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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거미줄을 치게 된 사연

 


새벽에 뒷산을 오르다보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손이며 몸 혹은 얼굴에 스칩니다. 거미가 밤새 쳐놓은 거미줄입니다. 성가시지요. 한편으론 기껏 곤충을 사냥하려고 친 거미줄을 낯선 인간이 망쳐버리니 거미 입장에서도 화날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거미는 어떻게 거미줄을 치게 된 것일까요?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베를 아주 잘 짜던 여인 아라크네가 자기가 여신  아테네보다 더 베를 잘 짠다고 자랑하다 여신의 분노를 사서 거미가 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아테네와 아라크네

아테네와 아라크네 @Public Domain (Wikimedia)

 

 

 

 

 

 


벌레들 육지에 오르다

 

프네우모데스무스

 

고생대 최초의 육지 동물 중 하나인 다지류에 속하는 프네우모데스무스 by Matteo De Stefano/MUSE CC BY-SA 3.0 (Wikimedia)

 


지금으로부터 약 4억 년 조금 더 전에 식물들이 육지에 대략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자 벌레들도 땅 위로 슬근슬근 올라오기 시작하지요. 달팽이와 같은 연체동물, 지렁이 같은 환형동물, 그리고 절지동물도 뭍으로 오릅니다. 절지동물(artropod)은 다리가 가는 마디로 되어 있고, 뼈가 없는 대신 겉을 딱딱한 껍질로 감싸고 있는 동물들의 무리입니다. 주로 다리 개수로 종류를 나눕니다. 다리가 세 쌍인 곤충(Hexapoda), 네 쌍인 거미(정확히는 협각아문/  Chelicerata이라 합니다.), 다섯 쌍인 갑각류(Crustacea), 그리고 다리가 셀 수 없이 많은 다지류(Myriapoda)로 나누지요. 우리 눈에는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지만 이들 간의 차이는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와 우리 인간이나 코끼리 같은 포유류처럼 큽니다. 거미류에 속하는 동물들로는 거미와 전갈 등이 있고, 갑각류에는 게, 새우, 쥐며느리 등이 속합니다. 다지류에는 지네나 노래기 등이 있고, 곤충에는 나비, 벌, 개미, 딱정벌레 등이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이들은 인간의 조상인 사지어류가 육지에 오르기 한참 전에 뭍에 먼저 올라서 서로 경쟁을 하기 시작합니다. 거미는 주로 잡아먹는 쪽에 속했고, 곤충은 주로 먹히는 쪽에 속했지요. 물론 지금도 이런 관계는 4억 년째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사마귀나 말벌 등 거미를 잡아먹는 곤충도 있지만, 거미가 잡아먹는 곤충에 비하면, 곤충에 잡아먹히는 거미의 비율은 아주 낮습니다.

 

 

 

 

 

 

곤충은 거미의 먹이였다

 

 

고생대 거미

 

고생대 실루리아기에 처음 나타난 현대 거미의 친척뻘인 Eophrynus prestvicii by Jason A. Dunlop and Russell J. Garwood CC BY 4.0(Wikimedia)

 

 


고생대 실루리아기 즈음의 일이었습니다. 육지에 처음 올라온 곤충들은 그저 땅 위나 얕은 풀 위에 살았습니다. 거미는 돌 틈이나 풀 사이에 숨어 있다가 덮쳐서 독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사냥을 했습니다. 독거미라 알고 있는 종류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거미에게는 독이 있습니다. 다만 아주 독하진 않아서 사람의 경우 크게 위험하지 않을 뿐이지요. 그러나 이런 약한 독도 크기가 작은 곤충에겐 치명적입니다. 거미는 먹잇감이 나타나면 잽싸게 독으로 제압합니다. 곤충이 독에 의해 기절하면 이제 몸속에 소화액을 주입합니다. 소화액이 곤충의 내부를 녹이면 빨아먹지요. 우리는 음식을 먹고 우리의 내장에서 소화액을 뿜어 소화시키는 방식이라서 다들 이렇게 먹이를 섭취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소화의 기원은 먹잇감에 소화액을 주입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단세포생물은 다른 단세포생물을 잡아먹는 경우에 상대방의 몸 안에 소화효소를 집어넣어 녹인 후 체액을 흡수하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곤충들 중에서도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육식곤충들은 이렇게 상대방의 체내에 소화액을 주입하는 방식을 선호하곤 합니다. 먹잇감과 자신의 크기가 크게 차이가 나질 않고, 특히 곤충의 경우 바깥이 딱딱한 외골격이라 씹어 먹거나 삼키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곤충과 거미 나무를 오르다

 

 

1억 3천만년 전의 거미와 말벌

 

1억 3천만년 전의 거미와 말벌 by Oregon State University CC BY-SA 2.0 (Wikimedia)

 

 

하지만 육지에 올라오는 동물의 숫자가 점차 늘자 곤충은 대책을 세워야 했습니다. 거미만이 아니라 전갈이나 지네의 선조들도 곤충을 사냥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덩치가 큰 녀석들을 피해 곤충들은 점차 나무 위나 키 큰 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물론 모든 곤충이 올라간 건 아니지만 꽤 많은 곤충들이 천적을 피해서 올라갔습니다. 그러자 거미도 마찬가지로 올라갑니다. 사냥감이 거기 있으니까요.

 

이즈음에는 꽃이 피는 식물이 아직 나타나지 않을 때입니다. 따라서 꿀을 먹는 곤충도 없었지요. 그저 식물의 줄기에 구멍을 내고 수액을 빨아먹거나, 잎을 갉아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 곤충들로선 먹이도 있고 천적을 피하기도 좋은 높은 곳으로 올라간 것이지요. 거미도 따라 올라갔지만, 아직 거미줄을 이용한 사냥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 방법은 이전과 마찬가지였지요. 장소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잎의 뒷면에 혹은 가지 뒤에 숨어 있다가 곤충이 나타나면 잽싸게 독을 주입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거미줄로 사냥은 하지 않았지만, 거미줄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새끼를 보호하던 거미줄

 

데본기초에 살았던 거미

 

데본기 초에 살았던 거미로,거미줄을 치긴 했지만 실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아테르고푸스 by Apokryltaros CC BY-SA 4.0 (Wikimedia)

 

곤충의 경우에는 대부분 알을 낳고 나면 그냥 방치합니다. 애벌레가 좋아할 잎을 골라 그 뒷면에 알을 낳고는 떠나지요. 방치되기 때문에 새끼곤충은 꽤 많이 죽기도 하고요. 하지만 거미는 사정이 다릅니다. 알을 자신의 등에 업고 다니거나 입에 물고 다니지요. 알에서 부화한 새끼를 돌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곤충과 비교해서 알의 숫자도 적고, 개체수도 적으니 그리 진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부화한 새끼들을 등에 지고 다니면서 사냥을 할 순 없지요. 그래서 나무의 좁은 틈 사이에 둥지를 만듭니다. 새끼들을 집어넣고는 틈을 거미줄로 칭칭 감아버리지요. 거미줄이 끈적거리는 것도 그 이유였습니다. 새끼를 먹으려고 덤벼든 녀석들이 끈적이는 실에 다리가 묶여 꼼짝할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곤충들이 천적을 피해 나뭇가지의 가장 얇은 곳으로까지 가자, 거미 중 일부도 그리고 생활공간을 옮깁니다. 이렇게 얇은 가지에선 새끼를 집어넣을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가지가 갈라지는 곳에 새끼들을 놓고는 가지와 가지 사이를 거미줄로 엮는 방식으로 둥지를 만드는 방식이 바뀝니다. 하지만 아직 곤충을 사냥하는 용도가 아니었던 터라 실관(거미줄을 뿜는데 필요한 기관 중의 하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원시적 형태의 거미줄이었습니다.

 

 

 

 

 


거미줄로 사냥을 나서다

 

 

고생대 석탄기 곤충

 

 

고생대 석탄기 곤충의 모습 by DiBgd CC BY-SA 4.0 (Wikimedia)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거미에겐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나무나 긴 풀 위에서 생활하던 곤충 중 일부가 날기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활강으로 시작했지요. 곤충의 입장에선 잎을 다 먹어버리거나 거미가 접근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풀이나 나무로 옮겨야 하는데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다른 풀과 나무로 이동하기 위해 땅으로 내려가면 공격을 당하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가능한 바람을 이용해 땅으로 내려가지 않고 활강을 통해 다른 나뭇가지나 풀로 이동하는 방법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활강을 시작한 곤충의 일부가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거미 입장에선 먹잇감이 줄어든 것이지요. 물론 아직 날지 못하는 곤충도 있고, 애벌레도 있지만, 먹잇감이 줄어들면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거미도 날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미는 태생이 곤충과 다릅니다. 곤충은 원래 물속에 있을 때 아가미로 호흡을 했습니다. 그러다 육지에 올라오면서 필요가 없어진 아가미가 퇴화했지요. 하지만 활강을 하기 시작하면서 몸통-정확히는 가슴 부위에 흔적기관으로 남아있던 아가미가 점점 넓어지면서 날개가 되었습니다. 아가미를 움직이던 근육도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으로 바뀌었지요. 하지만 거미는 곤충처럼 머리, 가슴, 배로 나누어지지 않고 머리가슴과 배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더구나 호흡도 아가미가 아닌 서책이라는 기관으로 합니다. 그러니 곤충의 흉내를 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거미줄로 곤충을 잡다 - 곤충의 천적으로 군림

 

 

오스트레일리아 정원 왕거미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잡는 오스트레일리아 정원 왕거미 by Fir0002 CC BY-SA 3.0 (Wikimedia)

 

날아다니는 곤충이 창궐하게 되자, 거미 중 돌연변이가 빛을 발합니다. 가지 사이에 새끼를 두고 거미줄로 엮을 때 어떤 거미는 조금 그 면적을 넓게 잡고, 다른 거미는 좁게 잡습니다. 새끼가 있을 공간만 확보한다면 거미줄을 덜 쓰는 편이 에너지가 절약되고 거미줄 치는 시간도 줄어드니 유리합니다. 그러나 일부 거미는 돌연변이에 의해 그 면적이 조금 더 넓었습니다. 불리한 돌연변이지요. 그런데 곤충이 날아다니기 시작하자 상황이 바뀝니다. 조금 더 넓게 친 거미줄에 날아다니던 곤충이 제 발로 찾아와 걸리는 것이지요. 거미줄을 넓게 치는 것이 더 유리해집니다. 고생대 데본기 중반에 일어난 일이었지요.

 

거미줄을 더 넓게 치기 시작하면서 거미들에게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거미줄은 원래 등 쪽 끝에 있던 방적돌기라는 곳에서 만들어집니다. 거미줄을 좁게 칠 때는 등 쪽에 있는 것이 편했지만, 가지와 가지 사이를 오가며 넓게 치게 되니 배 쪽에 있는 편이 더 유리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거미 모습이 완성되었습니다.

지금도 거미는 곤충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천적으로 여전히 군림하고 있지요. 농민들로선 풀을 갉아먹는 해충을 잡아주니 거미에게 고마워할 밖에요.

 

 

 


 

[이미지 참조]


https://en.wikipedia.org/wiki/Pneumodesmus#/media/File:Pneumodesmus_newmani_-_MUSE.JPG
https://en.wikipedia.org/wiki/Trigonotarbida#/media/File:Eophrynus_prestvicii_reconstruction.jpg
https://en.wikipedia.org/wiki/Evolution_of_spiders#/media/File:Nephila_burmanica_attacking_Cascoscelio_incassa_in_Burmese_amber.jpg
https://en.wikipedia.org/wiki/Attercopus#/media/File:Attercopus_fimbriunguis.jpg
https://en.wikipedia.org/wiki/Evolution_of_insects#/media/File:Mazothairos1.jpg
https://en.wikipedia.org/wiki/Spider_web#/media/File:Garden_orb_weaver0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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