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연구소

척척박사 연구소과학이야기제목별로 보기해설이 있는 과학

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 외계생명체 찾는 첨단로봇들의 화성침공

9개의 눈 가진 쌍둥이 지질학자 나선
“신사숙녀 여러분, 정규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중대한 발표를 하겠습니다. 믿어지지 않지만, 오늘밤 뉴저지에 착륙한 이상한 존재는 바로 화성에서 온 침략부대입니다.” 이런 라디오방송이 나가자 당시 미국사람들은 굉장한 공포에 휩싸였다고 전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탄알을 장전한 총을 꽉 잡은 채 천장에 숨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도망쳤다는 다소 과장된 얘기도 있다. 사실 1938년 10월에 나간 이 방송은 첨단무기로 무장한 화성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조지 웰스의 SF소설 ‘우주전쟁’을 각색해 뉴스식으로 내보냈던 것인데,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샀던 것이다.

요즘은 이런 방송이 전파를 탄다면 말도 안된다며 웃어넘길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관측과 탐사에 따르면 화성은 모래바람만 황량한 붉은 행성일 뿐이니까.

하지만 아직도 인류는 비록 미생물 수준이라 할지라도 화성인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화성 표면에 내려 직접 땅을 파고 흙을 조사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사람이 직접 화성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로봇을 보내는 방법이 제격이다. 그래서 최근 화성인의 비밀을 파헤칠 탐사로봇이 잇따라 화성으로 향하고 있다. 지구에서 제작된 첨단탐사로봇이 맹렬히 ‘화성침공’에 나선 것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여행기간
지난 6월 2일 유럽우주기구(ESA)의 ‘화성특급’(Mars Express)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화성행 티켓을 끊었다. 화성특급에는 화성 표면에 착륙할 ‘비글2호’라는 탐사로봇이 실려있다. 곧이어 미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로봇인 화성탐사로버(Mars Exploration Rover) 2대가 뒤따랐다. 2대의 화성탐사로버는 외형과 성능이 똑같은 탐사로봇으로 공모전을 통해 9살짜리 한 소녀가 제안한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라는 이름을 얻었다. 쌍둥이 중 한대인 스피릿은 지난 6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으며 나머지 한대인 오퍼튜니티는 6월 말 우주로 떠난다.

한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 무려 3대의 탐사선이 화성으로 향한 셈이다. 화성 탐사뿐 아니라 다른 우주 탐사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왜 올여름 3대의 탐사선이 한꺼번에 화성 탐사를 떠나는 것일까.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로버가 화성 표면에 착륙한 후 탐사를 시작하는 상상도. 탐사로버는 9대의 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장비를 갖춘 첨단로봇이다.

화성이 지구에 유례없이 가까이 접근해 평소보다 탐사선의 여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화성과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다가 약 26개월마다 한번씩 가깝게 접근하는데, 화성과 지구의 궤도가 타원이기 때문에 화성과 지구가 접근하는 거리는 매번 달라진다. 15-17년에 한번씩은 접근거리가 더욱 짧아지는 현상(대접근)이 나타난다. 올여름에는 이런 대접근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가까워지는 대접근이 펼쳐진다. 평소라면 탐사선이 화성에 도달하는데 10-12달이 필요하지만 이번에는 6-7달이면 충분하다. 또 가까운 만큼 화성 표면에서 탐사로봇이 얻은 정보를 지구에 전송하는데도 유리하다. 화성에 대한 사진이나 탐사자료도 더 많이 지구로 보낼 수 있다.

이들 3대의 탐사선이 화성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 밖에서 생명체가 기대되는 가장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화성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화성에 생명체가 있는지 또는 있었는지는 논란거리다.







과연 물이 만든 지형일까
지난 5월 17일자 영국의 BBC 뉴스 인터넷판은 일부에서 외계 미생물의 잔해가 화석화된 것이라고 믿는 화성운석의 특징이 지구의 물속에서 재현됐다는 연구결과를 전했다. 폴란드과학아카데미의 조제프 카즈미에르차크 교수와 독일 다름슈타트공대의 스테판 켐페 교수가 터키의 반 호수에서 화산암석과 석회질 뾰족탑을 발견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미세한 특징이 유명한 화성운석 ALH84001에 나타나는 미생물 같은 구조와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들 암석과 뾰족탑은 광합성하는 시아노박테리아의 서식처이기 때문에 이런 미세구조가 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해 생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침전에 의해 자연히 형성됐을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런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성암석을 직접 조사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화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하기 전에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물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현재 화성 표면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없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38억년 전 화성이 지금과 완전히 다르게 물이 풍부하고 따뜻한 행성이었다는데 동의한다.


물이 흘러 형성된 것처럼 보이는 화성 협곡의 모습. 많은 과학자들은 과거 한때 화성에 물이 풍부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화성의 지형에서는 과거에 방대한 양의 물이 흘러 형성됐을 만한 계곡이나 강바닥을 닮은 특징이 보인다. 하지만 35억년 전 갑자기 화성의 기후는 급격하게 바뀌었고 오늘날처럼 메마르고 차가운 행성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많던 물은 어디로 갔을까. 현재로서는 화성 표면 아래로 스며들어 암석에 붙잡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NASA의 화성탐사선 ‘오디세이’가 지난해 표면 아래 1m 정도까지 관측한 결과 극지방에서 위도 60°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상당량 얼음의 존재가 추정됐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화성 표면에 많은 양의 물이 흘렀는지는 아직까지 논란중이다. 물에 의해 만들어졌을 만한 특징이 액체 이산화탄소나, 기체 이산화탄소가 운반하는 암석 부스러기에 의해 생겼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물리학 연구저널’(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최근호에는 이런 주장을 불식시킬 만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의 닐 콜먼 박사가 화성의 크리세 평원에 나타난 거대협곡들을 조사한 결과, 길이가 2천km나 넘게 얽혀 있는 이들 거대협곡은 방대한 양의 물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물론 화성에 물이 있었거나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으려면 화성에 가야 한다. 화성 표면에서 탐사할 이번 화성탐사로봇 삼총사에게 기대를 걸 만한 목표다.






착륙지 선정에 안전성도 중요
지구를 출발한지 7개월쯤 후 화성탐사로봇 삼총사가 착륙할 곳은 어디일까. 당연히 물과 관련된 지형이다. 아울러 착륙시 얼마나 위험할 것인가 하는 점도 고려됐다. 물을 찾는다는 과학적 목적과 탐사로봇이 무사히 착륙해야 한다는 안전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 과학적 가치와 공학적 안전성이 균형을 이루는 곳을 착륙지점으로 선정한 것이다.





특히 NASA의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쌍둥이 로봇을 착륙시킬 장소에 대해 1백55개의 후보지를 놓고 2년 동안 격론을 벌였다. 마침내 NASA는 최종 착륙지점 두곳을 결정해 지난 4월 11일 발표했다. 먼저 화성으로 향한 스피릿이 착륙할 장소는 화성 적도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는 구세프 크레이터(Gusev Crater)다. 이 거대한 크레이터(운석충돌구)는 한때 강물이 몰려들어 호수처럼 채워졌던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하나의 탐사로봇 오퍼튜니티의 착륙예정지는 화성 반대편 적도에서 남쪽으로 2° 떨어져 있는 메리디아니 평원(Meridiani Planum)이다. 이 평원은 물에서 형성됐을 수 있는 산화철 광물(적철광)의 퇴적물이 들어간 옛날 암석을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우주기구(ESA)의 화성특급에서 분리된 소형탐사선 비글2호가 착륙할 지점은 NASA의 쌍둥이로봇의 경우보다 이른 때인 2000년 12월에 선정됐다. 올해 12월쯤 비글2호는 쌍둥이 로봇보다 더 북쪽에 있는 이시디스 평원(Isidis Planitia)에 안착할 계획이다. 이시디스 평원은 북위 5°에서 20°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비글2호가 착륙할 장소는 북위 10° 지점이다. 착륙예정지의 위도는 화성의 차가운 온도에서 탐사선이 적당하게 기능을 발휘할 가장 높은 위도다. 또한 경사가 급하지 않고 먼지도 그리 많지 않다. 이곳은 퇴적분지이기 때문에 유럽의 과학자들은 내심 생명체의 흔적까지 기대하고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이동탐사
유럽과 미국의 화성탐사로봇은 여러 측면에서 비교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독무대나 다름이 없던 화성탐사에 유럽이 도전장을 내민 반면, 미국은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인탐사로봇을 두대나 보내며 앞선 기술로 자존심을 지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두가지 화성탐사계획은 서로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각자의 과학적 목표를 갖고 있다. 이들 탐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우선 내년 1월 화성에 도착하는 NASA의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살펴보자. 1997년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던 깜직한 탐사로봇 소저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벌써부터 흥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쌍둥이 탐사로봇이 방탄조끼용 섬유소재인 케블라가 사용된 낙하산과 4개의 에어백을 이용해 무사히 표면에 착륙한다면 이들의 활약은 소저너를 능가할 전망이다.

화성 표면 아래를 보여주는 상상도. 어딘가에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물이 있을지 모른다.

‘로봇 지질학자’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저너가 단순히 기술을 시험하는 용도였다면,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진짜 과학탐사를 할 수 있는 탐사로봇이다. 무게 11kg, 키 32cm인 소저너에 비해 이번 탐사로봇은 무게가 1백85kg, 키가 1백57cm이다. 탐사로봇은 덩치만 큰 게 아니라 넓은 시야, 똑똑한 지능, 놀라운 기동성을 자랑한다. 9대의 카메라를 갖고 있는데, 위험을 피하는데 4대, 계획대로 움직이는데 2대, 파노라마 촬영에 2대, 현미경용에 1대가 쓰인다. 1백28MB의 메모리를 내장한 고성능 컴퓨터를 장착하고 있어 각종 상황에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다. 즉 몸통의 균형을 잡고 표면의 경사각을 추정하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또 탐사로봇은 소저너가 탐사기간 동안 내내 돌아다닌 거리인 1백m 정도를 하루면 이동할 수 있다.





로봇 지질학자는 지질학자가 현장으로 가져가는 도구뿐 아니라 지질학자가 수집한 표본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과학장비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풍화된 암석의 표면을 벗겨내는 도구를 지니고 있어 신선한 암석 표면을 자세하게 연구할 수 있다.

화성에서 로봇 지질학자의 하루는 어떨까. 태양열로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에 화성시간으로 오전 9시에 일어나서 오후 2-3시까지 활동한 후 그동안 탐사한 자료를 지구로 보낸다. 그뒤 로봇은 ‘잠자러’ 가지만, 지구의 과학자들은 탐사자료를 이해하고 다음날 아침 일련의 지시를 내리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탐사로봇은 물과 관련되는 화성의 환경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 화성 표면의 암석 표본을 조사함으로써 성분과 함께 형성조건을 밝혀낼 수 있다. 특히 철이 포함된 광물은 액체 상태의 물과 강하게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대상이다. 붉은 화성 토양은 수십억년 전 행성이 습하고 따뜻할 때 형성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현재 산화 대기와 상호작용으로 생긴 것일까. 물론 쌍둥이 탐사로봇은 화성이 간직한 물의 과거, 물이 있었던 위치, 암석이나 토양과의 지질학적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아울러 화성에서 존재하는 물의 역사를 밝힌다면 생명체의 존재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판 비글호 항해기
사실 ESA의 화성특급이 NASA의 쌍둥이 탐사로봇보다 화성 궤도에 먼저 도착한다. 이후 영국에서 제작된 소형착륙선 비글2호가 화성특급의 궤도선에서 분리된다. 찰스 다윈의 배에서 이름을 따온 비글2호는 5일 간 화성 궤도를 돌다가 신중하게 화성 표면으로 내려간다. 화성 대기에 진입한 후에는 낙하산을 펼치면서 속도를 줄이고 마지막에는 3개의 에어백을 부풀려 안전하게 착륙한다. ESA는 착륙시기를 올해 크리스마스에 맞춰놓고 있다.

무게 30kg이 채 안되는 비글2호가 계획된 이시디스 평원에 무사히 도착하면 태양전지판과 각종 실험장비를 조가비처럼 펼친다. 물론 비글2호는 NASA의 탐사로봇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되지는 않았다. 로봇팔에는 한쌍의 파노라마 카메라, 두 종류의 분광계, 광학현미경, 암석 분쇄기, ‘두더지 로봇’(mole)이 달려 있고 본체에는 미니 실험실이 갖춰져 있다. 로봇팔은 주변의 암석과 토양을 부수거나 파서 표본을 얻고 이들을 미니 실험실로 보낸다.


이번에 화성에서 활약할 쌍둥이 탐사로버 중 하나인 오퍼튜니티(왼쪽)가 1997년 화성 표면을 돌아다녔던 소형로버 소저너의 예비모델과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 쌍둥이 탐사로버는 소저너보다 덩치만 큰 게 아니라 시야가 넓고 똑똑하며 기동성이 뛰어나다.

특히 로봇팔에 얇고 긴 케이블로 연결된 두더지 로봇의 활약이 기대된다. 30cm 길이의 연필처럼 생긴 두더지 로봇은 내장된 스프링을 이용해 화성 표면을 기어다니다가 땅을 파고 들어갈 수 있다. 두더지 로봇은 표면 아래 1.5m 정도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고, 끝에 달린 ‘입’으로 소량의 표본을 수집한다. ‘오디세이’호에 의해 화성 표면 아래에서 상당량 얼음의 존재가 추정됐기 때문에 두더지 로봇의 역할은 중요하다. 어디선가 물을 발견하고 생명체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미니 실험실에서는 표본을 분석해 생명체의 ‘화학적 지문’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제도에 가서 진화론의 확신을 얻었듯이 비글2호는 화성인이 존재하는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현대판 ‘비글호 항해기’가 나오지 않을까.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1월에는 무려 7대의 탐사선이 공중과 지상에서 화성을 입체적으로 탐사하게 될 것이다. 현재 화성 궤도에서 활약중인 기존의 탐사선 화성 오디세이와 화성 전역 서베이어를 비롯해 ESA의 화성특급 궤도선과 착륙선 비글2호, NASA의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그리고 일본의 화성궤도선 노조미가 새롭게 화성 탐사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보낸 첨단탐사선의 협공에 화성인도 두손 들고 나타나지 않을까.




내과학상자담기  E-MAIL 프린트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RSS

나도 한마디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목록


내 당근 보러가기

내 뱃지 보러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