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연구소

척척박사 연구소과학이야기제목별로 보기해설이 있는 과학

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 이라크전에 동원된 비밀병기 동물


평화는 전쟁의 연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끊임없이 전쟁을 되풀이해 왔다. 인간만이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홀로 사는 동물은 자기 영역을 지키느라 침입자와 싸움을 벌이고, 무리 지어 사는 개미 같은 생물은 치열한 집단 전쟁을 벌인다. 개미들이 전쟁을 벌인 자리에는 몸이 찢기고 잘려나간 사체들이 가득하다.

인간의 전쟁이나 동물의 전쟁이나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식량, 물, 보금자리, 안전한 공간 등 생물이 필요로 하는 자원은 한정돼 있는 반면, 경쟁자는 많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식물도 빛과 양분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먹을 것이 부족했고 힘든 환경에서 생활해야 했던 원시인의 전쟁은 동물의 전쟁과 별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전쟁은 동물의 전쟁과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규모가 커지고 각종 신무기가 동원됐으며, 지휘관과 병사의 구분이 세밀해졌고, 각종 전략과 전술이 체계를 갖춰 나갔다. 그리고 각종 동물을 전쟁에 이용하게 됐다.


말은 기원전 2000년 경 전쟁에 등장했고, 기원전 1000년 경 아시리아인들이 기병을 처음 활용했다. 말이 끄는 전차와 말을 타고 싸우는 기병은 전쟁에서 큰 역할을 했다.

동물은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그물을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 진화를 거치면서 동물은 나름대로 잡아먹는 수단과 방법, 잡아먹히지 않는 수단과 방법을 개발해 왔다. 포식자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날렵한 몸과 근육, 청각과 시각 같은 다양한 감각을 이용한 탐지 기술, 소리 없이 다가가 순식간에 목숨을 끊어놓는 기술 등을 획득했다. 한편 먹이가 되는 동물은 위장술과 방어물질, 죽은 듯 꼼짝하지 않고 있으면서 포식자를 속이는 기술, 집단 대응 전략 등을 발전시켜 왔다. 포식자와 먹이 사이에는 이런 식으로 군비 경쟁이 벌어져 온 셈이다.

인간은 동물이 이런 군비 경쟁을 통해 획득한 각종 기술과 수법을 자신의 전쟁에 이용할 방안을 모색해 왔다.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말이나 낙타 같은 동물의 힘과 지능을 직접 이용하는 방법이 주로 쓰여 왔다. 반면에 최근 들어서는 동물의 능력을 활용한 첨단 무기와 장비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장비가 동물의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지금도 동물을 훈련시켜 전쟁에 투입하곤 한다. 최근의 이라크 전쟁에서 연합군이 돌고래와 캘리포니아강치를 작전에 투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도대체 동물은 어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동물을 자신과 상관없는 전쟁에 투입하는 것은 학대가 아닐까.



말 능가하는 위엄 지닌 코끼리
동물은 전쟁의 규모와 양상을 바꿔놓는 역할을 했다. 역사상 맨처음 전쟁에 활용된 동물은 나귀인 듯하다. 기원전 3000년 경에 있던 수메르 문명의 유적에는 나귀가 모는 전차 그림이 새겨져 있다. 수메르인들은 이런 전차를 타고 주변 지역을 평정했을 것이다. 나귀가 끄는 이 전차는 공격용이 아니라 적을 위협하는 용도로 쓰였던 듯하다. 이 나귀는 현재는 없는 사라진 품종이다.

나귀는 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부리기 쉽지만, 친척인 말에 비하면 능력이 떨어진다. 말이 전쟁에 등장한 것은 기원전 2000년 경이다. 말은 훨씬 힘이 세고 잘 달리며 길들이기도 쉬웠다. 말이 쓰이게 되면서 전쟁에 공격용 전차가 등장했고, 뒤이어 말을 타고 싸우는 기병이 탄생했다. 기병을 처음 활용한 것은 기원전 1000년 경 아시리아인들이었으며, 그들은 기병과 전차를 이용해 규모가 적은 군대로 주변 부족을 정복해 나갔다. 또한 이집트 영토를 크게 확장시킨 람세스 2세, 그리스와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인도까지 나아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집트와 영국까지 세력을 넓힌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황제,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의 업적도 말을 앞세운 전차와 기병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5세기 유럽을 침략했던 훈족은 자유자재로 흩어졌다 모이고 신속하게 공격과 퇴각을 할 수 있는 기마술을 자랑했다. 당시 유럽인들은 훈족 사람들이 말 등에서 먹고 마시고 자는 식으로 말과 한몸이 돼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 역사에는 말을 능가하는 위엄을 보인 동물도 있었다. 바로 코끼리였다. 코끼리는 몸무게가 3-5t이나 되는 거대한 동물로 사람이 길들일 수 있다. 특히 인도에서는 묶어놓고 최면을 걸어 길들여 왔다고 한다. 기원전 218년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37마리의 코끼리를 끌고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쳐들어갔다. 그는 코끼리와 기병으로 1만명의 로마군을 밀어붙였다. 이 전투에서 로마군의 2/3가 사망했으며, 한니발은 승리를 거뒀다.

그 뒤 기원전 202년 한니발은 다시 로마군과 맞붙었다. 한니발은 80마리의 코끼리를 맨앞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마군도 대비책을 세워놓았다. 로마군은 코끼리가 사이사이로 지나갈 수 있도록 병사들 사이에 거리를 뒀다. 코끼리들이 다가오자 로마군은 갑자기 나팔을 불어댔다. 그 소리에 놀란 코끼리들 중 일부는 방향을 바꿔 아군을 향해 진격하며 아군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나머지 코끼리들은 로마 병사들 사이로 그대로 빠져나갔다. 이 전투에서 한니발은 참패를 당했다.




사진 찍는 비둘기, 낙하하는 고양이
통신수단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비둘기를 이용해 편지를 전달하는 일이 많았다. 따라서 전쟁 때 비둘기가 널리 쓰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약 10만마리, 제2차 세계대전 때는 20만마리의 비둘기가 임무 도중에 죽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은 1백만마리가 넘는 전서구를 기르고 있었다. 당시는 전투기와 전함에 비둘기가 함께 탑승했다. 추락하거나 침몰할 때 비둘기를 날려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체어 아미’라는 비둘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베르 지역에 고립된 부대를 구출하는 공헌을 세우기도 했다. 적진에 고립돼 있던 이 부대는 체어 아미를 통해 구조 요청을 했다. 체어 아미는 도중에 적의 총알에 가슴을 맞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자신의 임무를 다했고, 1백94명의 병사들이 구출됐다. 체어 아미는 이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



비둘기는 주로 전쟁중에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사용돼 왔다.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인 개도 전쟁에 빠질 수 없다. 개는 주로 주인을 따라 전쟁터로 나가 주인을 보호하고 보초를 서며 위급할 때 구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나폴레옹은 개를 부대와 연락하는 전령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개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로마군은 개에게 쇠못이 튀어나온 갑옷을 입혀 전투에 투입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개를 훈련시켜 독일 기갑부대를 공격하기도 했다. 젖을 막 뗀 강아지를 탱크 밑에서 먹이를 주며 키운다. 그런 다음 전투가 벌어질 때 굶긴 개의 몸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풀어놓는다. 폭발물 위에는 접촉했을 때 기폭장치 역할을 하는 안테나를 붙여둔다. 풀려난 개는 배가 고플 때 늘 하던 식으로 탱크 밑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탱크와 안테나가 접촉하면서 폭발이 일어난다. 일종의 자살 특공대였던 것이다.

미국 CIA의 전신인 OSS는 고양이를 이용할 계획도 세웠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먼저 고양이를 폭탄에 매단다. 그런 다음 항공기에서 적의 전함을 향해 폭탄을 투하한다. 그러면 물을 무서워하는 고양이가 본능적으로 폭탄을 전함의 갑판 쪽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행히도 폭탄이 배 가까이 가기도 전에 고양이가 기절하는 바람에 이 계획은 폐기되고 말았다. 가장 기발한 계획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박쥐의 몸에 소이탄을 부착해 일본을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그 계획은 박쥐들이 엉뚱한 표적을 공격하는 바람에 실패로 끝났다. 이 때문에 뉴멕시코 군사 비행장에 불이 나기도 했다.




수중에서 산호인지 무기인지 구별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첨단무기가 개발되면서 전쟁의 양상도 달라졌고, 이에 따라 전쟁에 쓰이는 동물도 달라졌다. 이제 말, 코끼리, 낙타, 비둘기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전쟁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번 이라크 전쟁에도 동원됐듯이 현대 전쟁에는 첨단장비로도 대신할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돌고래, 강치 같은 동물이 투입되고 있다.

돌고래는 인간보다 수중음파 탐지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물 속이나 물 바닥에 있는 물체를 잘 찾을 수 있다. 돌고래는 두개골 안에 있는 비강의 공기 주머니에 있는 공기를 움직여 우리가 풍선을 문지를 때 나는 것과 비슷한 ‘드드득’ 소리를 낸다. 이 공기는 머리 앞쪽에 있는 ‘멜론’이라는 기관으로 가서 증폭된다. 돌고래는 진동수를 변화시켜가며 이런 소리를 낸 후 반사돼 돌아오는 음파로 자신과 물체의 위치를 파악한다. 어둠 속에서도 가능하며, 진동수가 높을수록(파장이 짧을수록) 물체를 더 자세히 알아낼 수 있다. 돌고래는 ‘드드득’거리는 소리를 1초 당 2천번 이상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혼탁한 얕은 물 속에서는 군사용 전자장비(음향탐지장비)가 거의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돌고래는 이런 상황에서도 수뢰를 찾아낼 수 있다. 바다 밑바닥에 묻힌 수뢰를 찾아낼 수 있는 ‘음파 탐지장치’는 돌고래 밖에 없다. 돌고래는 바다 밑에 묻힌 물체를 찾아낼 뿐 아니라 그것이 산호 덩어리인지, 인간이 만든 것인지 구별할 수도 있다. 또 돌고래는 아주 빠르고 영리하며 적응을 잘하고 훈련시키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미해군은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때와 이란-이라크 전쟁 때 돌고래를 해양 순찰에 활용한 바 있다. 돌고래는 물 속에서 공격하는 적 잠수부를 찾아내 위치를 알리는 장치를 부착하거나 소리를 질러 배에 알릴 수도 있다. 과거 옛소련과 미국은 경쟁적으로 돌고래를 훈련시켰다. 이들은 단순한 순찰 활동만이 아니라 적군 살해나 자살 특공대 훈련까지 시킨 듯하다. 옛소련은 흑해 함대의 주요기지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 세바스토폴 지역을 비롯한 5곳에서 돌고래 부대를 훈련시켰다. 옛소련의 돌고래는 낙하산을 타고 공중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거나, 수중의 적을 살해하는 임무까지 맡았던 듯하다. 옛소련이 해체되면서 돌고래를 훈련시킬 예산이 부족해지자 이 돌고래들은 뿔뿔이 각국으로 팔려나가는 신세가 됐다.

미국이 돌고래의 지느러미에 칼날을 달고, 주둥이에 주사바늘을 달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사바늘이 적의 몸에 박히면 고압의 이산화탄소가 주입돼 적의 몸은 말 그대로 폭발하고 만다. 하지만 미군은 돌고래에게 이런 살인 훈련을 시켰다는 점을 부인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보류된 KFC 작전?
미국은 이번 이라크 전쟁에 돌고래 외에 캘리포니아강치도 파견했다. 미해군은 20마리의 캘리포니아강치를 훈련시켜 왔으며, 이 강치가 실전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치는 지능이 높을 뿐 아니라 수중에서 소리를 듣고 방향을 탐지하는데 뛰어나며, 빛이 적은 물 속에서도 활동에 지장을 느끼지 않는다. 또 시간 당 40km를 헤엄칠 수 있고 수심 3백m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

이번 강치들은 항구 순찰활동에 투입됐다. 이 강치들은 수중 침입자나 수뢰 공격으로부터 전함을 보호한다. 예를 들어 침입자의 다리에 부표가 달린 족쇄를 묶어 그의 위치를 아군에 알려주는 것이다.

몸무게 1백70kg인 강치 자크는 항구에서 순찰활동을 하며 수중 침입자나 수뢰 공격으로부터 전함을 보호한다. 예를 들어 침입자의 다리에 부표가 달린 족쇄를 묶어 그 위치를 아군에 알려주는 식이다.

해군이 돌고래가 아니라 캘리포니아강치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강치가 돌고래보다 기동성이 더 뛰어나고 수온이 높은 지역에서도 더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뢰를 건드리지 않고 부표를 매다는 훈련을 받았다. 해군은 이들이 큰 위험에 노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미국은 이라크의 가스 공격에 대비해 닭을 조기 경보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닭이 가스에 사람보다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이른바 ‘쿠웨이트 야전 닭’(Kuwait Field Chicken), 줄여서 KFC 작전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이 계획은 걸프 지역으로 운반된 닭 43마리 중 41마리가 도착한지 일주일도 안돼 죽는 바람에 보류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비둘기는 적의 동태를 사진으로 찍는 임무도 맡았다. 비둘기의 가슴에 소형 카메라를 매달아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그 중에는 야간에 날면서 작전을 수행하도록 훈련을 받은 종류도 있었다. ‘메리’라는 이름의 영국군 소속 비둘기는 22회나 상처를 입으면서 작전을 수행했는데, 그러다가 결국 임무 도중에 죽고 말았다. 한편 독일이 비둘기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영국은 매를 훈련시켜 비둘기를 공격하도록 하기도 했다.




내과학상자담기  E-MAIL 프린트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RSS

나도 한마디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목록


내 당근 보러가기

내 뱃지 보러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