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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생애중반에 폐경맞나


많은 중년여성들이 더 이상 월경을 하지 않게 되는 폐경기에 이르면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떳떳하게 폐경을 맞이해도 될 것 같다. 폐경 이후의 삶에는 자신보다는 자손을 먼저 생각하는 자연의 숭고한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셰필드대의 비르피 루마나 박사는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캐나다와 핀란드에서 살았던 2800명 여성들의 가족사를 조사해 폐경을 지난 할머니가 자손의 번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11일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할머니가 오래 산 가족에서는 아들딸이 더 빨리 결혼을 했으며 그들이 낳은 자식들, 즉 할머니 손자 손녀의 터울도 짧았다. 그리고 이들이 탈 없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비율도 높았다.

생물의 존재이유는 번식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은 죽을 때까지 생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45세 전후에 폐경을 맞이해 더 이상 생식을 할 수 없음에도 70세 정도까지 장수한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제시된 것이 바로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이다.

인간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다른 동물보다 길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서 아이를 낳았다가는 자식이 혼자 힘으로 살 수 있을 때까지 제대로 지켜줄 수가 없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아이를 낳는 일이 위험해진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 직접 아이를 낳기보다는 이미 낳은 자식들이나 손자들을 보살피는 것이 같은 유전자를 가진 후손의 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할머니 가설’에 따르면 여성이 폐경 이후에도 장수하는 것은 손자 손녀를 보살펴 자손을 번창시키기 위한 인류의 진화전략이다. 인간의 경우 어머니의 보살핌이 필요한 유아기와 청소년기가 길기 때문에 일찍 생식을 중단하고 자손을 돌보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는데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루마나 박사는 “여성들은 폐경 이후 10년마다 평균적으로 2명의 손자들을 더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할머니들이 자식들에게 아이들을 키우는 경험을 전달하고 직접 손자들의 양육에도 도움을 줘 자식들이 아이를 갖는 데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폐경 이후의 삶이 자손의 번창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역으로 자식들이 폐경을 맞아 더 이상 돌볼 손자가 없어질 때 할머니들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며 사망률도 증가한다는 데서도 알 수 있었다.

조사 대상이 된 할머니들은 나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문화면에서 아주 다양해 이번 조사결과가 사회문화적인 요인보다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할머니 가설’이 세상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97년 미국 유타대의 인류학자인 크리스틴 혹스 교수가 아프리카의 한 원시부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그는 1980년대에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사는 원시부족을 연구했는데 폐경을 지난 50∼70세의 여성들이 채집활동을 주로 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부족은 농경을 하지 않고 남성의 사냥과 여성의 채집을 통해 먹을 것을 해결하는데 사냥감이 부족한 데다 그마저 사냥에 성공한 가족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채집활동이 더 중요하다. 할머니들은 과일이나 벌꿀, 나무뿌리 등을 구해와 딸이나 며느리, 조카딸의 아기들이 젖을 뗀 후에 건강하게 자라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의학의 혜택을 받지 못해 평균수명이 40세 이하인 원시부족에서도 여성의 3분의 1 이상이 폐경기를 지난 나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에서는 그 비율이 3% 이하에 불과하다.

루마나 박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핀란드 투르쿠대의 미르카 라흐덴페라 박사는 “폐경 이후의 삶은 손자를 돌보기 위한 것이라는 할머니 가설은 생애 중간에 폐경을 맞는 원인을 완벽하게 해명하기에는 불충분하지만 최소한 폐경 이후 장수하는 이유는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45세 전후에 폐경을 맞아 더 이상 자손을 낳지 않지만, 침팬지(위 사진)와 기본원숭이 등 동물들은 거의 생애 마지막까지 생식을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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