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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기술로 속도 장벽에 도전한다


자동차에 밀려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철도가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21세기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울 차세대 철도들은 철도 고유의 장점에다 흉내낼 수 없는 저마다의 능력을 뽐내고 있다. 속도 한계에 도전하는 고속전철, 먼지와 소음이 없는 자기부상열차, 무인자동으로 운행되는 경량전철이 그 주인공들이다. 우리나라에서 곧 실용화될 예정인 첨단 철도들을 만나본다.

김기환 단장은 한국형 고속전철 프로젝트의 수장으로서 전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번 기고문은 김 단장을 중심으로 고속전철 개발의 핵심 4인방이 모두 참여해 전문분야를 소개했다. 정경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고속전철기술개발사업단장은 차량 디자인과 제작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박춘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 신뢰성평가팀장은 고속전철의 신뢰성 평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김석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 시운전시험팀장은 성능평가와 시운전을 담당하고 있다.




2004년 4월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우리나라도 고속철도를 운행하는 나라의 대열에 진입한다. 고속철도 시대를 눈앞에 둔 최근 차세대 한국형 고속전철이 경부고속철도 시험선구간에서 시속 3백km를 돌파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고속전철은 고속철도 설계기술과 핵심부품, 차량제작기술의 확보라는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통해 건설, 운영, 유지보수기술을 얻은 우리나라는 한국형 고속전철을 통해 세계 5번째로 명실상부한 고속철도 기술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철도기술 세계 수준으로 올려라
우리나라의 고속전철기술개발사업은 경부고속철도가 도입될 때까지 우리 철도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1990년대 초반 시작됐다. 철도기술이 선진국의 26.4%에 불과한 상황에서 시작된 야심찬 대형 연구개발프로젝트였다.

건설교통부는 떼제베(TGV)로 유명한 프랑스 알스톰사에서 도입되는 KTX(경부고속철도차량)를 바탕으로 순수 우리기술로 첨단기술을 집약한 차세대 한국형 고속전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먼저 철도관련 산업체·학계·연구소의 기술역량을 한데 모아 고속전철 개발 관련 국가연구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고속전철 기술개발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우리기술로 제작된 국산 고속전철. 최고속도는 외국에서 도입한 경부고속철도차량(KTX)보다 시간당 50km가 더 빠른 시속 3백50km다.

고속전철기술개발사업은 건설교통부를 중심으로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의 협조로 1996년 12월부터 2002년10월까지 6년 동안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주축으로 (주)로템, 현대중공업, LG산전, 유진기공 등 산·학·연 1백29개 기관이 참여했다. 박사연구원 1백12명을 포함해 한해 평균 9백37명의 연구인력이 동원됐으며, 총 2천1백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결국 2002년 4월 한국형 고속전철의 시제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 7량으로 구성된 시제차량은 무게 3백30t, 길이 1백45m로, 현재 시운전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다.





고속전철기술개발사업은 단순히 KTX를 통해 외국에서 이전되는 기술을 답습하지 않고 한단계 발전시킨 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한국형 고속전철은 경부고속철도와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국내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최신 첨단기술을 적용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미래형 고속전철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진에 의해 설계돼, 주요 핵심기술에서 디자인까지 한국 고유의 모델로 국산화율은 92%에 달한다.






핵심부품 모두 ‘Made in Korea’
한국형 고속전철을 살펴보면 가장 앞부분의 유선형 모양이 눈에 띤다. 고속전철의 가장 앞부분에 위치한 동력차는 열차 전체를 끌고 가면서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한국 고유의 고속전철 여행문화 형성을 위한 통합디자인 개념이 적용됐다.

동력차의 겉모습은 시속 2백km 이상 고속주행시 발생하는 공기저항과 소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첨단 공기역학 컴퓨터 해석프로그램을 활용해 설계·제작됐다. 앞의 코 부분에서부터 지붕까지 단일곡선을 유지하는 돌고래 형상의 유선형 구조이고 바퀴에는 커버가 씌워진 형태다. 그 결과 공기저항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소음감소 효과도 얻었다.


지난 11월 1일 국산 고속전철 시승행사에 참여한 과학동아 독자시승단.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40명의 시승단은 첨단 철도기술을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동력차의 운전실 내부는 안전운행을 위해 운전자의 피로를 최소화하고 작업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간공학이 적용됐다. 운전실 내부와 운전대는 단순하면서도 조작이 편리하도록 기기가 배치돼 있다.

또한 만약의 충돌 사태가 발생해도 승객을 보호하는 안전설계가 적용됐다. 운전실 앞부분에 마치 벌집처럼 생긴 에너지 흡수구조가 설치돼 있다. 그 결과 3백30t인 고속전철이 시속 22km로 벽에 정면 충돌할 때 받는 6MJ(메가줄, 1MJ=106J)의 충격에너지까지 완전히 흡수할 정도로 안전성이 향상됐다.

열차의 최고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열차의 무게를 감소시켜야 한다. 무게가 적게 나가면 동력이 적게 소비되고, 남는 힘을 그만큼 속도를 높이는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객차는 일반적으로 열차에 사용되는 강철구조 대신 알루미늄 압출재가 사용됐다.

고속전철에 필요한 핵심장치의 국산화도 주목할 만하다. 견인전동기는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장치로 열차 전체에 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형 고속전철은 1.1MW(메가와트, 1MW=106W)급 고출력 유도전동기를 탑재하고 있는데,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함으로써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신 전력반도체 소자를 적용해 제어가 용이한 추진제어시스템도 갖췄다. 주변압기는 고속전철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로, KTX에 비해 용량은 약 20% 증가한 반면 무게는 약 15% 감소됐다. 주전력 변환장치는 견인전동기에 공급되는 전압과 주파수를 제어해 열차의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다. 세계 최초로 가장 진보한 전력용 반도체소자(IGCT)를 대용량 기기에 적용해 효율과 제어성능을 향상시켰다. 전기적 간섭을 유발하는 유해한 전파도 기존 전기철도에 비해 약 49% 감소됐다.

고속전철이 안정적으로 주행하기 위해서는 차량에 필요한 전원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런 기능을 맡고있는 핵심 부품이 지붕에 달려있는 판토그라프다. 판토그라프는 소음문제를 극복하고 열차의 최고속도를 결정하는 핵심기술 중 하나로 수차례의 시험·설계·보완과정을 거쳐서 국산화에 성공했다.







4백여 센서가 운행상태 파악해
고속전철이 실제 운행되기 위해서는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와 신경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 부분도 우리기술로 설계·제작됐다. 선두 열차에는 주 컴퓨터가, 나머지 열차에는 부 컴퓨터가 설치돼 운전자의 명령을 각 장치에 전달해 정확히 동작할 수 있다.

각 장치의 동작상황을 조사하는 컴퓨터 모니터링을 통해 운전자가 열차의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와 장치 간을 연결하는 신경망에는 세계적인 표준으로 정착하고 있는 TCN(Train Communication Network) 방식이 사용됐다.


세련된 형상의 고속전철 옆면. 국산 고속전철은 경부고속철도차량이 사용하는 선로와 전차선 등 시설물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고속열차에 적합한 높은 제동력을 얻을 수 있는 와전류 제동시스템이 개발됐다. 전자석을 이용한 방법으로 마모와 소음이 없다는 장점도 지닌다. 또 열차가 빠른 속도로 터널을 지날 때 압력의 갑작스런 변화로 승객이 귀가 멍해지는 이명현상을 줄이기 위해 객실 자동압력조절시스템이 개발됐다. 터널이 많이 필요한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탑승객의 편의를 의해 꼭 필요한 장치라 할 수 있다.

특히 고속전철이 고속으로 안전하게 주행하기 위해 신호를 주고받는 열차제어장치를 눈여겨 볼만하다. 기존의 궤도에 설치된 신호정보를 해독하고 차량에 연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열차제어장치는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에 운행될 다른 열차에 곧 적용될 예정이다.

개발된 열차의 성능을 평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의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기술은 열차 개발에 핵심적이다. 세계적으로 몇몇 국가만이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속전철개발사업을 통해 세계의 다른 고속열차와 성능을 비교하고 시험, 평가, 검증하는 자체 기술이 마련됐다. 한국형 고속전철 개발이 획기적인 기술개발 성과로 평가되는 이유도 설계, 해석, 제작, 시험평가까지 종합적인 시스템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산·학·연 개발팀은 충청북도 강외면 경부고속철도 오송기지에서 철도청과 고속철도건설공단의 협조를 받아 지난 2002년 8월 19일 시속 60km부터 시제차량 시험운행을 시작했다. 안전성을 검토하면서 조금씩 속도를 높여, 1년여만인 지난 9월 17일에는 시속 3백km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순탄하게 계속 속도를 증가시킨 것은 아니다. 차량의 흔들림이 발생하는 등 여러 차례 기술적 오류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진이 밤을 지새며 고민하고 원인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시스템의 성능분석과 평가를 위해 한국형 고속전철 시제열차에는 계측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4백여곳에 전자검지기(센서)를 부착해, 열차의 동작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이렇게 취득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면 설계된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어떤 부품인지를 알 수 있다.







철마는 남북 넘어 대륙을 꿈꾼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는 노량진과 제물포 간 경인선 철도로 첫 운행은 1899년 9월 18일 시작됐다. 이후 무려 1백4년만에 한국형 고속전철이 시속 3백km 주행에 성공했다. 경부고속철도와 함께 우리 철도역사에 하나의 커다란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이다.

고속전철은 대량수송능력과 환경친화성, 안전성 등 철도 고유의 장점에 신속성까지 겸비해 ‘철도 르네상스’를 가져올 첨단교통수단으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속전철은 철도선진국인 일본과 유럽에서 국가와 도시 간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호주, 대만, 러시아 등이 고속전철을 건설하거나 계획하고 있으며, 세계 전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고속전철이 운행되려면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연결돼야 한다. 국산 고속전철은 세계적 표준으로 정착되고 있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고속전철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국내 철도산업의 육성과 국내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었다. 고속전철의 최고 운행속도는 날로 고속화돼 가고 있으며, 앞으로 시속 3백-3백50km 속도를 만족시키는 고속전철의 상업화가 예상되고 있다. 또한 통일된 규격으로 호환성을 지닌 고속전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시장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한국형 고속전철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고속전철 기술을 독자 보유함으로써 고속철도 차량 수출이 가능하며 아울러 신호시스템과 선로구축물 관련 기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고속전철기술은 도시철도와 일반철도의 고속화와 안전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직접 사용될 수 있다. 미래의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한 대체에너지 수송수단 개발과 환경 공해를 방지하는 청정에너지 수송수단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국형 고속전철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나라의 철도산업계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남북의 철도연계와 대륙철도 연결에 대비한 국내 철도산업과 관련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기술 파급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한국형 고속전철은 앞으로도 계속해 속도를 높여가며 신기록을 갱신할 계획이다. 2007년부터 운행할 계획인 호남고속철도 등 국내에 계획중인 신규 고속철도 노선의 차량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적용가능성을 검토중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성능이 입증되면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2007년까지는 승객을 태우고 운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적 완성도와 신뢰성, 안전성을 입증한다는 목표로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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