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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정말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2035년 미국의 시카고. 인간과 로봇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 로봇은 인간 5명당 1대꼴로 존재할 만큼 수적으로도 엄청나다. 이 로봇들은 인간의 충실한 하인 역할을 수행하며 인간의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어느날 인간과 로봇의 신뢰관계가 깨졌다. 로봇들이 대규모 반란을 일으켜 오히려 인간을 통제하려고 했기 때문.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아이 로봇’(I, Robot)은 슈퍼컴퓨터에 해당하는 인공지능시스템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로봇들을 움직여 반란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인류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인류를 통제해야 한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봇은 SF영화의 단골 소재다. 사진은 ‘아이 로봇’의 영화촬영 장면.
로봇의 진화는 가능
실제로 그간 인간과 로봇, 인간과 기계의 전쟁은 SF영화에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컴퓨터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인간을 해친다. ‘터미네이터 3’에서는 고도로 발달된 기계네트워크인 ‘스카이넷’이 자신을 자각한 후 기계들의 반란을 유도해 인류에 무차별 핵공격을 퍼 붓는다. ‘애니 매트릭스’에서는 어느날 인간에게 불복종의 마음이 생긴 기계들을 인간이 탄압했고, 독립국을 건설한 기계들이 인간과의 공존을 제안했으나 무시당하자 인간과 전쟁을 시작한다.

이들 영화에서 그려진 기계들은 인간과 대립하기까지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자신을 자각했기 때문에, 자신이 무시당했기 때문에, 그리고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생각하고, 느끼고, 진화할 수 있는 존재였다. 인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아이 로봇에 등장하는 로봇 ‘써니’는 인간과 모습이 흡사함은 물론이고 “나는 누구인가요?”라며 자신의 정체성까지 고민한다. 인간과 기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도대체 로봇이 생각한다는 영화의 설정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로봇이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지식을 쌓고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로봇은 가능한가? 만약 이 세가지가 가능하다면 로봇은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유용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로봇
영국 레딩대 인공두뇌학과 교수인 케빈 워윅은 1997년 출판한 그의 책 ‘로봇의 행진, 21세기 지구의 주인은 로봇’에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정확히 말해 현재 인간은 뛰어난 지능 때문에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생명체지만 가까운 장래에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고, 그 때는 기계가 지구를 지배하는 생명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기계의 지능은 무엇일까. 우리는 인간의 지능을 얘기할 때 흔히 IQ를 떠올린다. 수리능력, 공간능력 등을 테스트해 높은 수치가 나오면 머리가 좋다, 또는 지능이 높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초기에 기계의 지능, 즉 인공지능은 결국 이런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2005년을 배경으로 한 SF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한 장면. 영화에서처럼 로봇이 따뜻한 감정을 갖게 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이 때문에 얼마 전까지도 인공지능 연구는 대부분 인간의 지적 행위를 단편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로, 뇌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프로그램으로 생각해 프로그램 개발에 치중했다.
이렇게 개발된 기계들은 성공적이었다. IBM의 ‘딥 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 가스파로프를 이겼고, 인간의 얼굴, 지문, 홍채 등 생체특징을 인식하는 장치가 개발됐으며 재롱을 피우는 로봇강아지도 탄생했다.

그렇다면 기계들은 얼마나 똑똑해질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끝은 어디일까. ‘무어의 법칙’을 생각해보자. 무어의 법칙은 컴퓨터칩의 저장용량과 연산처리 능력이 18개월마다 두배의 속도로 증가한다는 것으로 1965년 고든 무어 박사가 주장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증가 속도의 물리적인 한계를 얘기하며 무어의 법칙이 10년 내에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무어의 법칙은 지금까지도 지켜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양자회로와 3차원 병렬연산칩이 등장하면서 무어의 법칙이 계속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2020년 경 기계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와 비슷한 능력을 갖게 되고, 2050년이 되면 기계의 연산 능력이 전인류의 두뇌를 합친 것과 같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워윅 교수의 예측처럼 인간이 로봇의 지배를 받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닌 셈이 된다. 과연 그럴까?





“로봇의 지능이 인간과 똑같은 형태로 모사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장 김문상 박사의 말이다. 그는 분명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방대한 양의 지식을 저장하거나 한 순간에 수식 계산을 끝내버리는 것, 또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능력 등에서는 분명 인간이 기계를 따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그는 기계의 이런 능력 때문에 인간이 지배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로봇을 개발하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편해지기 위해서다. 따라서 기술적인 면으로만 본다면 앞으로 로봇은 인간에게 유용한 특정한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로봇 딜레마의 해답은 인간의 뇌
하지만 생각하는 로봇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KAIST 뇌과학연구개발사업단장인 이수영 교수는 “똑똑하지 않은 로봇은 미래에는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풀어야 할 ‘로봇 딜레마’다. 그는 “로봇이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이를 질문한 후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능동적 학습’을 할 때 인간이 원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봇이 인간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큼 똑똑하지 못하다면 로봇이 존재할 이유가 있겠는가. 인간이 필요한 일을 시킬 때마다 해당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일일이 지시를 내려야 하는 로봇은 결국 인간에게 더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이런 로봇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면서 진화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로봇이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을 안은 채 말이다. 이것이 로봇 딜레마다.

하지만 이렇게 능동적 학습이 가능한 로봇이 탄생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로부터 인공두뇌를 연구하는 뇌과학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인간의 뇌를 닮은 로봇의 뇌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 5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와이어드 넥스트페스트’(Wired NextFest) 축제에서 인간의 얼굴 표정을 흉내내는 로봇

이 중 인간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5각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처리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예를 들어 인간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음파가 달팽이관을 진동시킨 후 섬모세포를 자극해 특정 주파수에 반응이 일어나고, 이와 동시에 왼쪽 귀와 오른쪽 귀는 음파가 전달되는 시간차와 세기차에 따라 방향을 감지한 후 이 신호가 청각피질을 지나 대뇌에 도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5각의 정보가 종합돼 자의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로부터 행동을 취하는 과정은 어떤 알고리듬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로봇의 반란이 쉽게 일어날 수 없다.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반란을 일으키겠다는 자의식이 먼저 생겨야 하기 때문. 이 교수 역시 “로봇이 기술적으로 자의식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아직은 능동적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의 연구가 초기 단계임을 강조한다.




주의집중에서 힌트 얻은 감정 메커니즘
만약 로봇이 분노나 공포 등 감정을 가진다면 반란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로봇의 감정 역시 인간의 감정 메커니즘이 밝혀져야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과학적으로 인간의 감정은 신경세포간의 전기화학 신호 전달로 해석할 수 있다. 뇌에는 1백80억개 가량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는데, 신경세포가 이온 농도차에 의해 전압을 만들고 이 전압에 따라 전기화학 신호를 내보내는 것이 감정인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에게 약물치료를 하는 것은 신경세포의 화학적 신호 전달을 제어해 치료하는 것이다. 전기화학 신호를 분석하고 수식화하면 감정을 느끼는 메커니즘이 밝혀질 수도 있다.

이 중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은 아니지만 ‘주의집중’이 감정 메커니즘의 한 예로 연구되고 있다. 주의집중은 쉽게 말해 인간이 자기가 관심있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집중하는 현상이다.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저 멀리서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구별해내는 것이 주의집중의 한 예다.


현재 로봇은 청소용부터 오락용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고 기술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반란은 불가능하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이범희 교수는 “로봇들이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태에서 외부에서 악의적으로 프로그램을 조작한다면 지금도 반란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사용자가 로봇에 적대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주입하고 상대방이 이에 해당하는 행동을 보일 때도 반란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기술적으로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직까지는 로봇에게 프로그램으로 입력되지 않은 자의식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봇의 행동은 모두 예측가능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결정적인 문제는 전원이다. 로봇은 배터리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혼다의 자동 보행 로봇 ‘아시모’는 마치 인간처럼 걷고 움직이지만 배터리가 닳으면 더이상 걸을 수 없다. 만약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전원 공급을 차단해버리면 반란은 쉽게 잠재울 수 있다.

현재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로봇의 반란을 좌우하는 열쇠는 인간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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