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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의 종말?


2010년 어느 날 오전에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온 직장인 K씨는 오후에 경찰서로부터 뜻밖에 ‘출두 통보’를 받았다. 출장 간 지역에서 절도 범죄가 발생했는데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K씨의 얼굴이 무인감시카메라에 잡힌 것. 경찰은 K씨를 포함해 수십명의 ‘용의자’ 사진을 확보한 후 전 국민의 얼굴 데이터가 저장된 컴퓨터 프로그램에 넣었다. 그러자 곧바로 ‘용의자’의 인적사항이 화면에 나타났다. K씨는 경찰의 ‘빠른 수사속도’에 놀라면서도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나의 얼굴이 전국 어디에서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기분 때문이다.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가상의 얘기는 조만간 현실로 닥칠지 모른다. 한편에서는 얼굴인식 시스템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인감시카메라의 촬영 수준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성형수술 해도 식별 가능=얼굴인식 보안기술 전문업체인 ㈜퍼스텍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대단지에 얼굴인식보안시스템을 적용했다고 19일 밝혔다. 시스템에 부착된 렌즈 앞에 1m 떨어져 서 있으면 불과 0.2∼0.3초에 얼굴을 인식해 문을 열어준다. 물론 시스템에는 아파트 거주민들의 얼굴 사진이 저장돼 있다. 퍼스텍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이미 경찰청 본청을 비롯해 여러 관공서에 납품된 상태다.

퍼스텍의 유재욱 선임연구원은 “눈 코 턱을 포함하는 얼굴의 중심 부위를 128개 구역으로 나눠 크기 색깔 높이 등의 특징들을 수치화시키는 기술을 적용했다”며 “쌍꺼풀 수술 같은 간단한 성형수술을 했거나 약간 투명한 선글라스를 썼을 경우에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시스템은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할 때 틀릴 확률이 1명 미만일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도로 전 구간으로 감시카메라 설치 중=현재 각 지방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거리 곳곳에서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주요 목적은 교통법규 위반 단속과 방범, 그리고 쓰레기 무단투기 적발이다. 카메라의 촬영범위는 수m∼2km.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빅브라더보고서’에 따르면 7대도시 경찰청이 운영 중인 각종 감시카메라 중 상당수가 얼굴식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좌우 360도, 상하 60∼180도를 자유자재로 감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녹화 영상을 최고 10년간 보존한다.

최근에는 도로 전 구간에 걸쳐서 설치되는 추세다. 2000년 개통된 인천공항고속도로에는 1km마다 1대꼴로 고성능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 원격 조종되는 이 카메라는 1.5km 떨어진 차량번호판을 전방위로 식별해 낼 수 있을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대구와 부산, 대전에 설치된 일부 카메라는 동영상 녹화도 가능해 필요한 경우 상시 감시도 이뤄질 수 있다.

▽‘프라이버시 영향평가’ 서둘러야=물론 무인감시카메라만으로는 당장 ‘용의자’의 정체를 알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얼굴인식 시스템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카메라에 찍힌 ‘용의자’의 사진을 얼굴인식 시스템에 넣으면 곧바로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

현재 주민등록증에 있는 전 국민의 얼굴 사진은 정부 행정망에 보관돼 있다. 이 데이터를 얼굴인식 시스템에 저장해 놓는다면 무인감시카메라에 찍힌 ‘용의자’의 신원은 금세 조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 선임연구원은 “화면에서 320X240화소 정도의 사진이면 얼굴인식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다”며 “현재의 주민등록증 사진은 크기가 작아 당장 사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 사진 크기면 활용이 가능하다고.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간사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는 이미 얼굴인식 시스템 도입에 대해 ‘프라이버시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이 전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사해 사용자가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얼굴을 포함한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에 대해 적절한 제재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사설’ 감시카메라는 정부가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얼굴 사진이 찍히고 신원조회가 이뤄지는 사회가 다가오지 않도록 제도적인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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