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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있는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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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은 숨쉬어야 한다

대부도 - 방조제로 갯벌의 생명력이 시들다
지난 7월 2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동아문화센터에 전국 16개 시·도에서 선발된 중·고교 생물교사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초면이라 자기소개를 하면서 서먹함을 풀었다. 오전 10시 정각 교사들을 태운 버스는 경기도 안산 대부도를 향해 출발했다. 대부도라는 푯말을 따라 버스가 좌회전하자 끝없이 쭉 뻗어있는 도로가 나타난다. 버스는 길이가 장장 12.6km에 이르는 시화방조제 도로로 빨려 들어갔다.

왼쪽을 둘러봐도 오른쪽을 둘러봐도 모두 끝없는 바다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왼쪽은 환경오염 문제로 말도 많았던 바로 ‘시화호’다. 담수호를 포기하고 해수를 유입시켜 되살린 시화호는 넓이가 무려 50km2로 바다처럼 보인다. 10여분만에 방조제를 관통한 버스는 대부도의 한 바지락칼국수집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여러분께 귀한 분을 소개합니다. 안산시청 환경위생과에서 일하고 계신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 선생님입니다.”
4박5일간 탐사팀을 이끌 대구대 과학교육학부 윤성규 교수는 자리를 잡자마자 누군가를 소개한다. 얼굴이 낯설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주위에서 “TV 오락프로그램 ‘주주클럽’에 나오는 분이네!”하는 소리가 들린다.
“요즘 촬영하느라 좀 힘드네요. 칼국수 맛있게 드시고 저와 함께 갯벌에 나가시죠.”
잠시 후 일행은 모두 녹색 장화를 신고 한자리에 섰다. 즉석에서 4개조를 짜고 갯벌을 탐사할 장비를 지급받은 뒤 갯벌로 나섰다. 시커먼 갯벌을 향해 10여m쯤 걸어 들어가자 발이 빠지기 시작한다. “어이쿠!” “조심조심!” 발목이 넘게 들어가는 갯벌에 몸의 중심을 잃고 당황한 교사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각 조별로 맡은 영역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빠짐없이 채집해야 합니다.”
교사들은 윤 교수의 지도에 따라 사방 50cm, 깊이 30cm 안의 갯벌을 체로 쳐서 남아있는 동물들을 통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생각보다 수집된 양이 많지 않다. 저만치에서 호미로 갯벌을 뒤엎고 있는 최종인씨가 보인다.





“최 선생님, 뭐 하세요?”
“갯벌이 영 시원찮아요. 예전엔 이 정도 파면 바지락이 10여개는 나왔을 텐데 겨우 1개뿐이네요.”
이게 다 시화방조제 때문이라며 최씨는 굽혔던 허리를 편다.
“게다가 이제는 관광지가 돼서 생활폐수도 들어오고 사람들 발길도 잦고….”
갯벌은 엄지손톱만한 게들이 가끔 눈에 띨 뿐 조용하다. 자세히 보니 새끼손톱만한 고둥이 여기저기 보인다.
“서해비단고둥입니다. 물에 씻어 자세히 보세요. 색깔이 예쁘죠.”
윤 교수의 설명이다. 이 곳은 육지와 가까워 염분이 낮은 곳에 잘 사는 종류가 우점종이라고 한다.
“이것 좀 보세요. 특이하죠?”





열심히 체질을 하던 천안여중 김철회 교사가 뭔가를 들고 와 기자의 손바닥 위에 내려놓는다. 허옇게 생긴 물체인데 느낌이 끈적끈적하다. 자세히 보니 달팽이류 같은데 껍질이 없다.
“민챙이입니다. 민챙이는 부드러운 몸으로 이동하려다보니 점액을 분비하게 됐죠. 일종의 윤활유인 셈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유심히 보니 갯벌이 묻은 민챙이가 여기저기 보인다. 끈적거리는 느낌이 왠지 싫은 기자는 민챙이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느라 갯벌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채집을 마치고 남쪽으로 이동한 일행은 저녁 8시가 다 돼 첫날 숙소인 태안의 한 민박집에 도착했다. 교사들은 얼큰한 우럭매운탕을 먹고 나서 식탁을 치운 뒤 그 자리에 실험실을 차렸다. 조별로 채집한 견본들을 분리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다.
“어머, 어머, 세상에 이게 뭐야!”
현미경을 들여다보던 성남 매송중 장영복 교사의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도대체 뭔데…?’ 한참 줄을 선 끝에 기자의 차례가 됐다. 렌즈 속에는 파이프 끝부분 같은 흰 형태가 있는데 가장자리에 4개의 날카로운 톱니가 안쪽으로 나 있다.
“이건 치로리미갑갯지렁이의 이빨입니다. 이걸로 먹이를 꽉 물죠.”
교사들의 채집을 도와 하루종일 동분서주했던 윤병선 조교의 설명이다. 어느새 시간은 밤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신두리사구 - 개발의 위협에 신음하는 모래언덕
아침 6시. 일찍 잠이 깬 기자는 숙소에서 10여분을 걸어 만리포해수욕장을 찾았다. 한적한 해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자니 누가 어깨를 툭 친다.
“잘 잤나요?”
뒤돌아보니 윤 교수가 웃고 있다. 혼자 해변을 거닐다 윤 교수를 찾으니 저만치에서 모래를 뒤적거리고 있다.
“뭐 하세요?”
“민들조개입니다. 보세요. 이 녀석이 어떻게 모래 속으로 들어가는지.”
윤 교수가 민들조개를 모래 위에 내려놓자 곧 작업을 시작한다. 자세히 보니 몸을 세운 뒤 모래 속으로 쏙쏙 들어간다. 조개가 이처럼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다니 신기하다.
“먼저 발을 모래 속으로 뻗은 뒤 발끝으로 혈액이 몰리게 합니다. 그 결과 발끝이 배의 닻 역할을 해서 몸체를 아래로 끌어당기면서 모래 속으로 파고들죠.”


대부도 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밤고둥과 황해비단고둥(Umbonium thomasi). 흔히 서해비단고둥으로 불린다.

오전에 천리포수목원을 둘러본 일행은 태안반도를 거슬러 올라가 신두리해수욕장에 들어섰다. 4km에 이르는 해변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데 북쪽 일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두리 사구’다. 해안사구(砂丘), 즉 바닷가모래언덕은 해류에 의해 바닷가로 밀려온 모래가 바람 때문에 오랜 시간을 거쳐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된 퇴적지형이다. 이 지역은 특히 겨울철에 강한 북서계절풍이 부는데 약 1만5천년에 걸쳐 사구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남 해안으로 종종 현장학습을 나온다는 김철회 교사는 “원래는 해변 전체가 잘 발달된 해안사구였다”며 “저렇게 사구 중간에 건물을 짓고 나서 모래가 쓸려 내려갔다”며 남쪽의 해수욕장을 가리킨다. 건물이 바람을 막아 모래의 이동방향이 바뀐 것이다.
“외국에서는 사구가 끝나는 뒤편에 건물을 짓게 한다고 합니다. 지역주민들이 조금만 양보했어도 보존이 가능했을 텐데….”
강릉 경포여중의 장연희 교사 역시 안타까운 눈빛으로 해변에 바짝 붙어 늘어서 있는 횟집과 여관을 바라본다. 신두리 사구로 가는 길에도 숙박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2001년에 북쪽이나마 천연기념물(4백31호)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신두리 사구는 역사 속의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문화재청에 경고한다!!! 사유재산권 침해하지 마라!!!’
‘본 지역에서 문화재청장의 허가없이 문화재 보존·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처벌됨을 알려드립니다.’
사구 입구에는 서로 다른 입장의 경고문이 나란히 붙어있다. 현지주민과 행정당국간 갈등의 원인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역의 대부분이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일행은 착잡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래언덕이라지만 땅은 각종 풀들로 덮여 있어 ‘사막’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군데군데 아름다운 진분홍 해당화가 펴 있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라는 노래가사처럼 이 식물은 바닷바람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사구 탐사를 마친 일행은 신두리해수욕장으로 내려가 전날과 같은 방법으로 동물을 채집했다. 모래사장 이곳저곳에는 콩알만한 모래덩어리들이 널려있다. 윤 교수는 “콩게아과의 엽낭게는 모래표면에 묻어있는 유기물을 훑어먹고 이렇게 알갱이 형태로 내뱉는다”며 덩어리 옆 구멍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엽낭게를 가리킨다. 콩을 잔뜩 뿌려놓은 듯 모래사장 곳곳에 널려있는 덩어리를 바라보면서 교사들은 “엽낭게는 먹성이 대단한 녀석인가 보다”며 한바탕 웃었다.



새만금과 압해도 - 더위 피해 돌밑 모여있는 집게무리 발견
충남 태안을 떠나 전북 부안을 향해 달리던 버스에 개량한복을 입은 아저씨가 올라타더니 다짜고짜 시 한수를 읊는다. ‘갯벌이 바닷물을 그리며’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낭송한 익산YMCA의 유희영 사무총장이다. 12시간 25분이란 조석주기로 밀물에서 물이 빠져나간 뒤 다음 밀물이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갯벌 사랑에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유 총장은 아직까지도 논란중인 새만금개발문제를 해결하는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미 방조제를 거의 다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지역개발도 가능케 하는 길을 모색해야겠죠.”
정오 무렵 일행은 김제의 망해사에 들려 방조제 안쪽에 해당하는 만경강 하구 일대를 조망했다. 이글거리는 햇빛으로 눈부신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저 멀리 수평선에 하얀 띠가 보이죠. 새만금방조제입니다.”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가 호미로 갯벌을 뒤엎고 있다. 방조제가 생긴 이후 바지락의 수가 눈에 띠게 줄었다고 한다.

유 총장의 설명을 따라 유심히 바라보니 육지와 섬이 연결돼 있다. 지금은 만조가 막 지난 때라 물이 차 있지만 썰물이 되면 이 넓은 바다의 바닥이 거의 드러난다고 한다. 오후 3시 무렵 부근의 갯벌을 찾자 정말 물이 많이 빠져있다. 이곳은 지형이 워낙 완만해 해수면이 1m만 낮아져도 7km 거리의 땅이 드러난다고 한다.
일행은 김제를 떠나 방조제의 남쪽 시작부분에 지어진 부안의 새만금 관광안내소에 도착했다. 총길이 33km로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자랑하는(?) 새만금간척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면 남한 면적의 3%에 해당하는 국민 1인당 2평의 땅과 저수용량 10억t의 거대한 호수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 환경전문가들은 이 호수 역시 담수호를 고집할 경우 예전의 시화호처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노는 땅이 곳곳에 있습니다. 갯벌을 막아 농지를 만든다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었죠.”
아득한 바다를 향해 끝없이 뻗어있는 방조제로 버스가 진입했다. 제1공사구간인 4.7km를 달려 이제는 육지가 된 북가력도에 내렸다. 시화호방조제에 이어 새만금방조제까지…. 문득 이제는 좁은 국토 콤플렉스를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 넷째날을 맞은 일행은 마지막 탐사지인 압해도로 출발했다. 압해도는 우리나라 섬 가운데 갯벌이 가장 잘 발달한 곳이다. 육지에 워낙 가깝고 크기도 커 섬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너무 무더워 갯벌을 둘러보기만 할 예정이었는데 마지막이라서 아쉬웠는지 교사들이 하나둘 갯벌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둘러본 곳 가운데 이곳 갯벌이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것 같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란 게들이 여기저기서 허둥거리고 망둥이도 눈에 띤다.
“우와! 이것 좀 보세요.”




한 교사의 외침에 다들 달려가 보니 들어올린 돌 아래 고둥 수백마리가 몰려있다. 자세히 보니 고둥을 들쳐 맨 집게무리다.
“집게는 게처럼 구멍을 파지 못합니다. 결국 한여름의 따가운 햇볕을 피하고 습기를 보존하기 위해 이처럼 돌밑이나 바위틈으로 피신해 밀물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윤 교수의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린다. 조심스럽게 돌을 원상태로 놓고 돌아서는데 저편에서 시커먼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머드가 피부에 좋다는 주위 교사들의 꾐(?)에 빠져 장영복 교사가 온 얼굴에 머드를 바르고 만 것이다.
“피부에 좋겠죠. 호호.”
이날 저녁 일행은 목포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이번 탐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운 날씨였지만 서해안을 대표하는 갯벌들을 일주했다는데 모두들 뿌듯해 했다.

영양분을 훑어먹고 남은 모래덩어리를 집밖으로 운반하고 있는 달랑게과 콩게아과 엽낭게(Scopimera globosa).

익산 지원중 김인숙 교사는 “내년부터 학생들을 데리고 갯벌탐사에 나서겠다”며 “이처럼 다양한 갯벌이 앞으로도 잘 보존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전 동대전고 임은순 교사는 “4박5일간 함께 하며 갯벌생태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이제부터는 갯벌에 대해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윤 교수가 연 인터넷 카페 ‘동아갯벌탐사’(cafe.daum.net/ mfsurvey)를 통해 갯벌 생태계 보존을 위해 협력하기로 다짐하면서 술잔을 올려 다함께 “갯벌을 위하여!”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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