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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腸에서 경락 비밀을 푼다


한의원에서 한 번이라도 침을 맞아본 사람이라면 ‘경락(經絡)’이란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침을 놓을 때 그 자극을 온몸의 장기에 전달하는 통로가 경락이다. 그동안 서양의학은 경락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논의할 가치조차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한의학물리연구실을 이끄는 소광섭 교수가 경락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해부학적 조직을 계속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 교수는 지난해 미국 해부학회가 발행하는 ‘해부학기록(Anatomical Record B)’ 5월호에 흰쥐 혈관 내부에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투명하고 가느다란 관이 존재한다는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를 1960년대 북한학자 김봉한이 처음 발견한 경락(봉한관)이라고 추측했다. 김봉한이 상세하게 그림을 그려가며 경락의 해부학적 조직을 밝힌 논문 5편이 소 교수팀의 주요 참고자료다.


장기 곳곳서 발견… 경락후보에 접근
최근에는 토끼의 소장과 대장 표면에서도 이 관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논문은 ‘해부학기록’ 5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연구팀의 요구가 없었는데도 학술지 측에서 영문제목에 ‘봉한관(Bonghan ducts)’이란 말을 넣었고, 일반적인 관례와 달리 표지사진 게재료도 요구하지 않았다. 미국 해부학자들이 볼 때도 매우 흥미로운 연구성과가 나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소 교수는 “지난해에는 혈관 내부에 그쳤지만 올해는 장기 곳곳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경락 후보로 더욱 가까이 접근한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관이 과연 경락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소 교수를 포함해 연구에 함께 참여한 서울대 수의대 교수들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제껏 해부학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조직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생명체의 순환계는 혈관계와 림프관계만 알려져 있는데 소 교수팀의 연구로 ‘제3의 순환계’의 존재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사실 연구팀이 토끼 장기 표면에서 투명한 림프관이나 혈액과 섞여있는 ‘봉한관’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관의 지름은 불과 머리카락 절반 두께인 5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다.

연구팀은 유전자(DNA)를 붉게 물들이는 ‘포일겐 염색법’을 동원했다. 김봉한에 따르면 봉한관을 따라 ‘산알(살아있는 알이란 뜻)’이 흘러다니는데 안에 유전자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연구팀이 ‘포일겐 염색법’으로 장기 표면을 염색하자 놀랍게도 가느다란 관 사이에 붉게 물든 ‘산알’이 관찰됐다. 림프관이나 혈관과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관의 존재가 증명된 것.

토끼 방광 표면에서 '경락'으로 추정되는 가느다란 관이 서울대 소광섭 교수팀에 의해 발견됐다. 이 사진은 미국 해부학회가 발행하는 '해부학기록' 5월호 표지로 소개됐다.
유전자 지닌 산알 새로운 세포인 듯
남은 주요 과제는 ‘산알’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다. 소 교수는 “산알이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볼 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세포라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떠올려 보자. 만일 경락이 실재하고 침을 맞을 때 경락 내 산알이 상처부위로 몰려가 치료한다고 상상해 보자. 이 상상이 맞다면 산알은 현대과학 개념으로 ‘줄기세포’일 수도 있다. 인체의 모든 장기로 자랄 수 있는 만능세포로 알려진 줄기세포가 ‘봉한관’에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 교수는 서울대 생물학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산알이 줄기세포인지를 확인하는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배아나 탯줄혈액 또는 성인의 골수에서 구하고 있다. 소 교수팀의 연구성과에 따라서는 줄기세포를 이전보다 훨씬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제시될 수 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국가지정연구실(NRL) 사업으로 수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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