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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과학이야기 입니다.

신맛, 쓴맛, 그리고 이상한 맛

주 먼 옛날 아직 인간이 수렵채집 생활을 할 때를 생각해보죠. 한 사람이 먹을 것을 찾아 숲을 걷다 땅에 떨어진 과일을 발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고 있던 참이었죠. 허겁지겁 과일을 주워 한 번 크게 베어 뭅니다. 아이코 다시 뱉어냅니다. 상했던 거죠.

 

이 사람은 과일이 상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혀로 느낀 신맛 때문입니다. 우리 혀는 현재 다섯 가지 맛을 느낀다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우마미(일본학자에 의해서 정의 내려진 국제 학술용어, 이 글에서 “감칠맛”으로 표기)라는 맛입니다. 인간이 이런 다섯 가지 맛을 구분하도록 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맛들은 어떻게 느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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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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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에게 신맛이 약간 나는 음식을 주면 얼굴을 온통 찌푸리며 뱉어냅니다. 예외가 없죠. 아기가 조금 커도 신맛에는 도리질을 칩니다. 우리가 신맛이 나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본능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학습에 의한 것입니다. 신맛이 아주 약간 나면서 단맛이 강한 음식(예를 들어 감귤류 등)을 통해 신맛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신맛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당연한 것이 신맛을 느끼게끔 진화한 것은 바로 상한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과일이나 여타 식물성 음식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단당류나 이당류 같은 탄수화물이 있습니다. 포도당, 과당, 엿당, 젖당 등이지요. 흔히 당분이라고 합니다. 이런 당분은 사람도 좋아하지만 다른 생물들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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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에는 세균들도 있지요. 과일이 땅에 떨어지면 세균들이 달라붙습니다. 그리고 당분을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당분이 분해되면 자연스럽게 산(acid)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사람에게 해로운 성분도 만들어지지요. 우리가 흔히 상했다고 이야기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상태의 과일이나 다른 먹이를 먹으면 배탈이 나지요. 그래서 우리의 혀는 상한 음식을 구분하기 위해서 산의 맛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수소이온(H+)의 맛을 느끼는 것이지요.

 

즉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산이 생성된 것을 보니 이 음식은 위험하다. 먹지 말고 뱉어라. 이런 신호입니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원숭이나 다른 동물들도 신맛이 나는 먹이는 입에 댔다가도 뱉어냅니다. 식물은 이를 역으로 또 이용합니다. 과일은 동물에게 먹히기 위해 식물이 만듭니다. 과일을 먹고 그 속에 있는 씨앗을 멀리 퍼트리라고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안의 씨앗이 아직 채 성숙하기 전에 먹혀버리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 씨앗이 여물지 않은 과일은 시거나 떫은맛이 나도록 진화했습니다. 아직 익지 않은 것이니 먹지 말란 말이지요. 그리고 이를 색깔을 통해 보여줍니다. 아직 익지 않은 사과나 귤, 감 등은 모두 색이 초록에 가깝습니다. 몇 번의 훈련을 통해 동물들은 초록색 과일을 먹으면 시거나 떫으니 먹지 말아야 하는구나. 이렇게 식물로부터 학습을 받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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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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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바귀나물은 식감도 좋고 특유의 향도 좋지만 써도 너무 쓰지요. 그래서 소금물에 오래 담가서 쓴맛을 빼고 조리를 합니다. 그런데 쓴맛이 나는 나물은 씀바귀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나물은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쓴맛을 가집니다. 그래서 아기들은 이런 나물 종류도 싫어하지요. 우리는 왜 쓴맛을 느끼게 진화했을까요?

 

쓴맛은 원래 알칼로이드의 맛입니다. 알칼로이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염기로 질소 원자를 가지는 화합물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알칼로이드는 독성을 띠는 것이 많습니다. 즉 먹으면 해로운 것이지요. 신맛과 마찬가지로 먹으면 안 되는 물질을 구분하기 위해 이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 맛이 느껴지면 뱉어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기들은 쓴맛이 나는 음식을 먹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본능적 반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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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의 모습. 양귀비에서 추출하는 모르핀도 알칼로이드의 일종이다.
by Catherine Giayvia CC BY-SA 2.0 (Wikimedia)

 

그런데 우리가 먹는 나물 대부분은 쓴맛이 어느 정도 있는데 먹어도 해가 되질 않습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쓴맛을 내는 성분은 단일한 것이 아니라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부분 잎이나 줄기 혹은 뿌리에 주로 분포하고 꽃이나 열매에는 없습니다. 즉 식물이 과일은 만들 때 동물이 먹으라고 만든 것이니 독성 성분을 넣지 않은 것이지요. 하지만 잎이나 줄기는 동물에게 먹히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관입니다. 이런 기관을 동물들이 자꾸 먹으니 이에 대한 방어책으로 만든 것이 독입니다. 하지만 진짜 독성 물질은 만드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식물로서도 자신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질 않고 방어용으로만 쓰는 독성 물질을 많이 만드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그래서 독성 물질과 맛은 비슷하지만, 에너지가 적게 드는 물질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동물들의 경우에는 쓴맛을 내는 독성 물질에 대한 거부반응이 진화를 통해 본능에 새겨져 있으니 설사 독이 없더라도 쓴맛을 내는 잎은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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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달달하다, 달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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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어려서부터 단맛이 나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아주 본능적이지요. 단맛은 어떤 물질의 맛일까요? 앞서 신맛에서 잠깐 나왔던 단당류와 이당류 즉 당분의 맛입니다. 우리는 이 맛에 환장하도록 진화되었습니다. 왜일까요?

 

몸을 유지하고 움직이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 에너지의 대부분을 우리는 탄수화물에서 얻습니다. 탄수화물은 크게 고분자 탄수화물과 저분자 탄수화물로 나눌 수 있지요. 우리가 섭취하는 고분자 탄수화물은 녹말이고, 저분자 탄수화물은 당분입니다. 그런데 고분자 탄수화물은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고분자 상태로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분해를 해야 하지요. 그리고 분해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즉시 사용할 수 있고, 흡수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적은 당분이 에너지로 사용하기에는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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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의 분자구조 @Public Domain (Wikimedia)

 

 

자연 상태에서 이런 당분은 꽃에 든 꿀이나 체관에 흐르는 수액, 그리고 과일 정도가 다입니다. 초식동물도 이런 영양분을 좋아하지요. 말이 각설탕을 좋아하는 이유고 소나 양들도 사과 같은 걸 주면 즐깁니다. 그러나 구하기는 풀이 훨씬 쉽습니다. 숲이나 초원에 널려있는 것이 풀이지요. 구하기 어려운 당분보다는 소화하기 힘들어도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풀을 먹는 것이 초식동물들의 삶인 것이지요.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들은 열대우림에서 주로 살았습니다. 열대우림에선 사시사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힙니다. 즉 당분을 섭취하기가 쉬웠던 것이지요. 그래서 특히 영장류들이 과일을 좋아합니다.

 

특히 영장류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뇌가 발달했습니다. 이 뇌는 신체의 다른 기관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아주 많은 편인데 거기다 편식까지 합니다. 포도당이 아니면 자기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체내의 당 성분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이 뇌이기도 합니다. 멍해지지요. 이런 이유로 우리는 본능적으로 단맛에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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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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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은 소금의 맛입니다. 더 정확히는 나트륨의 맛이지요. 소금의 정식 명칭은 염화나트륨입니다. 염소 이온과 나트륨이온이 결합한 결정이지요. 그중 나트륨의 맛을 우리는 짠맛이라고 느낍니다. 짠맛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두 갈래입니다. 소량 섭취할 때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대로 대량으로 섭취하면 오히려 싫어지지요.

 

나트륨은 우리 몸에 아주 많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삶에 필수적인 영양분입니다. 모든 생물의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포는 세포막으로 외부와 격리되어 있지요. 하지만 세포가 원활하게 움직이려면 외부와의 소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세포막에는 다양한 통로가 있지요. 이 통로를 통해 드나들면서 여러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나트륨입니다. 대표적으로 신경세포는 세포 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데 이 나트륨 이온을 이용합니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감각 기관이 느낀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과정이나 반대로 뇌의 명령을 운동기관으로 전달하는 과정에도 이상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트륨은 일정한 정도로 유지되어야 하지요.

 

그러나 나트륨이 너무 많으면 또한 몸에 이상이 생깁니다. 우리 몸에는 나트륨뿐만 아니라 칼륨이나 칼슘과 같은 다양한 이온들이 균형을 이룰 때 이런 작용이 가장 원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나트륨 이온의 농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진화되었습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목이 마르고 물을 자꾸 먹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 밤에 라면을 먹고 자면 아침에 얼굴이 붓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면에는 나트륨이 아주 많아서, 그 농도를 줄이기 위해서 수분 배출을 억제하는 것이고, 곧 우리 얼굴이 물풍선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겨울잠을 자고 난 동물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암염(암석처럼 단단한 소금)입니다. 산속 동물들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암염을 찾아서 가끔씩 혀로 핥아 나트륨을 섭취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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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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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세 가지가 탄수화물과 지방 그리고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영양소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우리 몸의 재료이기도 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을 질량으로 비교하면 가장 많은 것은 물입니다. 인체의 약 70%를 차지하지요. 그다음이 단백질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인 것이지요.

 

일단 우리 몸의 물질대사를 주도하는 효소들의 주성분이 모두 단백질입니다. 그리고 호르몬의 주성분이기도 하지요. 머리카락이나 손톱 발톱도 모두 단백질입니다. 그리고 세포막에도 막단백질이 물질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고, 세포 내의 소기관들도 대부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단백질은 모두 아미노산이란 작은 분자들의 펩타이드 결합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고분자 화합물입니다. 녹말 같은 고분자 탄수화물처럼 우리 몸에서 바로 흡수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고기를 먹으면 거기에 포함된 단백질은 먼저 위에서 펩신에 의해 한 번 분해되고, 십이지장에서 트립신에 의해 또 분해가 됩니다. 그리고 소장에서 다시 펩티다아제에 의해 최종적으로 아미노산으로 낱낱이 분해되어야 비로소 흡수가 됩니다. 다른 영양분에 비해서 분해되는 과정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고기를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 가지요.

 

따라서 아미노산의 형태로 직접 먹을 수 있다면 더 효율적입니다. 감칠맛이라는 미각이 발달한 이유입니다. 감칠맛은 아미노산의 맛을 느끼는 것이지요. 아미노산은 주로 동물의 혈액과 같은 체액에 주로 존재합니다만 쉽게 먹을 수 없었지요. 하지만 우리는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감칠맛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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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 같은 음식이 대표적으로 아미노산이 풍부합니다. 발효과정을 통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미노산의 그 감칠맛을 좋아하지요. 그래서 음식을 만들 때 이런 재료들을 조미료로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발효를 통해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다량으로 존재하는 식재료를 주로 조미료로 사용합니다. 베트남이나 태국 음식에 등장하는 피쉬소스도 스테이크에 뿌리는 소스도 바로 이 아미노산의 감칠맛이 가장 중요한 조미료지요. 그 외에도 발효식품인 치즈에도 아미노산이 풍부합니다. 치즈가 듬뿍 올라간 피자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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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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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혀가 느끼는 맛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의 맛이거나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속에 포함된 화합물에 대한 감각이었던 것이죠. 에너지로 쓰이는 단당류와 이당류의 단맛, 혈액의 산성도를 좌우하는 나트륨의 짠맛, 아미노산의 감칠맛, 상한 음식의 신맛, 독성 물질의 쓴맛은 모두 우리가 먹어야 하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끔 오랜 진화가 만들어준 선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쓴맛과 신만이 난다고 다 먹으면 안 되는 식품이 아니라 걔 중에는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이제 쓴맛이 나는 재료와 신맛이 나는 재료도 이용하지요. 나물의 쓴맛도 레몬의 신맛도 우리 몸에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연습과 경험 그리고 학습을 통해 이들 맛에서도 나름대로 먹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게끔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다양한 맛의 복잡함으로 우리 식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진화와 학습이 이룬 눈부신 성과지요.

 

 

 

 

 

 

[이미지 참조]

https://ko.wikipedia.org/wiki/%EC%95%8C%EC%B9%BC%EB%A1%9C%EC%9D%B4%EB%93%9C#/media/%ED%8C%8C%EC%9D%BC:Papaver_somniferum_01.jpg

https://ko.wikipedia.org/wiki/%EA%B8%80%EB%A3%A8%EC%BD%94%EC%8A%A4#/media/%ED%8C%8C%EC%9D%BC:Alpha-D-glucose-3D-balls.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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