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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도 ‘웰빙’ 필요할까 - ‘가축복지 과학’ 떠올라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정신적인 여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개념인 웰빙(wellbeing)이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고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적으로 인간 못지않게 ‘가축의 웰빙’도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람이 제대로 살기에도 바쁜 마당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가축은 고기질이 현격히 떨어진다. 또 좁은 우리에서 오랫동안 갇혀 지낸 탓에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도축 전 48시간이 육질 좌우=지난달 26일 서울 농협중앙회에서는 한국동물자원과학회 주최로 ‘동물복지와 환경친화적 동물 생산’이란 제목의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여기에서 진주산업대 동물소재공학과 김두환 교수는 “돼지가 살아있을 때 좋은 복지 상태에 있어야 고기의 품질도 좋아진다”며 “특히 도축 전 48시간 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느냐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가축의 육질을 평가할 때 ‘PSE육’은 불량품으로 구분된다. 색깔이 엷고(Pale) 흐물거리며(Soft) 뻘건 물이 빠져나와 흥건해진(Exudative) 고기를 말한다. 제아무리 상등품 부위라 해도 PSE육으로 판정을 받으면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져 농가로서도 손실이 크다.

가장 큰 원인은 도축 전 최대 48시간 동안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근육이 경직되고 단백질이 변성되는 등 몸의 생리현상이 급격히 변한 데 있다.

닭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료의 깃털을 마구 쪼아댄다. 특히 닭장에 오래 갇혀 지내면 이런 현상이 심해져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예를 들어 도축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30분 이하일 때 PSE육 발생률은 29.5%인 데 비해 1시간 이상이면 40%에 달한다. 가축을 운반할 때는 사람을 태웠을 때보다 아무래도 급정거와 급발진 등 거친 운전을 하기가 쉽다. 그래서 수송 시간이 길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육질이 떨어진다는 것.

도살 방법도 중요한 변수다. 전기충격(18.5%)이나 이산화탄소가스(4%)를 이용하는 방법에 비해 이마를 때리는 타액법의 경우 43%의 PSE육이 발생했다.

김 교수는 “6개월간 잘 길러놓은 돼지를 도축 과정에서 지나친 스트레스를 주는 바람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가축의 안정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가 병 부른다=고기나 우유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밀집 사육장이 각종 질병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오물이 넘치고 몸 돌릴 틈이 없는 공간에 가둬진 사육장에서 돼지콜레라나 조류독감이 엄습하면 손쓸 시간도 없이 떼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의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이 있다. 경상대 수의학과 연성찬 교수는 “닭이 오랫동안 갇혀 지내 생긴 스트레스를 풀 곳이라고는 옆 칸의 동료밖에 없다”며 “쉴 새 없이 서로를 쪼아대는 통에 깃털이 많이 뽑히고, 심한 경우 상처가 생겨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 털이 줄어들면 몸의 열손실이 빨라 이를 보충하느라 사료를 더 많이 먹게 돼 양계업자에게도 손실을 준다.





소는 비교적 환기가 잘 되는 외양간에서 지내다 보니 닭처럼 ‘폐쇄성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다만 누가 우위에 있는지 힘겨루기를 하는 통에 뜻하지 않은 관절염이 생긴다. 이 힘겨루기는 다름 아닌 ‘오래 서 있기’. 상대보다 덩치가 크다는 점을 과시하려고 눕지 않고 계속 서 있다 보니 발굽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가축의 복지는 사람의 복지=가축의 복지 문제는 외국과의 무역에서도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2013년까지 어미돼지(모돈)의 ‘임신방’을 없애야 한다는 법령을 채택한 바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모돈의 임신방은 고작해야 앉고 서고 앞뒤로 약간만 움직일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다. 모돈의 임신기간은 114일.

김 교수는 “한국도 이런 추세에 맞춰 가지 않으면 2013년 후에는 돼지고기를 주요 수출국인 일본 등에 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뉴욕 타임스는 미국에서 ‘가축복지학’이라는 신생 학문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축의 심리를 연구해 최소한 도살되기 전까지나마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해주자는 취지에서다.

연 교수는 “가축의 복지는 결국 인간의 복지와 직결된다”며 “정부가 국내 농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세계적인 흐름에 대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을 위해 가축도 웰빙(wellbeing)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축의 복지에 적신호가 울리면 육질이 크게 떨어지는 등 인간의 복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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