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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치료'


20대 중반의 여성. 별명이 ‘중성’이다. 물들인 군복 바지에 작업복 바지를 입고 군화를 신고 다녔다. 얼굴도 예쁘고 목소리도 곱지만 말투는 남성이었다. 말술에다 어떤 일에서도 남학생에게 지는 일이 없었다. 그는 정신분석가를 찾아 정신분석을 받는 과정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경험을 기억해 냈다. 딸 부잣집의 장녀였던 자신을 유난히도 예뻐했던 아버지가 무심결에 “녀석, 고추 하나만 달고 나오지” 하고 말했던 것. 그는 이전부터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남근 선망’(여자 아이가 주로 4∼6세에 음경이 있기를 바라는 것)을 갖고 있었는데 이 일이 계기가 돼 골목대장을 맡는 등 남성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정신분석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화려한 분홍빛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선을 보러 간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여성의 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전남대병원 정신과 이무석 교수의 ‘정신분석에로의 초대’에서)




국내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이트가 창시한 정신분석을 받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최근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정신분석가의 진료실 문을 열기 시작했다. 수십 명이 거의 매일 정신분석을 받고 있으며 1000여명이 매주 한 번 이상 ‘약식 정신분석’을 받고 있다.

1950∼70년대 미국의 상류층에서는 정신분석을 받는 것이 유행이었다. 사교장에서는 정신분석이 주요한 대화 소재였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소파처럼 안락한 의자인 ‘카우치’에 누워 정신분석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국제정신분석학회가 공인한 분석가가 한 명도 없었다. 공인을 받으려면 영어로 분석할 줄 알아야 하고 국제학회의 진입장벽도 높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은 환자가 자유로운 연상을 통해 무의식의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서울대병원 정도언 교수가 정신분석을 받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 김미옥/동아일보 기자

그러나 내년 초 서울대 의대 정도언 교수와 정신과 전문의 홍태규 박사(전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분석가로 공인받기로 예정돼 있고 6, 7명이 조만간 공인을 받을 전망이다.

▽정신분석은 어떻게?=정신분석은 전문가가 매주 4, 5회씩 45∼50분 환자의 무의식에 있는 갈등을 치유한다. 이 작업은 대개 1∼2년이 걸린다.

국내에서는 정신분석을 받을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이 적은 데다 전문가도 적기 때문에 매주 1, 2회 정신과 의사가 정신분석학 이론을 바탕으로 마음의 갈등을 풀어 주는, 약식 정신분석인 ‘심층 정신 치료’가 성행하고 있다.

정신분석이나 심층 정신 치료를 받으려면 먼저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질환 때문에 마음에 병이 왔다면 원인부터 치료해야 하기 때문.

다음으로 분석가는 환자와 대화하며 치료 효과가 있을지 등을 확인하고 치료 계획을 짜는 예비 면담시간을 갖는다.





정식으로 분석에 들어가면 피분석자는 아늑한 실내에서 카우치에 누워 천장을 보며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얘기한다. 분석가는 피분석자의 자유연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마주 보지 않고 뒤에서 지켜본다. 분석가는 중간 중간에 “혹시 방금하신 말이 이런 뜻입니까” 등의 말을 하며 피분석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의 갈등을 밝혀 내도록 돕는다.

요즘 TV 프로에는 아이가 어떤 대상에 대해 설명하면 어른들이 그 대상을 맞추는 게임이 있는데 정신 분석가는 아이의 말처럼 의미 없어 보이는 말을 여러 각도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정신분석의 대상과 효과=정식이나 약식이나 모든 사람이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우선 보통 이상의 지능과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이 잘 모르는 마음의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려는 동기가 확고해야 한다. 한 사람 이상과 오랫동안 친한 적이 있어 남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자신의 성격 문제 때문에 우울하거나 불안한 사람이 적합하며 특히 인격의 형성이 비정상적인 인격장애자가 분석을 받으면 좋다.





단순히 자신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으로만 도전하면 중도하차하기 십상이다. 정신분열병 환자는 정신분석의 대상은 아니지만 심층 정신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랜 과정을 거쳐 정신분석이 끝나면 피분석자는 자신의 마음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

“시야가 좁고 뿌옇던 사람이 맑고 넓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현실과 환경이 안 바뀌어도 인격이 성숙해져 고통과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됩니다.”(정도언 교수)







정신분석학 관련 용어
▽정신 지정학설=프로이트가 비교적 초기에 주창한 이론. 아무도 몰랐던 무의식의 세계를 끄집어낸 당시로서는 획기적 이론. 프로이트는 사람의 마음이 △겉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의식 △보통 때에는 의식할 수 없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의식의 세계로 나오는 전의식(前意識) △무의식의 세계로 구성된다고 봤다. 의식은 성욕 열등감 폭력성 등을 무의식의 영역에 가둬 두고 이 때문에 사람은 알 수 없는 갈등에 시달린다는 것.

▽성격구조론=프로이트가 후기에 주창했고 정신지정학설을 보완하는 이론. 마음은 △윤리적, 규범적인 역할을 하는 ‘초자아’ △원초적 본능인 ‘이드’ △초자아와 이드를 조정해 현실을 살아가는 ‘자아’로 구성된다고 봤다.

▽심리테스트=원래는 정신의 개인 차이를 평가하기 위한 모든 검사법을 가리키는 말로 성격, 지능, 학력, 적성 등 다양한 분야의 평가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무의식을 평가하는 검사를 주로 가리킨다. 특정한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점이 흐트러진 그림을 보며 무엇이 생각나는가 등을 묻는다. 그러나 최근 TV 쇼에서 하듯 퀴즈를 내고 즉시 심리유형을 분석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것이 정신분석 전문가의 설명.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양대 과학자로 선정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분석심리학=프로이트와 학문적으로 동지의 길을 걷다 결별한 카를 구스타프 융이 주창한 이론을 토대로 한 심리치료법. 융은 프로이트의 초기 이론을 비판하고 개인은 원초적 무의식인 집단적 무의식을 갖고 태어난다고 봤다. 이 이론은 무의식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강조하며 꿈의 해석을 중시한다. 치료 때에는 분석가와 피분석자가 매주 1, 2번 마주 앉아 대화를 통해 마음의 갈등을 치유한다. 국내에서는 이부영 박사(전 서울대 교수)의 노력으로 정신분석학보다 먼저 보급됐고 이 박사와 한오수, 이죽내, 이유경, 이보섭, 서동혁 박사 등 6명이 국제학회의 공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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