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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와 해장술,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나?

 

영국 가디언지의 2019년 3월 기사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도시 6개 중 하나입니다. 1인이 한 주에 평균 소주 1.68병 정도의 증류주를 소비하는데,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보다 두 배나 되는 양이라고 합니다. 조사 시기, 기관, 그리고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은 술 많이 마시는 나라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편이지요. 우리가 이렇게 자주 마시는 술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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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HO 2018년 보고서 Global status report on alcohol and health 2018, World Health Organization

 

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호기심 많고 용감한 과학자들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심지어 한 하버드 의대생은 잠자는 동안 항문에 고무관을 끼워 술을 집어넣는 실험의 제물이 되기도 했지요. (정말 위험합니다. 어린이와 철없는 어른들은 절대로 따라 하지 마세요!) 술에 대해서는 정말 할 이야기가 많지만, 이번에는 숙취에 초점을 맞추어보겠습니다.

 

 

 

 

 

숙취란 무엇인가?

 

간을 술에 흠뻑 적신 다음 날 아침, 두통,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피로, 갈증, 식욕 상실, 무기력함, 집중력 감퇴, 우울증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겪고 있다면 바로 ‘숙취’ 때문입니다. 보통 숙취는 술을 마시고 난 후 8시간에서 16시간 사이에 발생하며, 최대 24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합니다. 숙취의 증상과 정도는 어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또 유전적 요인에 따라 달라져요. 고작 술 좀 마셨다고 우리가 겪어야 하는 수많은 후유증을 한 마디로 요약하기 위해 학자들은 veisalgia라는 의학용어를 만들었습니다. ‘방탕에 뒤따른 불쾌함’을 의미하는 노르웨이어 kveis와 ‘고통’을 뜻하는 그리스어 algia가 합쳐진 단어예요. 즉 숙취는 방탕에 따르는 불쾌한 고통을 뜻하지요. 마실 때는 좋지만 다음 날을 괴롭게 만드는 숙취.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숙취가 생기는 걸까요? 우리는 이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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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신 후, 간에서 벌어지는 일

 

술에 포함된 알코올의 10%는 분해되지 않고 소변이나 땀, 호흡을 통해 배출됩니다. 나머지 90%는 위장을 거쳐 소장으로 흡수된 후 혈관을 통해 간으로 들어가지요. 간에서 알코올은 산화작용에 의해 최종적으로 무독성 물질로 분해되고요. 알코올의 물질대사라고 불리는 이 산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에탄올(CH3CH2OH)을 지칭하는데요. 첫 번째 단계에서 에탄올은 수소가 떨어져 나오면서 아세트알데히드(CH3CHO)로 변하게 됩니다. 이 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예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에탄올에서 수소 원자 하나를 없애버리는 역할을 하지요. 하지만 이 물질은 에탄올 분해에 있어 막강하지만은 않아요. 술을 진탕 마시게 되면, 알코올탈수소효소 혼자서 많은 양의 에탄올을 처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마이크로솜 에탄올 산화 시스템(Microsomal ethanol oxidizing system)이 활성화되어 알코올을 분해를 도와줍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화학 반응성이 무척 커서 다른 분자에 잘 달라붙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속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콜라겐이나 헤모글로빈은 물론 DNA에도 달라붙어요. 아세트알데히드가 DNA에 붙으면 발암물질을 만들 수도 있어서, 국제암연구소(IARC)는 술을 마셔서 생긴 아세트알데히드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아세트알데히드를 무독성의 아세트산(CH3COOH, 식초의 주성분)으로 바꾸어 주는 과정이 두 번째 단계입니다. 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ehyde dehydrogenase, ALDH)가 아세트알데히드의 대사를 담당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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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알코올의 대사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어떤 물질이 숙취의 원인이라고 예상하시나요?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숙취의 주범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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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탄올(좌)과 아세트알데히드(우) 분자구조 Public Domain (wikimedia)

 

숙취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물질은 에탄올과 아세트알데히드입니다. 슬프게도 술에 들어있는 에탄올 역시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에요. 체내에 잔류 알코올이 많으면 탈수 현상, 위장 장애, 저혈당, 수면 방해와 같은 증상들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 홍조, 구토, 두통, 오한, 위통은 아세트알데히드 독성에 의한 부작용이고요. 두 물질에 의해 유발되는 증상이 숙취 증상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를 숙취의 원인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숙취해소제는 알코올 흡수를 억제하거나, 알코올 대사를 촉진하여 혈중 알코올 및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를 감소시키거나, 간 또는 위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만약 알코올이나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의 원인이라면, 두 물질이 체내에 많이 남아있을 때 숙취가 가장 심하겠지요? 하지만 혈중 에탄올 농도는 술을 한 잔 마시고 난 후 60~90분 정도에 최대치였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0에 가까워집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측정방법에 따라 변화량의 경향성이 다르게 나타났지만 알코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1시간 이내에 최고 농도에 도달했다가 감소하게 되고요. 그런데 숙취는 술을 마신 후 12~14시간 후에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시점에서는 혈중 알코올 농도와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가 거의 0에 가깝지요. 따라서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숙취해소제(헛개나무 추출물을 원료로 쓰는 제품)는 간을 보호하고 독성 물질인 알코올, 아세트알데히드의 혈중 농도를 낮춘다는 측면에서 분명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술을 깨게 하는 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메탄올과 해장술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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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r of the Dog. 영어로 해장술이라는 뜻으로 미친개에게 물린 상처에는 그 개의 털이 좋다는 미신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술꾼들 사이에서는 술을 마신 그 바에 가서 해장술을 마셔야 술이 깬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합니다.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의 원인이 아니라면, 어떤 물질이 숙취를 유발하는 걸까요? 다음 후보는 바로 메탄올입니다.

 

막걸리나 와인보다 소주같이 독한 술을 마셨을 때 숙취가 덜하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술에 관한 많은 속설 중 그나마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와인, 위스키, 브랜디처럼 착향료가 들어 있는 술은 보드카보다 심한 숙취를 유발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어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주류에는 몇 가지 유해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불순물이 메탄올(CH3OH)입니다. 메탄올은 알코올분해효소에 의해 포름알데히드로 전환되고, 다시 알데히드분해효소에 의해 포름산(개미산)으로 분해됩니다. 포름알데히드는 새집증후군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포름산은 시신경을 비롯한 신경 손상을 일으키지요. 술의 자연 발효 과정에서 온도와 같은 조건이 적절하지 않을 때 메탄올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인체에 치명적일 만큼의 양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메탄올이 숙취에 영향을 미친다면, 해장술을 마시는 것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알코올탈수소 효소가 메탄올 보다는 에탄올과 더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술을 추가로 마시면 에탄올을 먼저 대사시키고 메탄올은 소변이나 호흡으로 배출하게 되거든요. 말 그대로 술로 술을 다스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해장술이 메탄올에 의한 독성 반응을 막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장술은 전문가들이 절대 추천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며칠 연속으로 간을 혹사하면 술 깨려다 인생 먼저 깨뜨릴 수 있으니까요.

 

 

 

 

 

 

 

 

아플 때 술 마시면 안 되는 이유: 근본적인 원인은 다시 알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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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카인 분비를 재구성한 이미지 by www.scientificanimations.comCC BY-SA 4.0 (Wikimedia)


메탄올도 진짜 숙취의 원인이 아니라면, 도대체 숙취는 왜 생기는 걸까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론은 염증반응 가설로, 알코올 섭취가 체내 세포성 면역을 저하한다는 주장입니다. 사이토카인은 우리 몸이 질병과 싸울 때 분비되고, 염증이 있을 때 세포들의 의사소통 신호로 사용되는 분자입니다. 이 중 인터류킨-10, 인터류킨-12, 인터페론 감마의 수치가 알코올 섭취 후 13시간 후에 증가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어요. 또한 사이토카인을 건강한 사람에게 주사하면 위장장애, 두통, 오한, 피로, 구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숙취의 증상과 유사하지요? 게다가 술을 마신 후 숙취가 나타나는 시간과 사이토카인의 수치가 높을 때의 시간도 비슷합니다. 병원체에 감염되었거나 수술을 받은 후에도 사이토카인의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데, 여기에 술까지 마시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됩니다. 아플 때는 술 마시면 안 돼요. 숙취가 염증반응의 일종이라는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 숙취 치료제는 항염증제인 톨페남산과 비타민 B6 유사체인 피리티놀입니다. 임상을 통해 숙취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왜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숙취의 원인과 해결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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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는 바쿠스 @Public Domain (wikimedia)

 

한 세기가 넘게 과학자들은 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연구해왔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가설 외에도 많은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확실한 사실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아직 우리는 숙취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다소 김빠지는 결론인가요? 숙취는 우리를 괴롭게 하지만 숙취가 없었다면 인간은 오래전에 알코올 중독으로 멸종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숙취가 심하지 않은 사람은 알코올 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거든요. 로마 신화에 나오는 포도주의 신, 바쿠스가 포도주 빚는 방법은 인간에게 알려주었지만, 숙취해소제의 제조법은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1] Where is the world's hardest-drinking city?, The Guardian, 2019.03.07.
https://www.theguardian.com/cities/2019/mar/07/where-is-the-worlds-hardest-drinking-city
[2] Adam Rogers, Proof: The Science of Booze, Mariner Books (2015).
[3] Se Ho Oh et al. Alcohol-Related Neurologic Disorders: Ten Years of Experiences, J. Korean Neurol. Assoc. Vol. 27 No. 2 (2009).
[4] 김초일, 숙취의 원인과 결과, 식품산업과 영양 4(1) (1999).
[5] L. Bajaj and R. Singh, Alcohol hangover – its effects on human body: Review, Addict. Clin. Res. Vol. 2 No. 1 (2018).
[6] 김성철, 숙취해소제의 진실, 약학정보원.
[7] Robert Swift and Dena Davison, Alcohol Hangover Mechanisms and Mediators, Alcohol Health & Research World Vol. 22 No. 1 (1998).
[8] Chang-Hwan Oh et al., Estimation of Methanol Exposure Level via Alcoholic Beverage Consumed by Jecheon Citizen, South Korea, Korean J. Food & Nutr. Vol 26. No. 1, 44~50 (2013).
[9] Won Kim et al., The Changes of Cytokine Production during the Hangover State Induced by Experimental Alcohol Consumption,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Vol. 41 No. 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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