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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껌과의 전쟁 과학자가 나선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기호식품 껌. 졸음을 방지하거나 입냄새를 없애주는 것은 기본이고 충치를 예방하거나 두뇌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기능을 지닌 껌까지 등장하고 있다. 껌은 이렇게 다양한 장점을 갖지만 동시에 만만치 않은 단점을 지닌다. 바로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껌이 일으키는 문제다. 최근 영국과 중국에서는 길바닥에 달라붙은 수많은 껌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데…. 급기야 한바탕 껌과의 전쟁을 치를 판이다. 껌과의 전쟁에 동원된 과학적인 노력을 살펴보자.






껌 밀수하면 1년형 받는 나라
껌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존재지만 가끔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다 씹고 버린 껌 때문이다.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 좌석에 버려진 껌이 옷에 달라붙어 낭패를 보거나, 학창시절 잘못을 저질러 교내 바닥에 붙은 껌을 제거하는 힘든 벌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껌을 제거하는 벌을 받던 어린 시절에는 우리만 이렇게 함부로 껌을 버린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거리에 버려진 껌이 선진국에서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바닥에 붙은 껌을 끌개로 떼어내는 모습.

작년 한해 동안 13억명의 중국 인구가 씹고서 내뱉은 껌이 무려 20억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춘절(구정) 연휴 1주일 동안 천안문 광장에 버려진 껌의 개수만 무려 60만개로 추정되고 있다. 하루에 인부 20-80명을 동원해 천안문 광장의 껌 자국들을 떼어내고 있으나 인부 1명이 하루에 떼어내는 껌은 1백g에 지나지 않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춘절 기간 천안문 광장의 껌 자국을 없애는데만 우리 돈으로 약 1억2천2백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한편 아시아에서 가장 생활의 질이 높다는 싱가포르는 공공건물을 더럽히고 청소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1992년부터 정부에서 껌의 수입과 제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껌을 밀수하면 1년의 징역 또는 5천5백달러(약 6백71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의료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껌인 경우만 수입하고 씹는 일이 허용된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는 어떨까. 매년 2억8천1백만파운드(약 5천4백억원)라는 엄청난 금액이 껌 소비에 사용되며, 그만큼 버려지는 껌도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영국도 껌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으며 껌 제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의 중심인 옥스퍼드 거리만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여행자도 즐겨 찾는 지역이라 쓰레기통이 많지만, 사람들은 껌을 종이에 싸서 버리기보다는 그냥 거리에 내뱉고 있다. 버려진 껌을 제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글래스고 시의회는 거리의 껌 제거에 20만파운드(약 3억8천4백만원)라는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세금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하며, 노스데번주의 상업도시 반스터플은 한번의 대청소에 1만6천파운드를 들이고 있다. 영국의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끈적이는 성질은 씹는 기분에 도움
바닥에 붙은 껌을 떼어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끈적끈적하게 접착하는 특성 때문이다. 껌의 이런 특성은 사람에게 씹는 기분을 아울러 가져다주기도 한다. 끈적이는 성질은 껌의 중요한 특징인 셈이다.

껌은 원래부터 질겅질겅 씹는데 사용되던 끈적끈적한 물질이다. 껌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마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유향수(乳香樹, mastic tree)의 수지로 추잉검 같은 물질을 만들어 씹었다고 하며, 마야에서도 사포딜라(sapodilla)나무의 수액을 채취한 후 끓여서 만든 치클(chicle)을 씹었다고 전해진다.


씹고 난 껌으로 만든 액세서리. 나름대로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유향수의 수지나 사포딜라나무의 수액은 껌 용도로 알맞게 끈적끈적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야족의 이런 습관은 아메리칸 인디언들인 아파치족, 코만치족, 케네벡족에 차례로 전수됐으며, 이후 콜럼부스의 신세계 발견과 함께 널리 전파됐다. 껌을 만드는데는 사포딜라나무 외에 가문비나무의 수액도 이용됐는데, 초기 아메리카 이주민들이 가문비나무 수액과 밀랍을 이용했다.





최근의 껌도 끈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껌은 각 회사의 특이한 성분 조성에 따라 제조되고 있으며, 자세한 조합은 회사의 비밀로 보호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공통적인 성분은 껌 베이스에 당분, 포도당 시럽, 연화제(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물질), 향료, 색소 등이다. 무설탕 껌은 당분과 포도당 시럽 대신에 솔비톨이나 아스파탐과 같은 설탕 대용물이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일리톨이 각광을 받고 있다. 껌 베이스는 식품 규격의 합성·천연 고분자 물질을 통해 제조되며, 연화제로 글리세린 등을 사용해 껌을 부드럽고 씹기 수월하게 만든다. 바로 껌 베이스에 끈적이는 성분이 포함된다.





껌의 제조 과정을 보더라도 껌 베이스의 끈적이는 성분은 다른 성분과의 결합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우선 베이스 성분을 녹여 여과하고 여기에 당분, 포도당 시럽, 향료, 색소 등의 성분을 물렁물렁한 상태가 유지될 정도의 온도에서 천천히 녹인다. 밀가루 반죽처럼 되면 이를 혼합기로 잘 섞은 후 성형기를 통해 평평하게 만들거나 압착해 둥글게 만들거나, 또는 당을 씌우는 방법으로 형태를 만든다.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진 껌은 48시간 동안 건조된 후 검사 과정을 거치고 포장돼 판매된다.





껌은 소비자가 씹을 때 입안의 체온과 타액으로 인해 부드러워지고 끈적끈적해진다. 만일 이런 껌이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다면 바닥에 착 달라붙는 일은 피할 수 없다.






고압의 물과 압축공기 동원
끈적끈적해 바닥에 꼭 들러붙은 껌을 어떻게 떼어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은 경우는 많은 인력을 동원해 끌개 같은 도구로 껌을 제거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끌개를 이용해 껌을 제거하고 있지만, 이 방법은 도로에 손상을 입히는 문제를 일으키고 일일이 사람이 작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껌을 좀더 효과적으로 떼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우선 껌에 뜨겁거나 차가운 물을 고압으로 살포하는 물리적인 방법이 있다. 또 리모넨(limonene)이라 불리는 구연산 용액, 인산염 수용액, SDS(도데실 황산나트륨)와 같은 세제(계면활성제) 등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이용해 껌의 화학적 결합력을 낮춘 후 고압의 물을 살포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한편 액체 질소로 껌을 얼려서 접착성을 없앤 후 고압의 압축공기로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레이저까지 이용한다고 하지만, 이들 방법 모두 효율은 그다지 높지 못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상태다.




영국에서 이같은 방법으로 껌을 제거하는데 연간 1억5천만파운드(약 2천8백8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껌 제조업체가 껌 제거에 드는 자금을 지원하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이 이를 거부한다면 제조업체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금은 곧바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또 2008년 하계 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 베이징도 껌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씹고 난 껌을 아무렇게나 뱉는데 1만2천원 정도의 벌금을 물리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 과학기술부는 8개 연구기관에 대해 약 1억4천6백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베이징 길바닥에 지저분하게 달라붙은 껌들을 떼어내기 위한 용해제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자연 분해되는 껌이 지닌 문제
만일 달라붙지 않는 껌이 개발된다면 바닥에 붙은 껌을 떼려고 애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실제로 1980년대부터 껌 및 식품 제조회사들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에 대한 개발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제품화는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예를 들어 1986년 미국의 나비스코(NABISCO) 사는 전체 성분의 5-30%를 수용성 전분 가수분해물로, 0-30%를 글리세린과 카르복시메틸 셀룰로오스(carboxymethyl cellulose)로 구성해 바닥에 달라붙지 않는 껌의 조성 특허를 취득했지만, 상품으로는 내놓지 못했다. 일본의 가네보(Kanebo) 사도 껌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접착성을 갖는 젖당, 탄산칼슘, 포화 지방산 등을 껌 베이스에 2-5% 첨가해 껌의 결합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껌, 즉 생분해성 껌은 어떨까. 지난 3월 25일자 영국 BBC 뉴스에서 런던 사우스뱅크대의 마틴 채플린 교수는 “달라붙지 않는 껌은 끈적거림이 없어 기존의 껌보다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히며, “생분해성 껌이 더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생분해성 껌을 개발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불용성인 껌을 수용성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껌이 수용성이 됨으로써 물에 녹아서 제거하기 쉽게 되고, 이에 따라 미생물 등에 의한 분해도 가속화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헤미셀룰로오스(hemicellulose), 폴리에스터,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olyhydroxyalkanoates) 등 수용성을 높인 생분해성 폴리머를 껌 베이스로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길거리에 버려지는 껌이 큰 사회문제다. 그래서 달라붙지 않는 껌이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분해되는 껌을 개발하려고 노력중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껌 제조업체인 윌리엄 리글리는 엘라스틴이 포함된 폴리머와 폴리락톤(polylactone)을 혼합시켜 불용성인 껌 베이스를 자연 분해되는 껌 베이스로 만든 바 있지만, 실제 제품으로 출하하지는 못했다. 왜 그랬을까. 새롭게 개발된 껌도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식용이 가능하고 맛과 향이 이전의 껌과 차이가 없어야 하지만, 수용성인 생분해성 껌은 기존의 껌과 비교해 물에 쉽게 녹는 탓에 껌의 씹히는 느낌이 덜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생분해성 껌은 기존의 껌과 비교해 제조가격이 현저히 높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껌 제조사들은 생분해성 껌의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울러 학교나 연구기관에서도 물리적 특성이 기존의 껌과 유사하면서 생분해성을 갖는 폴리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껌의 화학결합을 약화시키는 화학물질의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골칫거리인 껌을 손쉽게 제거하는 날도 머지않아 올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지금 당장은 껌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의 습관을 고치는 방법이 가장 중요할 듯하다.




타이어 될 뻔한 껌에서 위산 제거용 껌까지
껌은 1848년 미국의 존 커티스가 최초로 상업화시켜 판매했다. 1850년에는 향기를 갖는 파라핀 껌을 판매해 유명해졌다. 껌을 만드는 기계에 대한 특허는 1871년 미국의 토마스 애덤스가 받았다.




애덤스는 처음에 치클을 이용해 타이어를 만들려고 연구했지만, 시제품은 탄력성이 부족하고 쉽게 굳어지지도 않아 강에 버려질 운명에 처했다. 그러던 중 약국에서 파라핀으로 만들어진 껌을 보고는 치클로 껌을 만들어 상품화시켰다. 같은 시기에 약국을 경영하던 콜간이라는 사람은 치클에 향료를 넣어 향이 오래 지속되게 만들었다. 이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치클에 향료, 설탕, 첨가물 등을 넣는 방법이 고안되면서 오늘날처럼 맛있고 기능이 뛰어난 껌이 탄생한 것이다.





풍선껌은 1906년 미국의 프랭크 플리어가 회사를 설립하고 최초로 만들었지만 당시의 사람들은 구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1928년에야 풍선껌은 사람들에게 전파됐다. 프랭크 플리어 사에 근무하던 미국의 월터 다이머가 풍선껌에 분홍색 색소를 첨가해 제조했던 덕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풍선껌이 유럽의 암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했는데, 이런 이유로 이후 유럽의 암시장이 핑크마켓(Pink Market)이라 불렸다고 한다. 전쟁 당시 미군에게 지급됐던 껌이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퍼져나갔던 것이다.




현재 최고의 껌 제조회사는 윌리엄 리글리 사. 이 회사의 설립자인 미국의 윌리엄 리글리는 1914년 박하와 여러 과일 추출물을 치클에 넣어 껌을 제조했다. 특히 빵을 만들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베이킹파우더에 껌을 끼워주는 식의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능성 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자일리톨 함유 껌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자일리톨이 40% 이상 함유된 이 껌은 치아의 플라그를 감소시키고 충치 원인균인 뮤탄스균을 제거해준다고 한다. 이 외에 치아 미백 효과를 갖는 덱스트라나제, 인산칼슘, 천연칼슘을 포함한 껌을 비롯해 입냄새 제거용·졸음방지용·두뇌기능 활성화용·금연 및 니코틴 제거용 껌 등도 이미 판매되고 있다. 또 소화촉진, 다이어트, 혈액순환, 숙취해소 등에 좋은 30여건의 이색적인 기능성 껌들이 특허 출원돼 있는 상태이며, 혈액순환, 스트레스 해소, 성인병 예방, 체력증진, 적포도주 추출물 함유, 한방 등 갖가지 기능성을 지닌 껌도 개발중이다. 미국에서는 위산을 제거하는 껌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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