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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이빨을 드러내는 심해의 암살자, 블랙드래곤피시

심해는 우주만큼이나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곳입니다. 수심 4,000m의 깊은 바닷속에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햇빛이 닿지 않아 칠흑처럼 어둡고, 물은 매우 차갑지요. 인간의 몸 정도는 순식간에 으깨어버릴 정도로 수압도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 모습이 때로는 놀랍도록 탁월하답니다. 특히 심해의 암살자 “블랙드래곤피시 (black dragonfish)”는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인 생명체인데요. 이번에는 여러분과 함께 심해로 내려가 블랙드래곤피시의 비밀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새까맣고 미끈거리는 피부, 커다란 입, 제멋대로 솟아난 크고 날카로운 이빨

 

 

블랙드래곤피시_1

 

상: 영화 <베놈> 트레일러 이미지, CC BY-SA 2.0 (flickr)
  하: 블랙드래곤피시 by Citron, CC BY-SA 3.0 (wikimedia)

 

 

영화 <베놈>을 보셨나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베놈은 커다란 입과 뒤죽박죽 솟아 난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베놈과 닮은 심해 괴생명체가 나타났다며 주목받았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블랙드래곤피시였지요. 이빨 부분이 정말 닮지 않았나요? 모양뿐만이 아닙니다. 영화에서는 베놈이 사람을 통째로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블랙드래곤피시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자기의 몸의 절반이나 되는 크기의 먹이를 삼킬 수 있거든요.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모르겠다면,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 색깔에 집중해서 사진을 다시 보세요.

 

사람의 치아는 무슨 색인가요? 호랑이나 악어, 상어의 이빨의 색도 떠올려 볼까요? 포유류, 파충류, 어류, 종에 상관없이 동물의 이빨은 약한 노란빛을 띠는 흰색입니다. 이빨을 구성하는 상아질의 색깔 때문이지요. 하지만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은 반투명합니다. 게다가 물속에 들어가면 조금 더 투명해집니다. 투명하니까 유리처럼 잘 깨질 것 같지만, 오히려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은 피라냐나 백상아리의 이빨보다도 단단하다는 것이 최근 연구로 밝혀졌어요.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은 왜 투명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단단할 수 있을까요?

 

 

 

 

 


블랙드래곤피시는 왜 투명한 이빨이 필요했을까?

 

빛이 물체에 닿으면 튕겨 나가거나(반사), 통과하거나(투과), 그 안에 갇히게(흡수) 됩니다. 우리가 보는 물체의 색깔은 반사하는 빛의 색깔과 같습니다. 모든 색깔의 빛을 전부 흡수하면 까맣게, 전부 반사하면 하얗게 보입니다. 물체가 빛을 모두 통과시키면 투명하게 보이지요. 이 모든 것이 빛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블랙드래곤피시가 사는 심해에는 태양 빛이 닿지 않아요. 그 말은 이빨이 흰색이든 빨간색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 심해어는 투명한 이빨이 필요할까요?

 

블랙드래곤피시의 아래턱에는 기다란 수염 하나가 달려 있어요. 수염 끝부분에는 발광 기관이 있어서, 그 빛을 이용해 먹이를 유인합니다. 빛에 홀린 먹이는 포식자의 입 근처까지 다가오지요. 그러면 블랙드래곤피시는 크게 벌렸던 입을 순식간에 닫아 단검처럼 날카롭고 뾰족한 이빨로 먹이의 몸을 꿰뚫어 버린 후 배 속으로 삼킵니다. 그 과정이 마치 어둠 속에서 까만 망토를 두르고 투명한 단검을 휘두르는 것 같아 심해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붙여보았어요. 블랙드래곤피시가 사냥하는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직 없다고 하니, 암살자라는 별명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만약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이 투명하지 않고 하얀색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신이 내는 빛에 의해서 날카롭고 무서운 이빨의 형체가 드러날 거예요. 그러면 눈치 빠른 작은 생물들은 순식간에 도망칠 것이고, 사냥에 실패한 포식자는 굶주리겠지요. 이 물고기의 투명한 이빨은 먹이 사냥의 확률을 높여 생존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인 셈입니다.

 

블랙드래곤피시_2


블랙드래곤피시 @Public Domain (wikimedia)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에 투명하고 단단할까?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을 처음으로 연구한 과학자들은 그 이빨이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졌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은 사람의 치아와 동일한 구성 성분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람의 이는 크게 법랑질(琺瑯質, enamel), 상아질(象牙質, dentin), 치수(齒髓, pulp)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치수는 혈관과 신경이 분포된 연한 결합조직이에요. 반면에 법랑질과 상아질은 수산화인회석(hydroxyapatite, Ca10(PO4)6(OH)2)이라는 무기질과 콜라겐(콜라젠), 물로 이루어져 있고 치수보다 딱딱합니다. 세 가지 구성 성분의 상대적인 비율과 구조, 분포에 따라서 이빨의 단단하기가 달라지지요. 이렇게 생명체 안에서 유기물과 무기물을 이용하여 돌처럼 단단한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을 광물화라고 합니다. 투명 또는 반투명한 법랑질은 수산화인회석의 비율이 무게의 약 97%나 되어서 인체 중 가장 단단한 조직이에요. 상아질은 70% 정도의 무기질과 18%의 콜라겐(콜라젠)이 결합하고 있어서 법랑질보다는 덜 단단합니다. 연한 노란빛을 띠는 치아 특유의 색은 상아질의 색이라고 볼 수 있어요. 특히 상아질에는 가느다란 관(세관, tubule)이 있는데, 치아의 전형적인 색깔을 결정하고 상아질을 덜 단단하게 만듭니다. 이런 특성은 포유류뿐만 아니라 이빨이 있는 어류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피라냐나 백상아리의 상아질과 인간의 상아질은 비슷한 단단함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어요.

 

치아구조

 

치아 구조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도 법랑질과 상아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법랑질의 단단한 정도는 피라냐나 백상아리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어요. 하지만 블랙드래곤피시의 상아질은 백상아리나 피라냐보다 훨씬 단단했습니다. 큰 힘이 가해졌을 때도 덜 파손되었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아질의 단단함은 수산화인회석과 콜라겐(콜라젠)의 비율, 구조, 분포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수산화인회석과 콜라겐(콜라젠)의 비율은 광물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사람의 상아질은 보통 70% 정도 광물화되어있습니다. 그에 반해 블랙드래곤피시의 상아질은 80%나 광물화되어있지요. 구조와 분포를 보면, 나노 크기의 수산화인회석 원형 막대기들이 콜라겐(콜라젠)에 단단히 박혀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에서는 상아질의 색깔을 결정하는 상아질 세관(tubule)이 발견되지 않았어요. 즉, ① 높은 광물화 정도, ② 나노 단위의 구조 배열, ③ 상아질 세관의 부재,이 세 가지 요인이 심해 암살자의 이빨을 투명하면서도 단단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블랙드래곤피시_3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 by Jean-Pierre Dalbéra, CC BY 2.0 (wikimedia)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은 공기 중에서보다 물속에서 더 투명하게 보입니다. 그 이유는 굴절률로 설명할 수 있어요. 물이 담긴 유리컵에 빨대를 꽂으면 빨대가 꺾여 보이지요? 바로 빛이 굴절하기 때문입니다. 빛은 원래 직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공기와 물처럼 굴절률이 다른 경계면을 지나게 되면 빛의 방향이 휘어지게 됩니다. 굴절률의 차이가 작을수록 빛이 덜 휘어서 더 투명하게 보여요.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과 물의 굴절률 차이가 이빨과 공기의 굴절률 차이보다 작기 때문에 물에서 투명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디에 써먹지?

 

동일한 물질로 이루어진 두 종류의 이빨이 이렇게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지 않나요? 이런 좋은 특성을 가진 재료를 어떻게 우리의 삶으로 가져와 활용할 수 있을까요?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의 비밀이 세상에 밝혀진 것이 고작 4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응용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이 재료는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잘 깨지지 않는 재료는 화장품 용기나 식기, 건축자재를 비롯한 우리 생활 전반에 많은 수요가 있지요. 어쩌면 인간의 뼈보다 훨씬 단단한 인공 뼈나 치아를 만들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속에서는 더 투명해지고, 심해의 높은 압력에서도 깨지지 않으니 심해 탐사용 잠수정에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알면 흥미로운 과학 Tip : 열무게 분석법]


이빨을 구성하는 성분들의 비율을 따지기 위해 사용된 실험방법은 열무게 분석법(thermogravimetric analysis, 또는 열중량 분석법)입니다. 온도를 높이면서 시편(시험 분석용 광물 조각)의 무게 변화를 측정하여 구성 물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상아질을 상온에서부터 가열하면 250℃까지는 가장 먼저 물이 날아가게 됩니다. 이때 시편의 무게의 10% 정도가 감소하게 되는데, 이로부터 상아질에는 대략 10%의 물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지요. 650℃까지 가열하면 콜라겐마저 다 떨어져 나가서 무기질만 남게 됩니다. 이 실험을 공기 중에서 수행하면 수산화인회석과 물+콜라겐의 비율이 대략 7:3으로 나와요. 산소는 반응성이 큰 기체라서 질소나 아르곤 같은 불활성기체 분위기에서 실험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블랙드래곤피시의 이빨을 분석한 참고문헌 [1]에서는 질소분위기에서 열무게 분석법을 수행했어요. 그리고 사람의 치아와 비교하기 위해 참고문헌 [2]의 실험값을 인용했습니다. [2]번 논문은 공기와 아르곤 기체 두 조건에서 실험을 했는데, 수산화인회석의 무게 비율이 각각 70%와 75%로 나왔습니다. 참고문헌 [1]에서는 비슷한 불활성 기체 조건의 결과 값인 75%를 사용했지만(이것이 더 적절한 비교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70%라고 표기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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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Audery Velasco-Hogan et al., On the Nature of the Transparent Teeth of the Deep-Sea Dragonfish, Aristostomias scintillans, Matter 1, 235-249 (2019).
[2] Nancy Vargas-Becerril et al., Structural Changes in Human Teeth after Heating up to 1200℃ in Argon Atmosphere, Materials Sciences and Applications, 9, 637-656 (2018).
[3] 한국해양재단, 신비한 바다 어드벤처. 11, 신기하고 아름다운 바닷속 보물 해양생물 이야기, 한국해양재단 (2017).
[4] 피터 S. 엉거, 이빨(TEETH), 노승역 옮김, ㈜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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