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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상태 요구르트가 입속에서는 액체로…22일 세계 유변학 총회


얼핏 생각하면 과학자들이 ‘한가해 보이는’ 논쟁을 벌이는 듯하다. ‘화장품을 발랐을 때 좀 더 촉촉한 느낌을 가지려면?’ ‘밀가루를 어떻게 반죽해야 빵이 더 쫄깃해질까’ 등 다른 토론 주제들을 보면 더 그렇다. 혹시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제품개선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일까.

그렇지 않다. 700여명 참석자들은 대부분 생물학 물리학 화학 수학 등 기초학문에 매진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 관심분야는 한 가지, 유변학(流變學)이다.

유변학은 일반인에게 낯설게 들리지만 1929년 미국에서 학문으로 정착됐으니 무려 75년의 역사를 가진다. 한마디로 액체와 고체의 중간쯤 되는 물체가 연구대상이다. 즉 액체의 끈끈한 성질(점성), 그리고 힘이 가해졌을 때 자기 모습을 지켜내는 고체의 탄력(탄성)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물체를 다룬다. 이런 물체에 적절한 힘을 가해 내부 입자의 흐름(流)과 변화(變)를 제어한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물체에 힘(스트레스)이 가해졌을 때의 변화를 탐구한다는 의미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학문’으로 불린다고.


피부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화장품, 입안에서 살살 녹는 요구르트, 인체의 혈액. 이들은 모두 물처럼 흐르는 액체, 그리고 못처럼 딱딱한 고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 그 흐름과 변화를 제어하는 학문인 유변학이 첨단산업의 근간을 일며 부상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연구 대상은 매우 광범위하다. 요구르트 화장품 등 일상용품은 물론 혈액이나 타액처럼 인체를 구성하는 유체도 해당된다. 최근에는 첨단 디스플레이의 표면처리 기술에도 활발히 적용된다.

경북대 기계공학부 신세현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동맥경화 등의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그는 “콜레스테롤 등이 많이 쌓이면 혈관이 막힌다고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정작 심혈관 질환 사망자 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는 기존의 화학적 검사결과가 ‘정상’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무려 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관 내 입자(적혈구)가 응집된 정도, 혈액의 끈끈한 성질 등 유변학적 정보를 알아내면 나머지 50%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개발해 온 혈관진단용 일회용 키트를 이번 대회에서 선보일 예정.

고려대 화학공학과 김종엽 교수는 ‘인공혈액’의 개발을 앞당길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수혈용으로 부족한 혈액을 대체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혈액 구성요소와 비슷한 성분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입자(적혈구)들이 자꾸 혈관벽에 부딪치고 나아가지를 못했다.

김 교수는 “혈액의 점성을 고려해 입자를 적당한 수로 골고루 분산시키는 실험을 수행했다”며 “입자가 관 한가운데로 몰려 재빨리 흘러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대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대학원장 현재천 교수는 “한국이 유변학을 기반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첨단 디스플레이의 표면처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데 전기·전자공학만 동원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유변학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대형화면을 만들 때 어느 각도에서 봐도 똑같은 화질을 실현하는 일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컴퓨터나 TV의 디스플레이 표면에는 통상 6개 정도의 얇은 필름이 덮여있다. 필름들은 각각 화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빛이 우리 눈에 균일하게 퍼져보이게 하고, 외부 빛에 반사가 안 되며, 먼지가 달라붙지 않게 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 핵심기술은 각 필름에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가진 입자들을 얼마나 골고루 퍼지게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현 원장은 “현재 대형화면을 구현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라며 “세계 시장을 선점하려면 전자회로를 구현하는 능력뿐 아니라 유변학적 생산공정이 필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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