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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공포를 알고 있다


공포반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다. 편도체가 자율신경계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자율신경계는 뇌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고 알아서 공포반응을 연출한다.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들은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무섭다’고 말한다. 정말 털이 서는 걸까. 건국대 의대 해부학교실 고기석 교수팀은 독일 과학전문지 ‘세포조직연구’에 이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현미경으로 성인의 두피조직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서 확인해봤다. 그 결과 털세움근이 3~4개의 털을 동시에 잡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율신경계가 털세움근을 수축시키면 누워있던 털이 거의 수직으로 일어서는 것이다. 이러면서 피부에 오돌오돌 ‘소름’이 돋는다.

공포를 느끼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자율신경계가 심장에서 나오는 피를 장기나 근육 쪽으로 몰아주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장기에 피가 원활히 흐르게 하고, 여차 하면 도망가거나 싸워야 하니 근육에 피를 많이 공급해두자는 전략이다. 그래서 피부에는 핏기가 없어진다. 공포에 떠는 사람 얼굴을 보면 하얗게 질려있지 않나.

땀샘이 수축하면서 땀이 나는 것도 자율신경계의 작용이다. 땀이 식으면서 체온을 빼앗기 때문에 몸이 오싹해진다. 땀샘뿐 아니라 근육도 수축한다. 무서울 때 ‘오금(무릎 뒤쪽)이 저린’ 이유가 이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갑자기 귀신이 등장한 순간 비명을 지르는 것도 마찬가지. 자율신경이 성대 근육을 자극해 소리를 내게 하는 것. 성대를 경직시키기도 하는데, 그러면 아예 “억” 소리조차 못 낸다. 무서워서 입도 못 여는 게 이런 상황.




방광도 수축된다. 그래서 영화에는 머리에 총을 겨누면 소변을 흘리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학자들은 공포에 질렸을 때 소변이 마려운 이유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소변을 배출하면 몸이 가벼워져 도망가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 또는 잡아먹히는 동물의 경우 지저분한 냄새를 풍겨 적이 ‘밥맛’ 떨어지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무서운 장면을 보고 있는 동안에는 누가 불러도 잘 듣지 못한다. 공포를 느낄 때 뇌가 마치 수면상태처럼 의식을 차단하는 쪽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지는 것. 이때 의식이 너무 많이 차단되면 기절하고 만다. KAIST 김대수 교수는 “공포를 느끼고 기절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뇌에서 시상핵과 편도체가 상호작용해 의식이 차단되도록 유도하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한다.

편도체는 스트레스를 인식하는데도 중요하다. 그래서 무서울 때와 스트레스 받았을 때 인체는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공포자극을 받으면 받을수록 공포반응이 커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민감화’라고 한다. 어린아이가 주사를 맞을수록 무서워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편도체가 손상된 사람에게 공포자극을 줬더니 일반인보다 자율신경계 반응이 훨씬 덜 나타났다. 반대로 어떤 대상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뇌를 촬영한 결과 편도체가 일반인보다 더 활발히 반응했다는 연구도 있다. 여간해서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을 흔히 ‘간이 부었다’고 하는데, 사실 ‘뇌가 말랐다’고 하는 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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