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연구소

척척박사 연구소과학이야기제목별로 보기해설이 있는 과학

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잊혀진 감각에 주어진 노벨상


인간은 오감을 지녔다. 그중 3가지, 즉 시각, 청각, 촉각이 물리적 감각이고 나머지 2가지인 후각과 미각은 화학적 감각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들 중 시각과 청각만이 지성과 예술의 영역에서 받아들어져 왔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지적인 행위와 그림을 보고 음악을 감상하는, 또는 발레를 보고 들으며 예술적 감흥을 맘껏 누렸다.

시각과 청각이 지성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여진 데는 이들이 적어도 원리상으로는 간단한 수학 방정식으로 환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을 보자. 눈의 망막에는 간상세포와 추상세포로 나뉘는데 간상세포는 빛의 밝기 정보를, 추상세포를 빛의 색상 정보를 처리한다. 추상세포는 3가지로 3원광에 해당하는 빨강, 초록, 파랑에 각각 민감한 세포로 이뤄져 있다. 그 결과 시각정보는 항이 4개인 다항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그래프로는 x, y축이 색상, z축이 밝기인 3차원 그래프의 반쪽(마이너스 밝기는 없으므로)으로 모든 정보의 좌표를 결정할 수 있다. 청각정보 역시 불과 수백개의 감지세포로 다양한 음원을 처리한다.

이런 수치화는 놀라운 재현성으로 이어진다. 시청각 정보를 디지털화하면 언제 어디서나 장치만 있으면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100% 동일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후각과 미각은 축축한, 즉 관능적인 감각이다. 여성이 후각에 민감하다는 말속에는 '지성은 좀 떨어지지만…'이라는 뉘앙스가 풍겨있기도 하다. 두 감각은 접촉하지 않고서는 기능할 수 없다. 아무리 향기로운 장미라도 밀봉한 유리병 안에 들어있다면 그 모양과 색은 감상할 수 있을지언정 향기는 맡아보기 전까지 실마리조차 알 수 없다. 향기 분자가 공기를 타고 콧구멍 안으로 들어와 후각세포와 '접촉'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과학자들이 후각정보 역시 시각정보처럼 몇가지 기본값의 조합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본냄새를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기본색이 3가지뿐인 시각보다는 종류가 많겠지만. 그러나 이런 시도를 한 과학자들은 씁쓸한 결과만을 마주할 뿐이었다. 새콤한 레몬 향기는 다른 어떤 과일 향기를 섞어도 결코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후각에 대한 연구는 불과 20여년 전까지만해도 별다른 진전이 없이 잊혀져 있었다.

리처드 액설과 린다 벅은 이처럼 수많은 과학자들을 좌절시켰던 후각의 비밀을 벗긴 공로로 이번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됐다. 이들의 연구가 발표된 것은 1991년으로 불과 13년 전이다. 이 연구는 후각세포의 놀라운 다양성과 작동 메커니즘의 우아함을 밝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먼저 콧속에서 냄새 분자와 만나는 후각 상피세포에는 약 1천종의 후각 수용체 단백질이 있다. 색정보를 받아들이는 원추세포가 불과 3종류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다양성이다. 각각의 수용체 단백질은 특이한 3차원 구조를 갖고 있어 특정한 냄새 분자와 상호작용한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가 1:1은 아니다.

예를 들어 레몬향의 주성분인 '시트랄'이라는 향기분자는 아마도 수십개의 수용체 단백질과 상호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시트랄의 향기를 인식할 수 있을까. 뇌는 이 분자에 반응한 수용체 단백질의 패턴을 인식해 향기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액정시계를 떠올리면 된다. 단위 픽셀의 점멸에 따라 우리는 '0'부터 '9'까지 숫자를 인식하게 된다.

최근 연구결과 1천종의 후각 수용체 단백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작동하지 않는 유전자'(Pseudogenes)이라고 한다. 인간이 직립하면서 후각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짐에 따라 퇴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우리는 수백가지 수용체 단백질의 점멸 조합에 따라 수천, 수만가지 냄새를 구별하는데 훈련을 통해 변별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린다 벅은 199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누슬라인-볼하르트 이후 여성으로서 9년만에 노벨 과학상을 수상했다. 현대 여성 패션을 창시한 코코 샤넬은 일찍이 "향기가 없는 여성은 미래가 없다"며 여성의 각성을 촉구한 바 있다. 후각연구로 노벨상까지 거머쥔 린다 벅은 지성적이면서도 무척 향기로운 여성이리라.




내과학상자담기  E-MAIL 프린트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RSS

나도 한마디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목록


내 당근 보러가기

내 뱃지 보러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