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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공연 - 줄기세포의 꿈

앙코르 공연 - 줄기세포의 꿈
우린 만병통치약이 아냐

■극단 : 스템셀
■작가 : 임소형 기자·sohyung@donga.com
■연출 : 최은영·sinyoung@donga.com
■무대, 의상, 분장 : 임혜경·kiriku@korea.com
■도움말 : 김동욱·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남기환·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질환동물모델평가연구실 선임연구원, 박세필·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소장, 오일환·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 윤현수·한양대 의대 해부세포생물학교실 교수

성별 출생연도 출생장소 아버지 꿈
김성체 남 1961 캐나다 어니스트 맥쿨록 난치병 도전
이배아 여 1998 미국 제임스 톰슨 만능 의사




(무대 커튼 앞으로 해설자가 조명을 받으며 등장한다.)
해설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극단 ‘스템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줄기세포의 꿈’은 지난 5월 개막해서 첫 공연일정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의기양양하게) 반응요? 폭발적이었죠.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저희 극단 홈페이지에 공연을 연장해 달라는 댓글을 많이들 올려주셨어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앙코르공연을 마련했습니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김성체와 이배아입니다. 최근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를 의인화해서 만든 가상 인물이죠. (속삭이듯이) 두 사람이 직접 들려주는 자신들의 출생, 성장, 그리고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제법 쏠쏠해요. (개그맨 안어벙을 흉내내며) 그럼, 한번 빠~져 보시겠습니까? 자, 들어~갑니다.
(해설자가 허리 굽혀 인사하는 동안 커튼이 올라간다. 해설자 퇴장.)



출생의 비밀
(무대 중앙을 벽이 가로지르고 있다. 왼편은 연구실, 오른편은 집 안.)
(무대 왼편에 먼저 조명이 켜진다. 때는 1998년.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미국 위스콘신대 제임스 톰슨,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서며 환호성을 지른다.)
톰슨:(양 손을 번쩍 들고) 이야! 드디어 해냈어!
연구원:(문을 열고 뛰어들어오며) 무슨 일입니까?
톰슨:며칠 전에 냉동 수정란을 해동시켜서 배반포기까지 배양하지 않았나.
연구원:(뭔가 눈치챘다는 듯 웃으며) 박사님, 혹시….
톰슨:역시 눈치 하난 기가 막힌단 말야. 맞아, 드디어 배반포기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했어!
연구원:(얼싸안으며) 축하드려요! 전 박사님이 해내실 줄 알았죠!
(왼편 조명 어두워진다. 연구원 퇴장.)
(오른편에 조명 들어온다. 때는 2005년. 톰슨과 이배아, 텔레비전에서 황우석 교수의 영국 현지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이배아:(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빠, 작년에 텔레비전에 나왔던 그 아저씨야!
톰슨:맞다, 황우석 교수야. 세계 최초로 환자에게서 배아줄기세포를 얻었다고 발표하는 거란다.
이배아:(톰슨 옆에 바싹 붙으며) 근데 아빠, 배아줄기세포가 뭐야?
톰슨: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 생긴 아주 작은 세포란다. 우리 공주님도 처음엔 배아줄기세포였던 거야. 과학자들은 배아를 몸 밖에서도 만들 수 있어. 그 배아에서 뽑아낸 게 바로 배아줄기세포란다. 배아줄기세포가 자라면서 눈도 만들고 팔도 만들지. 병에 걸린 환자한테 배아줄기세포를 넣어주면 치료할 수 있단다.
이배아:저 아저씨들은 배아줄기세포를 싫어하나봐. 계속 문제가 없냐고 물어보는데요?
톰슨:배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뽑아내면 배아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이배아:그럼 배아도 살아있다는 얘긴가요?
톰슨:(심각한 표정으로) 음, 어려운 질문이구나. 사람들마다 생각이 달라. 수정 후 2개월까지를 배아라고 하지. 어떤 사람들은 배아도 생명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배아는 단순한 세포덩어리일 뿐이라고 한단다. 간혹 이미 뱃속에서 죽은 태아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얻기도 하는데, 그 경우는 이런 논란을 조금은 피해갈 수 있어.




이배아:(얼굴을 찡그리며) 잘 모르겠어요. 아빠, 나 저 아저씨 만나게 해주세요. 톰슨:(황당한 표정으로) 뭐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선생님이 무지무지 바빠서 안된대.
이배아:싫어, 싫어. 만나고 싶단 말야!
톰슨:(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 녀석 고집은 도무지…. 며칠 후에 저 선생님이 우리나라에 오거든. 그때 만나러 가자.
이배아:아~싸~! (신이 나서) 아빠, 난 이담에 꼭 의사가 될 거에요.
톰슨:왜에?
이배아:세상에는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나쁜 병은 다 내 손으로 고칠 거에요.
톰슨:와, 우리 딸이 아빠보다 훨씬 유명해지겠는걸.
(오른편 조명 어두워진다. 톰슨과 이배아 퇴장.)




(왼편 조명 들어온다. 때는 1961년. 캐나다 토론토대 어니스트 맥쿨록 박사가 쥐를 관찰하고 있다.)
맥쿨록:(혼잣말로) 화창한 일요일 오후에 방사선 맞은 생쥐랑 단둘이 있자니 처량하구먼.
(갑자기 문이 열리고 제임스 틸 박사가 뛰어들어온다.)
틸:(숨을 헐떡이며) 선배, 늦어서 죄송합니다.
맥쿨록:아이구, 놀래라. (장난스럽게 웃으며) 좀 살살 들어와, 저 문이 얼마나 놀랬겠어. 아무튼 생쥐랑만 있는 것보다 훨씬 낫네. 자네가 그리울 때가 다 있으니 오래살고 볼 일이야.
틸:(영문을 모른 채 실험복 입으며) 네? 뭔 소리에요?
맥쿨록:하하, 아냐. 그냥 혼자 한 소리야. 그나저나 이 생쥐 비장 좀 봐. 방사선 쪼여서 골수 파괴한 다음에 정상 골수를 넣었잖아.
틸:(현미경을 보다가) 어라? 혈액세포가 덩어리로 뭉쳐 있네?
맥쿨록:내 짐작엔 새로 넣은 골수가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
틸:오호, 그렇담 골수 안에 혈액세포가 되는 일종의 원시세포가 들어있단 말이 되나요?
맥쿨록:그걸 증명해보잔 말이지. ‘방사능리서치’ 저널에는 실을 수 있을 거야. 아무튼 세포덩어리 수부터 좀 세어봐.
(실험에 열중하면서 조명이 어두워진다. 틸 퇴장.)



[그림설명]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팀의 배아줄기세포 추출 과정. 인간 배반포기 배아(A)를 냉동하면 내부 세포덩어리가 쪼그라들었다가(B) 해동하면 다시 펴진다(C). 항체를 넣으면(D) 바깥의 영양배엽이 떨어지고 세포덩어리만 남는다(E). 이를 골라내(F) 배양하면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G). H는 G를 고배율로, I는 잘게 잘라 본 모습.




(오른편 다시 밝아진다. 때는 2005년 맥쿨록과 김성체가 텔레비전에서 황우석 교수의 영국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김성체:아버지, 황 교수 기자회견 시작했어요!
기자(TV):올해 연구가 지난해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황 교수(TV):저기 따뜻한 안방이 있습니다. 굳게 잠겨 있는 대문들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죠. 작년에 첫 번째 대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열고 보니 대문들이 더 있어요. 막막했죠. 그런데 노하우가 생겨 이번에 대문 네 갤 한꺼번에 열었습니다. 이제 사립문들만 남았어요.
기자(TV):도대체 그 대문이 뭐죠?
황 교수(TV):난치병 환자 자신의 체세포로 만든 줄기세포입니다. 환자에게 이식해도 면역거부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죠. 대문 하나 열었습니다. 체세포를 제공한 분 중에는 남자, 여자, 어른, 아이 모두 있어요. 누구나 줄기세포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을 확보한 거죠. 대문 또하나 열었습니다. 이번에 얻은 남성 줄기세포는 XY, 여성 줄기세포는 XX 염색체를 정상적으로 갖고 있어요. 난자 스스로 분화해서 자라지 않았단 증거죠. 작년보다 적은 난자에서 더 많은 줄기세포를 얻었으니 기술도 진보했어요. 나머지 대문 두 개는 바로 이겁니다.
맥쿨록:면역거부반응 없는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한 건 정말 큰 진전이야.
김성체:황 교수팀 연구원들, 미세한 난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이 정말 대단해요.
맥쿨록:황 교수 말마따나 쇠젓가락으로 콩, 아니 좁쌀 한알 집는 격이지. 황 교수 귀국하는 날 공항에 같이 가자. 거기서 줄기세포 연구자들 여럿이 모이기로 했다.
김성체:그래요? 시간 비워 놓을께요.
(조명 꺼진다. 맥쿨록과 김성체 퇴장. 스텝, 다음 세트 준비.)



줄기세포 선구자는?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사람은 바로 톰슨 박사. 시험관 수정 후 4~8세포기까지 자란 냉동배아를 해동해 배반포기까지 키워 줄기세포를 얻었다. 2000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팀이 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사용한 인간배아는 냉동 전에 이미 배반포기까지 자란 상태였다. 해동 후 바로 줄기세포 추출에 쓸 수 있다는 게 장점. 미즈메디병원 윤현수 박사팀도 냉동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2003년 ‘생식생물학’에 발표했다. 냉동배아 아닌 복제배아로 줄기세포 추출을 처음 시도한 사람은 미국 기업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의 호세 시벨리 박사. 2001년 핵을 제거한 사람 난자에 체세포 핵을 삽입해 복제배아를 만들었으나 애석하게도 죽고 말았다. 따라서 2004년 서울대 황우석, 문신용 교수팀이 복제한 인간배아로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막연하게 추측만 하고 있던 성체줄기세포의 존재를 실험으로 처음 증명한 어니스트 맥쿨록(왼쪽)과 제임스 틸 박사.

성체줄기세포는 3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골수이식은 1950년대 프랑스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최초로 세포 수준에서 성체줄기세포 존재를 증명한 건 맥쿨록과 틸 박사. 1984년 영국 모린 오웬 박사가 골수에 뼈나 지방조직을 만드는 중간엽줄기세포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100년 전에는 빈혈,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먹이기도 했다.



자연과 인공 사이
엄밀히 말해 배아줄기세포는 ‘내 세포’가 아니다. 배아를 4~6일간 배양해 배반포기가 되면 내부에 세포덩어리가 생기고, 이를 영양배엽세포가 둘러싼다. 현미경으로 보면서 영양배엽세포만을 직접 제거하거나 영양배엽세포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넣어 항체가 붙은 부분만을 골라 파괴하는 방법으로 세포덩어리만 분리한다. 이 세포덩어리를 배양한 것이 바로 줄기세포.
세포덩어리를 분화는 억제하고 증식만 일어나게 하는 배양액이 담긴 용기에 넣고 배양하면 줄기세포의 크기와 밀도가 점점 증가한다. 이를 일정 기간마다 조금씩 나눠 다른 용기에 옮긴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분화되거나 죽지 않고 증식만 계속하는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배아줄기세포주’. 결국 치료에 사용될 배아줄기세포는 몸에서 갓 꺼낸 게 아니라 몸밖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한 세포인 셈이다.

성체줄기세포는 간, 피부, 심장, 신경, 골수 등 장기가 이미 갖고 있는 재생용 세포다. 간이 손상된 경우 간에 있는 줄기세포가 스스로 복구한다. 성체줄기세포는 인체 ‘백업시스템’인 셈. 피부줄기세포가 피부로, 심장줄기세포가 심장으로 더 잘 분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식 전에 배양하기도 하는데, 길어야 한달 정도다.



같은 목표, 다른 생각
(2005년 5월 인천국제공항.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 귀국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그는 세계 최초로 환자 체세포를 난자에 이식, 복제배아를 만들어 줄기세포를 얻었다. 맥쿨록과 김성체, 허겁지겁 등장한다.)
김성체:(낮은 목소리로) 다행히 아직 안 끝났네요.
기자:영국에서 대문, 사립문 비유를 하셨잖습니까? 사립문이 뭐죠?
황 교수:우리가 얻은 줄기세포는 환자 체세포를 이용했기 때문에 이식 후에 그 환자와 같은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줄기세포가 건강하게 분화하도록 해야죠. 또 치료에 필요한 특정 장기 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죠. 십수년 후면 사립문을 열고 실제로 난치병 치료에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김성체:아버지, 그런데 남은 게 과연 대문보다 작은 사립문 뿐일까요?
맥쿨록:역시 신중하구나. 아직 산 너머 산이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거지.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 막 귀국한 황우석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체:제 생각엔 대문보다 사립문이 오히려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아요. 성체줄기세포도 임상에 쓰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잖아요. 이식한 세포가 병을 치료할 만큼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거나 금방 죽으면 소용없으니까. 미국 휴스턴 세인트루크병원 심장 전문가 에머슨 페린 박사도 이 점을 지적했어요.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경과학자 로저 바커 박사팀은 줄기세포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죠.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줄기세포를 이식했는데 신경계에 잘 어울리지 못하면 통증에 극히 민감해진다는 거에요.
맥쿨록:(골똘히 생각하다가) 나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할 때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났더니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다는 논문을 읽은 적 있다.
김성체:난자에 체세포를 이식한 복제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일반적인 배아와 어쨌건 다르잖아요? 복제배아가 자라면서, 아님 거기서 추출한 줄기세포가 분화하면서 수많은 유전자 중 어느 부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장담 못하죠. 그런데 요즘 줄기세포에 대해서 환자들이 점점 기댈 많이 하니까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에요.
맥쿨록:(대견한 듯 아들 어깨를 두드리며) 고민이 많은가보구나. 그래도 나보단 행복한 고민이지. 줄기세포 존재를 처음 증명한데다 조혈줄기세포 수까지 알아냈어도 당시에 전혀 주목받지 못했잖아? (소탈하게 웃는다)




김성체:(약간 원망 섞인 투정으로) 솔직히 아버지 아들이란 사실 때문에도 어깨가 무거워요. 앞서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랄까요? 제 꿈은요, 뇌나 골수뿐 아니라 피부, 장, 혈관, 간, 폐 같은 각종 장기에 들어있는 성체줄기세포를 자유자재로 조절해서 이식할 수 있게 하는 거에요. 줄기세포로 난치병 치료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맥쿨록:난치병 정복이 과연 단시일 내에 가능할까? 아무튼, 너무 조바심은 갖지 말아라.
(톰슨과 이배아 등장. 맥쿨록, 톰슨을 발견한다.)
맥쿨록:이봐, 톰슨 박사!
톰슨:(맥쿨록 쪽을 돌아보며) 아니, 언제 왔어? 나도 찾아보려던 참이었는데. 오랜만이군. (딸 손을 잡으며) 배아야, 인사드려야지?
이배아:안녕하세요?
맥쿨록:꼬마 아가씨, 안녕? 거 참 똘똘하게 생겼네.
김성체: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김성체라고 합니다.
톰슨: 아버지 뒤를 이을 성체줄기세포 대가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바로 자넨가? 반갑네. (허리 굽혀서) 우리 배아, 의사 되고 싶댔지? 이 아저씨가 유명한 의사 선생님이야.
김성체:과찬이십니다. (배아를 보고 웃으며) 꼬마 아가씨 의사되면 꼭 만나자.
이배아:(씩씩하게)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김성체:와, 기대되는 걸.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조명 꺼지고 무대 커튼이 반쯤 내려온다. 모두 퇴장. 스텝, 다음 세트 준비.)



줄기세포의 아이러니
배반포기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가 모든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진짜’ 줄기세포임을 인정받으려면 배아줄기세포에만 있는 특이 유전자가 활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염색체 끝 수명조절 부위인 텔로미어가 길고,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유지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 활성이 높아야 한다. 그리고 여러 조직 세포로 분화, 증식해 ‘기형종’, 즉 암을 형성할 수 있어야 비로소 배아줄기세포로 인정받는다. 때문에 충분히 분화되지 않은 채 이식된 배아줄기세포가 엉뚱한 세포로 자라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출중한 분화능력이 오히려 암의 위험요인이라니, 아이러니다. 배아줄기세포라고 모두 똑같은 건 아니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배아줄기세포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큰 기준은 다 만족하더라도 연구기관마다 배양조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 성질도 미세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이미 실제 환자에게 이식해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김동욱 교수는 “정말 줄기세포로 치료된 건지,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영양인자에 의한 간접적 효과인지, 인체의 자가치유 능력 때문인지 확실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환자 체세포로 만든 복제배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한 황 교수팀의 논문이 실린 2005년 6월 17일자 ‘사이언스’ 표지.
선의의 경쟁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고 의자에 앉는 소리가 들리며 커튼이 올라가고 조명이 켜진다.)
(김성체가 줄기세포의 세계적인 메카 스템셀메디컬센터 소장으로 부임한 첫날. 환영식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 채용된 쟁쟁한 의사들도 참석했다. 그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으니. 20대 여성, 바로 이배아다.)
사회자:우리 스템셀메디컬센터 소장으로 오신 김성체 박사를 소개합니다. (김성체, 양복 앞단추를 잠그며 단상 앞으로 나온다. 박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성체:(마이크를 조절하며) 저명하신 전문가들과 일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줄기세포는 재생의학의 핵심입니다.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가 바로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남기환 박사팀이 배아줄기세포를 심장근육세포로 분화시킨 모습(왼쪽, 녹색). 여기서 심장 특이 유전자인 알파-액티닌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가운데, 붉은색). 오른쪽은 왼쪽과 가운데 사진을 겹친 모습.

이배아:(한 손을 들고 큰 소리로 당당하게) 소장님, 질문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이배아에게 쏠린다.)
김성체:(흥미로운 듯) 예, 말씀하시죠.
이배아:소장님은 세계적인 성체줄기세포 전문가십니다. 제 전공인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분화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걸 잘 알고 계실텐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아 참, 저는 이배아라고 합니다.
(신세대 박사의 당돌함에 모두들 놀라며 웅성거린다.)
김성체:이 박사가 ‘제너럴리스트’라면 난 ‘스페셜리스트’죠. 간 줄기세포는 간세포로, 심장 줄기세포는 심장세포로 분화합니다. 배아줄기세포보다 분화 방향 측면에서 더 전문화됐으니 실용화에 더 가깝죠. 척수에서 뼈가 자라길 바라진 않을 테니까요.
이배아:그 전문성을 배아줄기세포도 조만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저희 팀이 췌장베타세포와 심장근육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했거든요.
김성체:마우스일 것 같은데, 수율이 얼마나 됩니까?
이배아:(약간 머뭇거리며) 30~40% 정돕니다. 사람 배아줄기세포로도 계속 시도 중이에요.
사회자:(당황한 듯)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식사하면서 계속 말씀 나누시는 게 어떨까요?
(웨이터들이 식사를 준비한다. 이배아, 김성체가 앉은 테이블로 옮겨와 앉는다.)




이배아:(김성체에게 악수를 청하며) 명성 많이 들었습니다. 앉아도 되겠죠?
김성체:(악수에 응하며) 마찬가집니다. 앉으세요. 혹시 이 박사 어렸을 적에 공항에서 잠깐 본 적이 있는데, 기억하나요?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 때….
이배아:(기억을 떠올리며 웃는다) 아, 그때 그 유명한 의사 선생님?
김성체:하하, 맞아요. 이렇게 다시 만나는군요. 반갑습니다. 암튼 배아 쪽 최근 동향을 좀 알려주시죠.
이배아:연세대 김동욱 교수팀이 배아줄기세포를 억제성 신경세포나 세로토닌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우울증 동물, 통증이 심한 척수손상 동물에 이식해 치료 효과를 관찰했는데,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해요. 한양대 의대 이상훈 교수팀은 사람 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파킨슨병에 걸린 쥐에 이식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김성체:그렇군요. 얼마 전에 ‘면역학’지 보셨습니까? 생명공학연구원 최인표 박사팀이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가 자연살해세포로 분화할 때 VDUP1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어요. 성체 쪽에서 요즘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분이 많아서 제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네요, 하하. 배아줄기세포는 냉동보존이 필수죠? 새로운 얘기 없나요?
이배아:배양액에 콜라겐을 소량 첨가해서 냉동보존했더니 배아줄기세포 생존률이 증가했대요. 최고 36%까지 말이죠.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 윤현수 소장팀이 작년에 ‘스템셀’에 발표했어요. 참, 최근에 줄기세포 치료 과정을 촬영했다면서요?.
김성체:서울대 의대 핵의학과 이동수, 강원준, 내과 김효수 교수팀 얘기군요. 심장혈관이 좁아진 환자 골수에서 얻은 조혈줄기세포를 관상동맥에 주사하고 영상장치로 촬영했어요. 실제로 혈관생성이 촉진돼 혈액 흐름이 원활해졌죠. 처음 주입한 줄기세포의 2~5%가 심장근육에 남아있다는 것도 확인했어요. 치료할 때 줄기세포를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서울대팀이 줄기세포를 관상동맥에 주입하고 4시간 후 PET로 찍은 영상. 진할수록 줄기세포가 많이 분포해 있다. 검은 부분은 심장 좌심실 근육(원 안)과 비장.

이배아:(혼잣말로) 김 소장, 역시 명성다운걸. 그런데유명세치고 정말 겸손하고 신중하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설마 딴지 걸지는 않겠지?
김성체:(혼잣말로) 이 박사, 과연 탐낼만한 친구군. 적극적이고 도전적이야. 섣불리 과장하거나 자만하지만 않으면 걸물이 되겠어.
(식사가 식는 줄도 모르고 토론 계속하며 탐색전 편다.)
(조명 점점 어두워지고 스텝, 다음 세트 준비. 김성체와 이배아는 그날 밤 희한하게도 똑같은 꿈을 꾼다.)



줄기세포의 운명
과거 연구자들은 성체줄기세포는 어느 조직 세포로 분화할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 그 ‘운명’도 바뀔 수 있다고 알려졌다. 가톨릭대 오일환 교수는 “성체줄기세포는 종류에 따라 분화능력이 천차만별”이라며 “골수에 있는 조혈줄기세포도 분화된 정도나 분화될 가능성에 따라 장군급, 대령급, 중위급, 사병급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계급’이 높을수록 혈액뿐 아니라 피부, 근육, 심장 등 다른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얘기. 어느 계급의 세포를 치료에 쓸지는 병의 종류나 원인, 진행정도에 따라 다르다.
배아줄기세포 ‘운명’ 결정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분화유도물질 첨가. 배아줄기세포는 분화 초기에 수백~수천개가 공처럼 뭉쳐 배상체가 된다. 이를 배양접시에 담고 심장으로 분화시키는 물질을 처리하면 심장세포가 돼 실제로 박동한다. 생명공학연구원 남기환 박사는 “쥐의 경우 심장세포 특이 유전자를 발현시켜 골라내지만, 사람은 자라는 양상이 복잡해 심장세포만 골라내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다른 방법은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팀은 파킨슨병에 걸린 쥐의 뇌에 도파민을 만드는 핵심 유전자 2개를 삽입한 배아줄기세포를 주사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 쥐가 계속 뱅뱅 도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데 반해, 배아줄기세포를 넣은 쥐는 정상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꿈 속 시간은 2020년 서울 세계줄기세포은행. 무대 오른편은 수많은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곳, 조명이 약간 어둡다. 왼편은 마케팅사업부 사무실, 밝다.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린다.)
직원: (전화를 받으며) 예, 세계줄기세포은행 마케팅사업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전화 속 목소리만 들린다) 저희 엄마가 당뇨신데,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직원:네, 그러시군요. 이쪽으로 방문하시거나 전화로 어머님께서 다니시는 병원을 알려주시면 저희가 어머님께 적합한 줄기세포를 담당 의사와 직접 상의합니다.
고객:당뇨 환자 중에 치료받은 사람들, 많이 있나요?
직원:그럼요, 고객님. 얼마 전에도 당뇨 환자분께 저희가 줄기세포를 제공해드렸어요. 이식받으신 후에 많이 좋아지고 계십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퍼시픽불임치료센터. 인간배아를 만들 때 필요한 난자는 불임치료 후 남은 것을 사용한다

고객:당뇨병엔 어떤 줄기세포를 이식하죠?
직원:췌장줄기세포를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로 분화시켜서 이식합니다. 지난 번 환자분은 우리나라 연구팀이 추출한 췌장줄기세포로 시술 받으셨어요. 요즘 ‘메이드 인 코리아’ 줄기세포를 제일 많이 찾으시죠.
고객:그건 성체줄기세포죠? 배아줄기세포는 없나요?
직원:물론 있죠. 가격이 성체보다 좀더 비쌉니다.
고객:배아줄기세포 얻을 땐 배아가 죽는다던데….
직원: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죠. 그런데 미국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 로버트 란자 박사팀이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도 줄기세포를 얻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아직 줄기세포가 생기지 않은 8세포기 배아에서 세포 하나를 떼어낸 다음에 다른 배아줄기세포와 함께 배양하는 거죠. 그 중 30% 정도가 배아줄기세포로 자란대요. 배아도 물론 계속 살 수 있구요.
고객:그렇구나. 내일 엄마랑 갈께요. 그때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직원:물론이죠, 건강 회복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일 뵐께요.
(다른 전화벨이 울리고 직원, 계속 통화하는 동안 조명이 줄기세포 보관소로 옮겨간다.)




(보관소 안. 이배아, 연구원들에게 분주히 이것저것 지시한다.)
이배아:줄기세포 라벨 정확히 붙인 거 확인했나요? (손목시계를 보며 혼잣말로) 이상하네, 시간 됐는데 왜 안오시지?
(김성체의 안내로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수행원들과 함께 들어온다.)
부시:(내부를 신기한 듯 둘러보며) 원더풀~! 전세계 줄기세포가 모두 이곳으로 모인단 말이지? 김 소장, 이 줄기세포들이 전부 환자에게 이식되는 겁니까?
김성체:대부분은요. 하지만 꼭 치료에만 쓰이는 건 아니죠. 지방세포랑 줄기세포를 섞어서 가슴에 주입하는 유방성형도 합니다. 일본 도쿄대 고타로 요시무라 박사팀이 대표적이죠.
이배아:수정부터 분화까지 전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발생 과정을 연구하는데도 유용해요. 새로운 약물이 개발되면 효능이나 독성 테스트하는데 쓰이기도 하구요.
김성체:인공피부도 만듭니다. 콜라겐이란 물질은 줄기세포를 배양접시에 잘 달라붙게 하죠. 수년 전에 서울대 의대 박경찬 교수팀이 배양접시에 콜라겐을 코팅하고 피부줄기세포를 증식시켜서 사람 피부에 가까운 인공피부를 만들었어요. 그 인공피부를 지금은 대량생산하고 있죠. 바르는 약이나 화장품을 테스트할 때 많이 쓰고, 종종 화상 환자에게 이식하기도 합니다.




부시:알다시피 재임 기간 동안 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했어요. 지금은 이 놀라운 발전을 인정해야겠군요. 하지만 복제인간이 탄생할 위험이 여전히 있는 건 사실 아닙니까?
이배아:(속으로 투덜대며) 아직까지 딴지 걸 건 또 뭐람. (살짝 미소지으며)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설사 완벽한 복제인간을 만드는 기술이 있더라도 한국 과학자들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안 그런가요, 김 소장님?
김성체:동의합니다. 참, 소개가 늦었군요. 배아줄기세포 권위자인 이배아 박삽니다.
수행원:(이배아와 부시가 인사를 나누는 동안) 다음 일정이 촉박합니다. 이제 이동하시죠.
부시:알겠네. 잠깐, 하나만 더 물어보죠. 줄기세포로 치매도 치료할 수 있나요?
이배아:아직은 어렵습니다. 저도 한땐 만능 의사가 될 거라고 장담했죠. 하지만 인체는 의술보다 더 경이롭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에요. 그래도 김 소장님이나 저나 난치병을 정복하겠단 희망은 아직 여전합니다.
부시:그래요, 잘 봤습니다. (퇴장하며 속으로) 내가 옛날에 한국을 너무 얕본 모양이야.
(부시와 수행원 퇴장.)
김성체:(장난스럽게 웃으며 낮은 소리로) 부시 대통령이 아마 배가 좀 아플 것 같은데?
이배아:(맞장구친다) 그러게요. 줄기세포, 이제 미국보다 우리가 한 수 위잖아요. 참, 최근에 부시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았대요. 그래서 여기까지 직접 온 것 같은데요?
김성체:(눈을 찡긋 하며) 자리 하나 깔지 그래? 암튼 준비 수고 많았어요. 역시 이 박사야.
이배아:(손으로 ‘V’자를 그리며) 당근이죠, 박사님.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음악 깔리고 커튼이 약간 내려온다.)




(해설자 등장. 조명이 집중된다. 뒤로 출연배우들이 차례로 나와 선다.)
해설자:여러분, 재미있게 보셨나요? (관객들 대답한다) 줄기세포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손상된 세포의 기능을 복구하는 재생의학 개념이죠. 이 연극이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이겁니다. 출구에 배아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진 질병 목록을 마련해뒀습니다. 앙코르공연 관객들께만 드리는 특별 선물이에요. 여러분 모두 평생 줄기세포로 치료받을 필요가 없도록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가세요.



슈퍼맨과 레이건, 살 수 있었을까
하반신 마비로 여생을 보낸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와 치매로 고생하다 타계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낸시 여사는 줄기세포 연구의 적극 지지자다. 줄기세포가 일찍 실용화됐다면 리브와 레이건은 과연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글쎄다. 가톨릭대 오일환 교수는 “리브가 척수를 다친 당시에도 골수로 척추를 치료하는 기술은 있었다”며 “복제줄기세포가 없어서 회복 못한 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젓는다. 같은 척수질환이라도 정도나 원인에 따라 치료 가능성이 다르기 때문. 마비된지 오래된 환자는 줄기세포를 이식해도 회복을 장담할 순 없다. 살이 벤 직후 약을 바르면 새살이 잘 돋지만, 오래돼 딱지가 생기면 잘 돋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연세대 김동욱 교수는 “척수손상으로 운동을 못하는 환자는 운동뉴런이 손상된 상태다. 운동뉴런은 길게 만들어지는 세포라 줄기세포로 운동뉴런 자체를 대체하는 건 어렵다”며 “손상된 일부분을 줄기세포로 재생시켜 남아있는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가톨릭대 의대 전신수 교수팀은 6월 19일 열린 ‘가톨릭 줄기세포 국제심포지엄’에서 “올 4월 팔다리가 마비된 척수손상 환자에게 탯줄혈액에서 얻은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입했더니 요즘 허리에 힘이 생기는 등 일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치매로 세상을 뜬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낸시 여사가 남편의 대형 포스터를 가리키고 있다. 그녀는 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지한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중증 치매 환자는 줄기세포 이식해도 완치는 어렵다”고 말한다. 지금도 뇌 좁은 부위에서 신경세포가 손상된 파킨슨병을 줄기세포로 치료하려는 연구가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 줄기세포로 가장 먼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질병은 뭘까. 오 교수는 “심장과 혈관 질환일 것”으로 예상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도 심혈관 질환에 줄기세포 이식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신경계 질환 중 파킨슨병을 꼽았다.




황우석 교수팀 연구가 6월 17일자 ‘사이언스’ 표지에 실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 전날 ‘네이처’는 사람으로 치면 유아기에 해당하는 줄기세포 연구의 가능성이 과장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번햄연구소 이반 스나이더 박사는 “아직까지 줄기세포는 손상되거나 잘못된 세포를 다시 회복시키는 단백질인 ‘샤페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세포를 아예 대체한단 뜻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불과 몇 년 사이 줄기세포 덕분에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는 건 분명 희망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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