거림, 환풍기와 수질정화기계 소리 등도 모두 돌고래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 항생제ㆍ위장약 달고 살아

수족관 돌고래의 짧은 수명과 높은 폐사율은 자연의 삶을 박탈당한 결과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1995~2012년 제주 퍼시픽랜드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4.32년에 그쳤다.같은 기간 총 6마리가 출생했으나 2008년생 똘이를 제외한 5마리는 모두 5년 남짓 살고 폐사했다. 야생에서 돌고래의 수명은 30~50년이다.안용락 해양수산연구사는 “수족관에서 임신한 암컷의 30%가 사산하고, 태어난 새끼의 절반 이상이 한 달 안에 죽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수의학과 이항 교수는 “좁은 수조에서는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없고 먹이도 한정돼 있어 수족관 돌고래의 면역력은 낮다”고 말한다. 그래서 수족관에선 돌고래에게 비타민, 항생제, 면역강화제 등을 자주 투약한다.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다. 스트레스성 위장병을 달고 살아 소화제도 함께 준다. 하지만 항생제 과다 복용은 소화기능 장애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화불량을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각종 배설물과 물이끼를 소독ㆍ청소하기 위해 첨가한 염소 등 화학 약품 탓에 돌고래의 피부가 벗겨지고, 심할 경우 시력도 잃는다.

■ 돌고래 수족관, 해외는 줄이는데 한국은 증가세

돌고래 수족관은 서식지 파괴와 동물학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중 14개국이 돌고래 수족관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1970년대만 해도 36개 돌고래 수족관이 있던 영국에서는 그 수가 줄어 1993년 자취를 감췄다.

경제 논리가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개발 도상국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헝가리ㆍ슬로베이나는 수족관에서 고래류 사육을 금지했고, 인도는 지난해 돌고래 수족관의 추가 건립을 제한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돌고래 제돌이를 방류한 한국은 역설적으로 돌고래 주요 수입국이다.이미 전국에 돌고래 수족관 7곳이 있지만 돌고래 수족관의 증가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4월 경남 거제 씨월드가 문을 여는데 해당 관련 업체는 2016년 개장을 목표로 동부산관광단지에도 해양 수족관을 지을 계획이다. 제주와 여수에서 수족관을 운영하는 업체 역시 2014년 4월 일산에 수족관을 개장하며, 추후 강원 속초에 돌고래 수족관을 더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와카야마현의 타이지(太地)는 지난해 한국에 돌고래 6마리(거제 씨월드 4마리ㆍ제주 퍼시픽랜드 2마리)를 수출했다. 중국(32)ㆍ우크라이나(20)ㆍ러시아(15)에 이어 네 번째다. 타이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돌고래를 수출하는 곳으로 매년 2만3,000여 마리의 돌고래가 포획 과정에서 희생돼 ‘핏빛 학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하지만 거제 씨월드는 이곳에서 큰돌고래 12마리를 올해 추가로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동물자유연대 이형주 팀장은 “유럽 등 돌고래의 수족관 전시를 금지하는 국가가 늘자 동물복지 인식이 낮은 국가 중심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처럼 수요가 있는 한 타이지의 무분별한 포획은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생태관광으로 전환해야

수족관을 운영하는 측은 돌고래를 보호하면서 교육ㆍ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다수의 생태 전문가들은 “디즈니랜드의 미키 마우스를 보며 쥐의 생태를 공부하는 것과 같다”고 반발한다.타이지의 돌고래 포획을 고발한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로 2010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루이 시호요스 감독은 “수족관 돌고래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이라는 주장은 독방에 감금한 죄수를 보여주고서 인류에 대해 알아보자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일침을 놨다.

돌고래 관광은 자연에서 실제 모습을 관찰하는 생태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호주와 노르웨이 등은 고래 생태 관광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지찬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자연 보호와 지역 경제 살리기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게 생태 관광”이라고 조언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제돌이와 달리 장생이는 수족관에서 생을 일찍 마감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오만이 낳은 결과일지 모른다. 그 어린 죽음이 스쳐지나간 자리에 남은 전국의 돌고래 40마리는 항생제와 위장약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글 : 변태섭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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