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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잡는 사나이로 변신한 물리학자


지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상 괴물로 꼽히는 태풍.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나라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제15호 태풍 ‘루사’(RUSA)는 2백46명(사망 2백13명, 실종 33명)의 인명피해와 5조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냄으로써 역대 태풍 중 최고의 재산피해액을 기록했다.

태풍은 우리에게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요 자연재해일 뿐일까. 지금까지 인류는 제방을 쌓고 도로, 하천, 농경지를 정비하며 배수장을 점검하는 등 수동적인 대비를 하고선 그저 태풍이 비켜가거나 피해를 적게 입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태풍을 제압할 수 있을지 모른다. 태풍잡는 사나이를 꿈꾸는 과학자가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천연가스 이용이 발단
버나드 이스트런드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미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핵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경험이 있는 물리학자다. 그는 자신의 집이 두번이나 토네이도에 당했던 적이 있다. 이 일이 훗날 그에게 태풍잡는 사나이가 되는 자극제가 됐다.
이스트런드 박사의 아이디어는 전자레인지에서 쓰이는 마이크로파로 강력한 저기압이 형성해놓은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제압한다는 것.

그의 대담한 아이디어의 발단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틀랜틱 리치필드라는 석유탐사회사는 이스트런드 박사에게 알래스카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를 이용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천연가스는 에너지로 환산하면 값이 약 3×1021J로, 에너지 소비가 가장 심한 나라인 미국이 10년 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애틀랜틱 리치필드 사는 본래 알래스카에서 미국까지 파이프를 연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일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래서 여러가지 다른 용도를 찾았던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미사일 방어망이었다. 천연가스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변환한 후 이를 안테나로 전리층에 쏘아줌으로써 탄도 미사일 방패를 만든다는 것이다.




태풍의 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음식을 빠른 시간 내 데워주는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 방법이 물리학자에 의해 제안됐다.

전리층은 지구 대기층의 한 영역으로 지표로부터 약 50km 이상에서 나타난다. 이 고도의 대기에는 전자 또는 양이온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 전리층에 수백만MW(메가와트, 106W)나 되는 강력한 마이크로파를 쏨으로써 지구 전자기장으로 가둬진 거대한 전자구름을 발생시킬 수 있다. 만약 탄도 미사일이 이 구름 속으로 떨어지면, 전자들이 미사일 내 화약을 터뜨려 탄두를 폭발시킨다는 착상이다.

당시 미 국방부는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했던 별들의 전쟁(Star Wars) 기술에 한창 열중해 있었기 때문에 애틀랜틱 리치필드 사의 이런 아이디어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스트런드 박사는 그렇게 무지막지한 전력이 기상 제어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막대한 전력을 이용해 알래스카 상공을 지나가는 수천km 길이, 수백km의 폭, 그리고 수백m 높이의 고속 제트기류의 방향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것은 태풍이나 토네이도와 같은 거친 기상 현상도 제어할 수 있다는 착상에까지 이르렀다.

태풍을 제어하는 과학자의 노력은 이스트런드 이전부터 있었다. 1940-1950년대 고체 이산화탄소인 드라이아이스나 요오드화은 가루를 구름에 뿌려서 가뭄을 없애려는 연구들이 행해졌다. 이 방법은 드라이아이스 몇통으로 태풍을 길들이겠다는 대담한 착상으로까지 이어졌던 적이 있다.








구름씨 이용한 태풍 길들이기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거대한 회오리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고, 심지어 한해 동안 송전하는 전기보다 많은 에너지를 하루만에 쏟아 붇는 태풍을 몇통의 드라이아이스로 제어하겠다는 ‘무모한’ 착상이 가능했을까.

이는 1940년대 후반 노벨상 수상자인 화학자 랭뮤어가 “태풍이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는 “태풍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열대지방의 뜨겁고 습한 공기에서 태풍을 낳는 에너지 순환”이라면서 “이 에너지 순환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으로도 전체 태풍을 불안정하게 하는데 충분하다”고 제안했다. 작은 영향이 커다란 효과를 낸다는 개념이다.


태풍제어에 필요한 막대한 마이크로파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이 개념은 에드워드 로렌츠가 기상 현상에서 카오스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확인됐다. 이후 기상학자들은 기상 현상에서 강한 비선형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이 비선형성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다음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로 종종 표현된다. 기상의 비선형성은 마이크로파를 사용해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없앨 수 있다는 이스트런드 박사의 새로운 기상 제어 방법에 힘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적은 전력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이스트런드 박사가 전자기파로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제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태풍이나 토네이도는 일반적으로 따뜻하고 습기찬 공기가 상공에 있는 더 차가운 공기층을 통과해 위쪽으로 뚫고 올라가는 격렬한 뇌우 안에서 시작된다. 공기는 상승하면서 냉각되고, 습기는 비나 우박으로 응결하기 시작한다. 이 공기는 차갑고 무거워지면서 비가 돼 다시 하강하고, 부분적으로 지구 자전의 영향 하에서 자신을 감싸면서 회오리바람 형태를 갖는다.







우주태양광발전으로 마이크로파 발생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낳을 만큼 충분히 강력한 폭풍으로부터 항상 태풍이나 토네이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차갑고 비가 내리는 하강기류가 태풍이나 토네이도 생성의 필수불가결한 에너지 흐름인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하강기류가 바로 태풍이나 토네이도의 아킬레스건임이 확실할 것이다. 만약 강력한 마이크로파 빔으로 그곳을 조사(照射)하면, 이로 인한 가열이 태풍이나 토네이도가 생성될 수 있게 하는 에너지 흐름을 차단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이크로파는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우는데 사용되는 전자기파 영역이다. 이것은 물에 잘 흡수되는 성질이 있어 습기를 포함한 음식을 수분만에 데울 수 있다. 이런 원리로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생성하는 공기 덩어리를 가열시켜 비구름의 형성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먼 하늘에서 마이크로파를 태풍의 아킬레스건인 지점으로 정확하게 쏠 수 있을지가 아직은 의문이다.

그렇다면 태풍의 강력한 에너지 흐름을 꺾을 수 있는 마이크로파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이스트런드 박사는 우주태양광발전소를 이용하면 필요한 마이크로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태양광발전소는 1960년대 후반에 최초로 제안돼, 미항공우주국(NASA)이 이를 미래의 대체 에너지원 중 하나로 고려했고,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과학동아 2003년 6월호 ‘태양에너지 무선전송시대 열린다’ 참조). 기본 아이디어는 수십km 크기의 거대한 태양전지 패널을 갖춘 위성들의 망이 태양광을 모아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구의 수전소로 전력을 전송하는 것이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작은 수km 지름의 태양전지판을 갖는 우주태양광발전소로도 10억W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 태풍이나 토네이도에게 상당한 타격을 손쉽게 줄 수 있다. 다만 여기에 쓰일 마이크로파 레이더 시스템은 하강기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수십m의 분해능을 필요로 한다. 각각의 우주태양광발전소에 수증기와 빗방울에 흡수되는 10-1백GHz(기가헤르츠, 1GHz=109Hz) 사이의 주파수를 갖는 마이크로파 빔을 촘촘하게 집광시켜 하강기류에 비추고 10억W의 전력으로 강타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그렇게 엄청난 타격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굉장히 복잡한 비선형 효과가 모두 관련되기 때문이다.





비선형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가 동원돼야 한다. 실제로 미 오클라호마대의 폭풍 해석 및 예측 연구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 중 하나인 크레이 C90으로 격렬한 기상현상에 대해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최근 토네이도에서 차갑고 비가 실린 하강기류에 마이크로파를 강타했을 때의 열 발생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이 이뤄졌다.

그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마이크로파 빔이 토네이도 형성을 정말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파 빔을 이용해 차갑고 비가 내리는 하강기류를 없앴다. 아직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마이크로파 빔에 의한 열이 부력을 제공함으로써 하강기류의 하강 속도를 늦췄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됐다. 즉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면 그 공기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휩쓸고 갈 정도로 빨리 내려오지 않는다. 그리고 충분한 열을 공급하면, 하강 기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일도 가능하다. 아예 태풍이나 토네이도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남아있는 문제들
그러나 마이크로파로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제어할 수 있다고 해도 저 먼 하늘에서 그렇게 강력한 전자기파를 가한다는 생각은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이때의 전력밀도는 약 1W/cm2으로 전자레인지 안의 전력밀도와 비슷하다. 지구의 일부 상공이 한순간 전자레인지 안에 놓이는 셈이다.

하지만 이스트런드 박사의 계산에 따르면 폭풍 아래에 서있는 사람은 안전하다. 하강기류의 물방울들이 상당한 양의 마이크로파를 흡수해서 땅에 도달하는 양은 굉장히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폭풍과 마이크로파 빔 사이를 비행기가 지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 문제는 마이크로파 빔을 쏘아주는 우주태양광발전소의 레이더가 이를 탐지해 비행기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빔을 정지시키는 것으로 해결된다.




토네이도와 태풍 같은 기상현상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복잡한 비선형 과정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도 기상괴물의 정확한 형태와 세력을 예측할 수 없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날씨 제어의 또다른 문제는 지구 위 저 높이 떠있는 위성이 그런 강력한 마이크로파 빔을 필요한 곳에만 전송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지궤도에서 이 일을 한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또한 태풍이나 토네이도가 어디로 갈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마이크로파 빔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상에 설치한다면 훨씬 더 많은 마이크로파 발생시설이 있어야 하고 그 결과 비용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훨씬 큰 그림의 세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이크로파 날씨 제어에 담긴 모든 기술적 또는 환경적 문제들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해결돼야 할 것이다. 물론 안전에 대해 세심한 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태풍이나 토네이도 제어 기술이 제대로 될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누군가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길들일 수 있다는 굉장한 착상을 갖고 있다고 하자. 그래서 그것을 시도해보고 태풍이나 토네이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 성공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러한 까다로운 수수께끼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굉장히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정말로 무엇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태풍이나 토네이도의 정확한 형태와 세력을 정밀하게 예측하는데는 크레이 C90과 같은 슈퍼컴퓨터조차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분명히 태풍과 토네이도 같은 기상 현상들은 엄청나게 복잡한 비선형 과정을 통해 거대한 힘을 발산한다. 하지만 바로 그 복잡성이 기상 제어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비선형성은 강력한 마이크로파 에너지를 투입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형태와 방향으로 변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은 먼저 엄청난 계산 능력을 지닌 슈퍼컴퓨터의 정교한 시뮬레이션으로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돼야 한다. 이를 통해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막을 수 있다고 증명이 되면, 그 다음으로 이같은 심각한 기상 현상을 이로운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다. 21세기에 태풍 제어가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 태풍과 토네이도의 차이 |
태풍은 해면 기온이 26.5℃ 이상인 바다 위에서 생성되고 토네이도는 찬기류가 더운기류와 갑자기 만나는 육지에서 발생한다. 태풍의 경우 선풍계가 수평방향으로 확대되는데 비해 토네이도는 수직방향으로 발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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