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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찾기 한국도 나섰다…서울大 동굴실험실 조성

암흑물질 찾기 한국도 나섰다…서울大 동굴실험실 조성
강원 양양군의 한 산지에서는 현재 대형 양수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발전소를 짓기 위해 산 중턱에 뚫어 놓은 굴 입구에서 자동차를 타고 1.8㎞를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귀퉁이에 철판으로 지어놓은 조그만 건물이 보였다. 이곳에서 수직으로 700m를 올라가야 지표면에 닿는다. 이 건물이 우주의 신비로 불리는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 최근 한국인 과학자가 처음으로 만든 ‘암흑물질 탐색 실험실’이다.

이 실험실을 세운 서울대 김선기 교수(물리학부)는 “지난달 말 가장 중요한 크리스털 탐지기가 이곳에 설치돼 이달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우주에는 보이지도 않고 존재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 전체 질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별도, 우주도, 생명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픽 박현정

김 교수는 2000년 과학기술부의 ‘창의적 연구과제’에 선정되면서 암흑물질 탐색을 시작했다. 재수, 삼수 끝에 얻은 성과였다.





세종대 김영덕, 연세대 김홍주 교수 등 15명의 과학자가 연구팀에 참여했다. 그는 “남들 다 하는 것은 매력이 없어서 암흑물질 찾기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연구지만 그는 실험실 공간이 지난해 터널 공사 중 우연히 생겼다며 ‘길조’라고 웃었다. 발전소를 짓는 한국중부발전도 김 교수를 적극 도와 줬다.

암흑물질은 전자, 원자 등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물질과 전혀 다른 새로운 물질이다. 보이지도 않고, 기존 물질과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아 옛날에는 존재조차 몰랐다.



김선기 교수가 지하 700m 깊이의 실험실 금고 앞에서 암흑물질을 찾는 데 쓰는 크리스털을 들고 있다. -양양=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암흑물질이 우주 질량의 90%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별도, 은하도, 생명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암흑물질이 실제로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한때 빛이 없는 갈색 왜성이나 블랙홀 등이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됐다. 지금은 윔프(WIMP), 가벼운 액시온, 중성미자 등 미세한 입자들이 유력하다. 이 중 김 교수가 찾는 것은 윔프다.

윔프는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Week Interactive Massive Particle)’를 뜻한다. 손톱 하나의 넓이에 초당 수십만 개가 날아오는 윔프는 수소 원자보다 100배나 무겁다. 1970년대 윔프의 개념을 창안한 사람이 자동차 사고로 죽은 한국인 물리학자 고 이휘소 박사다.





지하 실험실에 들어서자 김 교수가 윔프를 찾는 핵심 장치라며 30㎝ 길이의 하얀색 막대를 보여줬다. 세슘과 요오드로 만들어진 ‘크리스털’이다. 한 개에 1500만원이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윔프는 지구를 관통하며 아무 일 없이 지나가지만 아주 드물게 기존 물질과 충돌할 때가 있다. 윔프가 무게가 비슷한 세슘 원자에 충돌하면 녹색 빛이 나오고 이 빛을 검출하면 윔프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하루에 한 번만 나와도 엄청난 성공이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은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외국의 방식보다 효율이 높다”며 경쟁에서 승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몇 배 더 많은 연구비를 붓고 있는 10여개의 외국팀이 현재로선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 교수는 “2개인 크리스털을 올해 안에 10개로 늘릴 계획”이라며 “처음에 크리스털을 25개 설치하려고 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방해물도 많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과 또 다른 소립자들이다. 이들은 비슷한 반응을 일으키는 ‘가짜 윔프’다. 연구팀이 지하 깊숙이 실험실을 만든 것도 가짜 윔프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것도 모자라 연구팀은 탐지기를 몇 겹의 차폐재로 둘러싼 작은 방 크기의 금고에 넣는다. 30㎝ 두께의 오일 통, 15㎝ 두께의 납, 5㎝ 두께의 합성수지, 10cm 두께의 구리판이 탐지기를 가짜 윔프에서 보호한다. 금고 무게만 40t이다.

“암흑물질이 발견된다면 우리의 물질관에도 코페르니쿠스적인 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물질이 없었다면 우주도 우리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호기심을 풀기 위해 지하 700m의 이곳에서 밤을 새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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