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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깔 좋은 딸기가 몸에도 좋다


흑백화면이 계속되는 지루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면 우리 눈은 총천연색이 펼쳐지는 색의 향연에 빠져든다. 연두빛 새싹, 샛노란 개나리, 분홍빛 진달래와 연분홍 벚꽃까지. 그러나 이런 파스텔톤의 색들로는 아직 성이 차지 않는다.

이때 선명한 빛깔로, 좀더 강렬한 색의 자극을 기다리는 우리 눈을 만족시키는 대상이 등장한다. 바로 딸기다. 립스틱보다 붉은 딸기열매와 초록색의 꼭지가 연출하는 뚜렷한 보색대비는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딸기는 씨방이 부풀어 열매가 되는 다른 과실과 달리 꽃받침통이 자라 과육이 된다. 그 결과 씨앗이 과육 속이 아닌 밖에 촘촘히 박혀있다. 지금은 딸기가 흔하지만, 사실 딸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지는 고작 1백년밖에 안됐다. 딸기의 원산지는 아메리카로 약 2백년전 유럽에서 품종개량을 통해 오늘날의 식용 딸기가 나왔다.




딸기의 색이 붉은 까닭은 색소인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은 페놀구조를 띤 화합물인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이다. 딸기에는 안토시아닌 외에도 다양한 플라보노이드가 들어있는데 이들은 강한 항산화 작용과 항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코넬대 루이하이 리우 교수팀은 8가지 품종의 딸기를 대상으로 항산화 특성을 분석한 결과 플라보노이드를 많이 함유한 품종이 항산화 특성도 더 컸다고 지난해 ‘농업 및 식품화학저널’에 발표했다. 색이 선명한 딸기일수록 몸에도 더 좋은 셈이다.






딸기맛 우유에는 딸기가 없다
딸기는 색상 못지않게 특유의 달콤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인지 딸기는 케이크를 비롯한 많은 식품에 즐겨 쓰인다. 또 아이스크림이나 우유 같은 다양한 가공식품에도 딸기향이 첨가되고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천연 딸기향 대신 인공적으로 합성한 향이 쓰이고 있다.
향료 회사인 아로마라인의 오재순 이사는 “딸기에서 추출한 천연 딸기향은 값이 비싸기 때문에 그 성분을 모방해 합성한 인공향을 쓴다”며 “인공향의 경우 ‘딸기맛 우유’처럼 제품명에 ‘맛’이라는 용어를 반드시 써야한다”고 말했다. 바나나맛 우유나 바닐라맛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 경우다.

최근에는 천연 딸기가 첨가된 식품이 점차 늘고 있다. 오 이사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강하고 단순한 향에서 싸구려 이미지를 느낀다”며 “따라서 천연 딸기를 첨가해 좀더 미묘한 향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인공 딸기향도 과거 10여종의 원료를 섞던 것에서 최근에는 20여종을 블렌딩해 천연향에 가까운 느낌을 주고 있다.

좀더 풍부한 딸기의 맛과 향을 경험하려면 5월 중순 밭딸기가 나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딸기는 원래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원예연구소 시설원예시험장 정재완 연구사는 “지금은 온실재배 기술로 사시사철 접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제때에 강한 햇빛을 받고 자란 딸기가 맛과 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우리 주위에는 딸기를 잘 먹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큼직하고 먹음직스러운 겉모습이 오히려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이들은 딸기가 이렇게 자랄 수 있는 것이 성장호르몬과 농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정 연구사는 “예전에 비해 딸기가 훨씬 커진게 사실”이라며 “이는 성장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이뤄진 품질개량 덕분”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딸기의 가장 큰 약점인 보관성을 개선한 품종개발이 한창이다. 좀더 단단한 과육을 갖는 품종이 나오면 유통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직이 워낙 연약한 과일이다 보니 병충해에도 약할 것이고 따라서 재배시 농약을 과도하게 쓸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정 연구사는 “딸기는 수시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벌이 수분을 담당한다”며 “섣불리 농약을 쓸 경우 벌이 죽기 때문에 농사 자체가 안 된다”고 말한다. 농약을 거의 쓰지 않으므로 먹기 전에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딸기 한접시면 춘곤증 안녕
봄이 돼 기온이 올라가면 겨울철 움추렸던 몸이 깨어나고 활동이 늘어나면서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늘어난다. 이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을때 나타나는 피로증상이 바로 춘곤증이다. 이때 온몸의 나른함을 한방에 날려버리는데 딸기가 그만이다. 딸기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딸기 1백g에는 비타민C가 82mg들어있다. 사과(4mg)나 포도(5mg)는 물론 대표적인 비타민C 과일인 귤(54mg)과 키위(27mg)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딸기 5-6개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를 모두 섭취할 수 있다. 이밖에도 비타민B1과 철분, 칼슘 등 무기질도 풍부하다.

한편 딸기에 들어있는 ‘일래직산’(ellagic acid)은 항암효과가 있으며 심장병을 완화하고 상처치유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노팅햄대 리처드 미텐 명예교수는 “딸기에는 인체에 유익한 여러 성분들이 골고루 들어있다”며 “이들이 암세포의 성장을 늦출 뿐 아니라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자들은 매일 딸기를 먹을 경우 암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딸기만 먹어도 좋지만 우유나 크림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딸기가 이들 식품의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백희영 교수는 “딸기에 들어있는 구연산은 칼슘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억제하고 비타민C는 철분을 몸에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환원시키는 작용이 있다”고 말한다.

눈과 코와 입을 즐겁게 하면서 몸에도 활력을 주는 봄의 전령 딸기. 따뜻한 봄볕 아래에서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음이 밀려올 때는 싱그러운 딸기 한접시가 보약인 셈이다.






날로 인기가 높아지는 복분자딸기
프랑스 향료회사샤라보의 한국지사장 이씨는 최근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한국을 방문한 본사 직원과의 저녁 회식자리에서 복분자주를 내놓았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던 것. 자국의 와인보다 훨씬 맛있다며 연신 잔을 비워내던 그는 귀국시 한병 챙겨 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근에는 복분자주스도 나와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의 원료는 물론 복분자딸기다. 복분자딸기는 산딸기와 비슷한데 분류상으로 나무딸기(raspberry)로 불리는 장미과 루버스(Rubus)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들을 비롯, 7-8종의 나무딸기가 자생하고 있다. 한편 딸기는 장미과 프래가리아(Fragaria)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나무딸기와는 먼 친척 뻘이다.




최근 복분자딸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건강에 좋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 ‘요강을 뒤엎는 과실’이란 뜻인 복분자(覆盆子)라는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한방에서 강장제로 쓰인다. 고창복분자시험장 이희권 연구사는 “동물실험결과 복분자주가 남성호르몬 수치를 최고 16배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복분자가 성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는 말이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노화억제에 관련된 항산화작용,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살균작용 등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최근에는 잎에서 얻은 추출물이 퇴행성관절염이나 신경세포의 염증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사는 “복분자딸기의 약리작용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라며 “추출물 중 약효 성분을 분리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복분자딸기에서 신약이 나올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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