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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장기 기증의 날

 

장성규

 

방송인 장성규 씨 by 뉴스페이스 CC-BY 3.0(Wikimedia commons)

 

“제 몸의 일부로 새 삶을 얻게 될 분들을 생각하면 벌써 행복합니다. 늘 장기자랑만 하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야 장기기증을 약속합니다. 제가 가진 것들, 마지막엔 다 드릴게요. 살아있을 때 못 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8월 24일 방송인 장성규 씨는 본인의 SNS을 통해 사후 각막 기증, 뇌사 시 장기기증, 인체조직기증 등록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같은 달 21일에는 보이그룹 갓세븐(GOT7)의 보컬 영재 씨도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환자는 4만253명이지만 뇌사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한 사람은 450명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뇌사 기증률이 8.68명으로 장기•인체조직기증이 활성화된 스페인(48.9명), 미국(36.9명) 등과 비교해 매우 적습니다.

 

이 때문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생명나눔의 의미를 담아 1997년부터 매년 9월 둘째 주를 장기주간으로 정하여 대대적인 홍보행사를 진행하였으며, 2008년부터는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정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1년 중 하루만이라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우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장기기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자는 취지로 지정된 날입니다.

 

뇌사 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심장, 간장, 신장 2개, 폐장 2개. 췌장, 각막 2개 기증)을 구할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장기 및 조직 기증'으로 장기(신장, 간장, 췌장, 취도, 심장, 폐, 소장, 안구 등), 조직(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건, 심장판막, 혈관 등), 안구 등을 기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체조직은 장기와 달리 이식했을 때 면역 부작용도 거의 없습니다.

 

 

 

 

 


장기이식이 넘어야 했던 3가지 난관

 

장기


장기이식은 기존의 치료법으로 회복되기 힘든 각종 말기 질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는 최선의 시술책입니다. 보통 스스로의 호흡이 정지되었지만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시켜 심장이 뛰고 있는 뇌사자에게서 건강한 장기를 기증받아야 가능합니다.

 

인류 최초의 장기이식은 기원전 700년경에 인도의 외과의사였던 수슈루타(Sushruta)가 환자의 이마에 있는 피부 절편을 떼어내 잘려나간 코를 재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장기이식이 아닌 조직이식이었습니다.

 

장기이식은 혈관을 이식하는 혈관문합술이 가능해진 190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이때 장기이식은 3가지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첫째는 공여장기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입니다. 공여장기는 뇌사자 및 생체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뇌사자에게서 장기를 확보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또 장기 중 하나밖에 없는 장기는 일반인에게서 공여받기 힘듭니다.

 

둘째는 이식기술의 확보입니다. 1969년 국내에서 첫 신장이식이 성공한 이래 신장, 각막, 골수이식 등이 시행돼 왔습니다. 또 1988년 뇌사자에게서 간이식, 1992년 췌장이식, 심장이식에 성공한데 이어 1996년 폐이식을 실시하는 등 우리나라도 장기이식 기술을 확보해 나가면서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는 이식된 장기의 생착(engraftment)을 유도하여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식된 장기의 생착을 유도하려면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이식 거부 반응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외과의사 알렉시스 카렐은 개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신장을 다른 위치에 이식했지만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신장(콩팥)이 손상된 환자에게 공여자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은 환자의 신장을 떼어내지 않고, 공여자의 신장을 환자의 방광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수술합니다. 왜냐하면 이식한 신장이 환자에게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기존 환자의 신장을 남겨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신체부위에 새 신장이 자리잡도록 하는데 보통은 대퇴부 위쪽 아랫배 부위에 진행합니다. 새 신장을 이식한 뒤 수술이 끝나기 전에 소변이 만들어져 방광에 들어오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1933년 우크라이나 의사 유리 보로노이가 두개골 골절로 사망한 남성의 신장을 적출해 수은 복용으로 신장이 망가진 26세의 여성의 대퇴부에 이식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수술 후 이식한 신장은 소량의 소변을 생산했지만 수술을 마치기 전에 소변 생산은 멈췄습니다. 결국 신장을 이식한 환자는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그만큼 이식된 장기의 생착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키메라 현상으로 면역거부반응 극복의 힌트를 얻다

 

피터 메더워

 

영국의 생물학자 피터 메더워 by Materialscientist CC-BY 4.0(Wikimedia commons)

 

이식장기의 생착은 왜 실패했던 것일까요?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과 싸우는 면역체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이식은 다른 사람의 장기를 외부에서 환자의 체내로 이식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식된 장기를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으로 인식해 공격해 죽입니다. 바로 면역거부반응입니다.

 

영국의 과학자 피터 메더워는 1943년 토끼의 피부를 다른 토끼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쌍둥이 소의 경우엔, 피부 이식을 해도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생물체 안에서 서로 다른 유전형질을 가지는 동종의 조직이 존재하는 키메라 현상(chimerism)을 유도하면 면역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그는 이 공로로 196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

 

그 뒤 다양한 면역억제 방법이 개발되어 2005년에는 프랑스에서 애완견에게 얼굴이 물린 여성에게 세계 최초로 안면이식수술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장기 이식 이후의 관리도 중요하다


면역거부반응을 피하여 이식수술을 성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술인데요. 유럽에선 술을 끊은 지 6개월이 넘은 환자에게만 간, 쓸개 등의 이식수술을 시행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딜레마에 빠집니다.
 

알코올중독

 


알코올 중독으로 간이 망가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가족을 설득해 이식수술을 결정했습니다. 환자는 수술 전 “또 술을 마시면 사람이 아니다”고 맹세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식수술을 받은 뒤 일상생활이 가능해지자 그는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해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몸에서 건강한 장기를 이식하고도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도 장기뿐 아니라 각막, 피부, 뼈 등을 남길 수 있습니다. 장기 등 기증희망등록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누리집(www.konos.go.kr), 팩스(02-2628-3629), 우편(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4가길 24 대한결핵협회 4층 장기기증지원과), 등록 기관 방문 등으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박정규, 2004, 이식면역학의 역사적 고찰, 대한면역학회지, 4(1), pp1-6.
유진수, 2020, 장기이식의 역사와 주요 면역억제제의 발전, 대한의사협회지, 63(5) pp.241-250.
박재범, 2020, 장기이식의 면역억제요법의 미래, 대한의사협회지, 63(5) pp.259-266.
임재희, 2020, 여에스더•홍혜걸씨 장기기증 서약…“행복해지는 방법”, 뉴시스 8월 13일자
신선미, 2020, 보이그룹 갓세븐 ‘영재’, 장기기증 서약 동참, 연합뉴스 8월 21일자
이호연, 2020, 장성규, 장기기증 약속 “사람을 살리는 꿈, 마지막엔 꼭 이루고파”, 한국일보, 8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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