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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일이 현실로-세균과 싸우는 나노기계 목록

조회 : 1610 | 2014-07-23

1989년, 필자는 당시로서는 거금인 20만원을 들여 20메가바이트의 하드디스크를 보물처럼 여기던 XT 컴퓨터에 새로 달았다. 램은 자그마치 640킬로바이트. 당시 그 기쁨이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XT 컴퓨터는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램과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이젠 각각 메가와 기가라는 단위를 쓰게 되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대 과학기술은 점점 더 큰 건물, 더 큰 비행기, 더 큰 텔레비전 그리고 더 큰 용량의 컴퓨터를 만들게 되었으며 그 결과 단위도 역시 더 큰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물론 현대 과학기술이 오로지 큰 것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더 작은 쪽으로도 발전하였다. 천 분의 일과 백만 분의 일을 뜻하는 밀리(Milli)와 마이크로(Micro) 단위로는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이 개발되고 있다. 나노(Nano)가 바로 그것이다. 나노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말로서 10억 분의 1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1나노미터, 즉 0.000000001미터는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탄소(C) 원자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포도알 크기로 확대하는 것은 야구공을 지구 크기로 확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 포도알 여섯 개를 길게 늘어놓은 길이가 약 1나노미터이다. 1나노미터 속에는 여러 개의 원자들이 들어간다. 그래서 원자를 하나씩 배열하여 분자를 만드는 기술을 나노기술이라고 한다.



나노기술에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탄소를 원자 수준에서 다루게 된 과학자들은 이제 자연계에 존재하는 분자들도 기계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는 질병을 일으키는 분자기계이며, 리보솜은 단백질을 합성하는 분자기계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제 원자들을 마치 레고 블록처럼 다루어서 작은 기계를 만들려고 한다. 미세기계 또는 나노기계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 기계들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분자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것은 단지 꿈이 아니다. 2001년 미국에서는 실리콘(Si)을 이용하여 적혈구 세포 크기의 정밀한 기타를 만들었다. 기타 줄의 굵기는 50나노미터. 기타 줄을 퉁기면 소리도 난다. 하지만 주파수가 너무 높아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2002년에는 KAIST 연구팀이 실리콘 반도체을 이용하여 근육의 운동원리를 이용한 나노모터를 개발하였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주기율표에서 실리콘의 위치가 바로 탄소 아래라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주기율표에서 위아래로 나란히 있는 원자들은 비슷한 성질을 갖는다.



모든 운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당연히 몸 속의 분자기계도 에너지를 사용한다. 나노기계 역시 세포가 사용하는 ATP(Adenosine Triphosphate)라는 화학에너지를 사용한다. 2000년 제작된 나노 헬리콥터는 바이러스 크기로서 인체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박테리아를 처치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 나노 헬리콥터는 니켈(Ni) 축과 니켈 프로펠러 사이에 단백질로 구성된 모터를 가지고 있다. 단백질 모터가 니켈 프로펠러를 1초에 8번씩 회전시키는데, 이때 단백질 모터는 세포 속의 ATP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자연의 분자기계를 흉내낸 나노기계에도 부족한 무엇이 있다. 자기 복제성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기계는 망가지고 부서진다. 자연계의 분자기계와 인공적인 나노기계도 마찬가지. 그러나 자연계의 분자기계는 자기 증식성과 복제성을 갖고 있어서 스스로 수리하고 새로 생산할 수 있지만 엄청난 제작비를 필요로 하는 나노기계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실용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나노기계의 성공과 실용화는 우리가 얼마나 자연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우리는 이미 기가와 나노로 표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세대는 무엇일까? 기가보다 더 큰 단위는 테라(조, 10에 12승)이고, 나노보다 더 작은 단위로는 피코(pico, 1조 분의 1)와 펨토(femto, 1천 조 분의 1)가 있다. 불과 몇 년 후 《과학향기》에는 ‘펨토기술의 시대가 열린다’ 라는 기사가 실릴 것이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글 : 이정모 - 과학 칼럼니스트)

출처 : KISTI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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