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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의 세계에 ‘相生의 룰’ 있다


우리 몸은 매일 수많은 바이러스, 세균 등의 외부 침입자와 싸워야 한다. 침입자의 종류가 다양하듯이 이에 대항하는 아군인 면역세포의 종류도 다양하다. 면역세포의 대장은 바로 ‘T림프구’다. T림프구는 병원균과 싸우기도 하지만 어느 것이 병원균인지를 구분해 다른 면역세포들에게 알려준다. T림프구가 반응하지 못하면 전체 면역시스템은 망가진다. 에이즈가 무서운 이유도 에이즈 바이러스가 T림프구만 공격해 우리 몸의 방어체계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T림프구는 어떻게 많은 종류의 병원균을 인식하고 공격할까. 먼저 흔한 감기에서 아프리카 오지의 희귀한 질병까지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T림프구를 갖추는 것이 한 방법이다. 노래방에서 분위기에 따라 잘 부르는 애창곡의 레퍼토리가 다양하면 좋듯이 T림프구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인체에서 세포의 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T림프구의 ‘레퍼토리’에도 한계가 있다. 우리 몸의 T림프구는 항상 일정한 수에서 최대한의 다양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 문제는 지난 10년간 풀리지 않는 비밀이었다.

최근 한국 과학자가 이 비밀을 풀었다.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의 박정현(朴正昡·37·사진) 박사가 세계 최고의 면역학회지인 ‘이뮤니티(Immunity)’ 8월호에 처음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박 박사는 18, 19일 이틀간 본보와의 e메일과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그 비밀을 털어놓았다.



박 박사는 T림프구가 살아남기 위해 ‘인터류킨7’이라는 호르몬을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터류킨7은 T림프구에게 ‘여기 공간이 충분하니 살아가라’는 생존신호를 보낸다.

체내에는 일정한 양의 인터류킨7만 존재한다.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T림프구만 살아남고 결국 T림프구는 특정 종류만 남아 다양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돼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이는 ‘경쟁과 다양성의 패러독스’로 불렸다.

이 문제를 푸는 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박 박사는 아버지인 박순영 교수(연세대 철학과)의 조언을 곰곰이 새겨들었다. 사회에는 경쟁만 있어서는 안 되고 서로 나눠주며 양보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

박 박사는 “생태계에서 항상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T림프구를 살펴보니 다른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역설적으로 한번 인터류킨7의 생존신호를 받은 T림프구는 12시간 동안 다시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다. 그동안 인터류킨7을 다른 T림프구에게 양보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T림프구는 표면에서 인터류킨7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를 세포 안으로 거둬들이고 한동안 내놓지 않는다. 박 박사는 이때 중요하게 관여하는 유전자도 밝혀냈다. ‘GFI1’이라는 유전자가 인터류킨7 수용체를 내놓지 못하게 억제한다는 것.

이는 형질 전환으로 GFI1 유전자를 없앤 쥐 실험에서 확인됐다. 이 쥐의 T림프구는 보통 T림프구와 달리 인터류킨7의 생존신호를 받은 후에도 계속 수용체를 내밀어 인터류킨7을 독식하려 든다. 이런 ‘이기적’ 행동으로 전체 T림프구의 수와 다양성은 줄었다. 따라서 전체 면역시스템의 기능이 떨어지고 쥐는 채 3개월도 못돼 죽었다. 정상 쥐의 수명은 2년이다.

박 박사는 “이번 연구는 면역계 질환인 백혈병이나 에이즈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 이식을 한 후나 에이즈 치료 후에 인터류킨7을 투여하면 T림프구의 면역시스템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인터류킨7을 골수 이식 환자에게 투여하는 초기 임상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박 박사는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에서 면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5년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근무한 후 2001년 7월부터 NCI의 정식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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