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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한 당신-숲으로 가라 목록

조회 : 1599 | 2014-05-14

바야흐로 짝짓기의 계절인 봄이 왔다.짐승들은 짝을 찾아 헤매고 식물은 꽃을 피운다. 벌써 양지바른 산등성이에는 개나리와 산수유가 한창이고 성급한 진달래도 얼굴을 내밀어 곳곳을 울긋불긋 물들이고 있다.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식물들이 굳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곤충에게 보내는 말 없는 호소이다. 식물은 색깔로 모양으로 곤충과 대화한다. “내 화려한 꽃을 보세요. 꽃가루가 많답니다. 어서 오셔서 맘껏 드세요.” 대신 곤충은 꽃의 수분을 도와준다. 꽃에 이끌리는 것은 곤충만이 아니다.봄이 오면 사람들도 꽃구경을 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가꾸어진 화단보다도 숲을 더 좋아한다.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꽃 이상이기 때문이다. 우거진 숲에 가면 사방이 죽은 듯 조용하다. 이것을 고요라고 한다. 곧 상쾌한 기분이 든다. 왜 그럴까?

숲이 좋은 이유는 숲에는 생명이 있고, 숲 그 자체가 생명이기 때문이다.숲의 주인은 뭐니 뭐니 해도 나무! 나무는 숲의 주인이지만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나무도 주위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식물이나 곤충들과 대화를 나눌 일도 있다. 식물은 색깔과 모양 그리고 화학물질로 곤충과 대화한다. “난 아직 익지 않았으니까 손대지 않은 게 좋을 거야!” “나에겐 독이 있는 걸!” 이렇게 대화를 하기 위해 내 놓는 화학물질을 페로몬이라고 부른다.



식물과 주변 생물들의 대화가 언제나 잘 되는 것만은 아니다. 말이 잘 안 통하는 녀석들이 있다. 이 녀석들은 식물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식물을 병들게 한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가 그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이들을 물리치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피톤사이드(Phytoncide). ‘식물’을 뜻하는 그리스어 ‘Phyton’과 ‘죽인다’는 뜻의 ‘-Cide’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서 ‘식물항균제’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신문 기사에서는 ‘피톤치드’라고도 한다.)



피톤사이드는 어떤 특정한 분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는 페놀 화합물, 알칼로이드, 당분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다른 페로몬과 마찬가지로 테르펜(Terpene)이라는 화합물 종류가 주요 성분이다. 테르펜은 C5H8을 기본단위로 하는 탄화수소로서 대분분의 식물향, 색소, 수지, 고무가 여기에 속한다.

피톤사이드는 말 그대로 포도알균, 사슬균, 디프테리아 따위의 미생물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따라서 햇빛이 많고 온도와 습도가 높을 때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런 환경에서 미생물들도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각종 동물의 시체와 배설물로 역겨운 냄새가 나야 할 숲에서 오히려 상쾌한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살아 있는 숲이 배출하는 피톤사이드 때문이다. 피톤사이드는 냄새의 원인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피톤사이드는 미생물은 죽이지만 동물과 인간들에게는 매우 유익하다. 삼림욕을 할 때 느끼게 되는 향긋한 냄새는 피톤사이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이 공기 속으로 휘발하면서 나는 것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긴장을 주어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하지만 현대인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약이나 음식으로는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삼림욕은 스트레스의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테르펜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의 분비를 감소시킴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또 심폐기능을 강화시켜 주고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작용도 갖고 있다. 따라서 수목의 생육이 왕성한 초여름부터 가을사이에 깊은 숲 안쪽에서 숲의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삼림욕은 우리의 심신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열대 지방의 음식에는 여러 가지 향신료가 쓰인다. 이는 맛과 향을 내는 작용뿐만 아니라 덮고 습한 지역에서 활발하게 번식하는 여러 가지 미생물을 죽이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상들도 숲에서 나는 향기에 관심이 많았다. 동의보감에는 소나무가 ‘허리를 치료하고 기의 부족을 채우며 특히 솔잎은 오장을 편하게 해준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피톤사이드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한 데, 특히 한국산 침엽수인 편백(Chamaecyparis obtusa)의 미생물 억제효과에 관심이 높다.



산림욕과 피톤사이드의 효능이 알려진 후 이것을 이용한 치약, 샴푸, 방향제 심지어 생리대와 기저귀도 개발되었다. 자연 현상을 생활에 응용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톤사이드 산업이 숲을 대신할 수는 없다. 숲이 파괴되면 미생물들이 창궐하게 될 것이다. 중국 광동성에서 창궐했던 사스(SARS)도 숲이 황폐화된 결과가 아닐까라는 물음은 과연 과학자들의 막연한 지레짐작일 뿐일까?

(글 : 이정모-과학저술가)

출처 : KISTI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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