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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복제의 꿈 - 백두산 호랑이에서 영장류까지


1996년 7월 5일 영국 로슬린연구소에서 양 한 마리가 태어났다. 이 양에는 ‘돌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세계 최초의 복제동물이었다. 돌리 이후 ‘스너피’까지 복제동물은 모두 13종으로 늘었다(100쪽 그림 참조). 한국에서 태어난 복제동물도 1999년 복제소 ‘영롱이’를 시작으로 5종이나 된다. 앞으로 과연 어떤 복제동물이 태어날까.

한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복제동물 후보는 호랑이다. 멸종동물을 되살린다는 의미가 큰데다 한국인의 얼과 정신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황우석 교수와 순천대 동물자원학과 공일근 교수팀이 호랑이 복제에 도전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는 1990년대말부터 백두산 호랑이 복제를 시도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북한이 낭림산맥에서 생포해 우리나라에 기증한 암호랑이 ‘낭림이’의 체세포를 얻어 복제 실험을 했다. 지금까지 여러 번 임신과 유산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황우석 교수와 그의 제자들은 ‘하늘을 감동시킨’ 노력으로 가장 어렵다는 개 복제에 성공했다.
백두산 호랑이 부활할까
공일근 교수는 호랑이 복제에 앞서 같은 고양이과 동물인 삵(살쾡이) 복제에 도전하고 있다. 공 교수는 “호랑이 복제가 어려운 것은 서로 ‘속’이 다른 동물의 난자를 이용해 복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다른 종간 복제에 성공한 적은 있지만 다른 속간 복제에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공 교수는 “삵을 복제하기 위해 다른 속에 속하는 동물인 고양이의 난자를 이용한다”며 “삵 복제에 성공하면 역시 다른 속간 복제에 속하는 호랑이도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2003년 고양이 복제에 성공했으며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고양이 대량 복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림설명)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 박사.



공 교수는 “삵을 복제하기 위해 다른 속에 속하는 동물인 고양이의 난자를 이용한다”며 “삵 복제에 성공하면 역시 다른 속간 복제에 속하는 호랑이도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2003년 고양이 복제에 성공했으며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고양이 대량 복제 연구를 하고 있다.

동물 복제 기술은 다른 멸종위기 동물을 복제하는데 쓰일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성공한 개 복제 기법을 같은 개과 동물인 한국산 늑대나 여우를 복제하는데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얼음 속에 냉동된 매머드에서 DNA를 얻어 복제 매머드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먼 훗날에는 복제된 멸종위기 동물로 가득한 ‘복제 동물원’이 등장하지 않을까.




그러나 멸종위기 동물 복제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생명공학감시연대는 8월 4일 논평을 내며 “생태계 파괴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복제한다는 발상 자체가 생태계 파괴에 대한 인간의 책임회피와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파괴되는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이 야생동물의 멸종위기를 막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 한마리가 인간이 놓은 올무에 걸려 죽은 사실만 보더라도 동물을 복제한다고 멸종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다음 복제동물 후보는 바로 원숭이다. 의학적인 잠재력이 엄청난 데다 인간 복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스너피 복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원숭이 복제는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해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가능하다’는 극단적인 단어를 쓴 것은 인간복제와 관련한 윤리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숭이 복제가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는 2003년 4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원숭이 복제는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원숭이의 복제수정란이 분열할 때 염색체가 비정상적으로 나눠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황우석 교수가 인간의 복제 배아를 만들고 줄기세포를 추출하면서 해결됐지만 여전히 많은 장벽이 남아 있다.

스너피에서 보듯 복제를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난자와 대리모가 있어야 한다. 서울대 수의대 강성근 교수는 “원숭이 암컷은 1년에 불과 4개월 정도만 발정기에 이른다”며 “사람처럼 한달에 한개의 난자를 배출하기 때문에 실험에 필요한 난자 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험동물이 부족한 한국에서 원숭이 복제에 도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원숭이 복제 멀지 않다

그러나 원숭이가 많다면?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미국에서는 실험용 원숭이 수천 마리를 보유한 영장류연구센터가 6군데 이상 있다”며 “복제 배아를 상당수 만들어 원숭이 복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숭이 난자는 복제 실험에 매우 유리하다. 원숭이 난자는 현미경에서 핵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여 제거하기 쉽다. 다만 복제 수정란을 대리모 자궁에 착상하고 임신을 유지하는 일이 어렵다. 지난해 섀튼 교수팀은 원숭이 복제 배아를 대리모 자궁에 이식했다. 임신에는 성공했지만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모두 유산됐다. 복제 배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충격 등으로 배아가 불안정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박 소장은 “세계적으로 실험횟수가 증가하고 있어 원숭이 복제는 조만간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원과 학생들이 복제 연구를 위해 동물의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하고 있다.

침팬지 등 사람과 가장 비슷한 유인원은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사실상 복제가 어렵다. 만일 원숭이가 복제되면 복제동물로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 될 것이다. 사람의 질병을 원숭이에서 연구하는 등 의학적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타우의 구조는 사람과 원숭이에서 98% 같다. 황 교수가 언급한 줄기세포 실험도 개보다 원숭이가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원숭이 복제는 인간 복제라는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황 교수조차 원숭이 복제가 성공하지 못한 점을 들어 “인간 복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원숭이 복제가 성공하면 기술적으로 인간 복제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 거의 무너지는 셈이다. 특히 인간은 인공임신 기법이 발달해 있다.

인간 복제는 윤리 문제 때문에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독재자 등이 장기 교체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간을 복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종교단체 라엘리안 등 인간복제를 추진하는 단체나 개인도 일부 있다. 최근 복제인간을 다뤄 화제를 낳은 영화 ‘아일랜드’가 불가능한 현실만은 아니다.

(그림설명) 개 복제에 성공한 이후 세계의 관심은 원숭이 복제로 쏠리고 있다. 원숭이 복제는 의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인간 복제 논란까지 일으킬 것이다.


애완동물 복제 반발 많아
2005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40대 투자상담가 단 씨는 고양이를 선물 받았다. 지난해 3월 죽은 애완 고양이 기즈모를 복제한 ‘꼬마 기즈모’였다. 미국의 애완동물 복제회사인 제너틱 세이빙스 앤 클론(GSC) 사가 지난해 12월 ‘꼬마 니키’에 이어 만든 두 번째 복제고양이다. 대신 두 고양이의 주인들은 5만달러(5000만원)라는 돈을 냈다.
미국에서는 벌써 라자론, 퍼패셰이트, 포에버펫 등 애완동물 복제회사들이 생겼다. 미국인의 1/3이 애완동물을 복제하기를 원했다. 개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미국인의 특성이 애완동물 복제 사업을 낳았다.




그러나 반발도 많다. 애완동물 복제가 또다른 동물학대로 이어지고,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원하는 동물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그릇된 생명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 단체는 애완동물 복제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복제에 드는 막대한 돈을 길거리에서 떠도는 버려진 애완동물을 돌보는데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어떨까. 황우석 교수는 애완동물을 복제할 생각이 없다며 “복제 개는 의학용으로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일근 교수도 “한국인은 미국인과 달라 거액을 주고 애완동물을 복제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애완동물 복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종, 속, 종간 복제 | 생물의 분류 체계는 ‘종-속-과-목-강-문-계’로 나뉜다. 계로 갈수록 범위가 넓다. 고양이, 호랑이, 삵은 모두 고양이과에 들어가지만 서로 다른 속에 속한다. 종간 복제는 다른 종의 난자를 이용한 복제를 말한다.

영화 ‘아일랜드’에서 인간 복제를 묘사하는 장면.

복제동물의 탄생 시기는 해당 동물의 쓰임새와 복제의 어려움에 달려 있다. 복제동물은 전반적으로 가축이 많다. 양을 비롯해 소, 돼지. 염소, 토끼, 말이 잇따라 복제됐다.
복제 초기에는 우수한 가축을 복제해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했다. 예를 들어 우유를 2배로 짜는 젖소를 복제하거나 고기량이나 맛이 월등한 소를 복제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복제 성공률이 생각보다 낮고 복제동물이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병에 걸리는 확률이 높다는 말이 나오면서 복제동물을 가축으로 쓰려는 연구는 점점 줄어들었다.
다음으로 눈을 돌린 것이 애완동물이었다. 토끼와 열대어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복제된 개는 의학과 애완동물, 멸종동물 복원에 쓰일 전망이다.




1996년 :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 조로 논란을 낳으며 태어난지 6년후 죽음.
1998년 : 미국 하와이대 류조 야나기마치 박사팀의 복제생쥐 ‘큐물리나’.
1998년 : 일본 긴키대의 쓰노다 유키오 박사팀이 탄생시킨 복제송아지.
1999년 :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탄생시킨 복제소 ‘영롱이’.
2000년 : 영국 바이오벤처 PPL세러퓨틱의 복제돼지.
2000년 : 중국 서부농림과학기술대 장융 교수팀의 복제염소 ‘위앤위앤’.
2001년 : 마크로젠의 복제생쥐.
2002년 : 미국 텍사스 A&M대 신태영 박사팀이 탄생시킨 복제고양이 ‘시시’.
2002년 : 경상대 김진회 교수팀의 복제 돼지.
2002년 : 프랑스 농학연구소 장 폴 르나르 박사팀의 복제토끼.
2002년 : 황우석 교수팀의 장기이식용 복제무균돼지.
2002년 :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이기영 박사팀의 복제열대어(제브라 피시).
2003년 : 미국 아이다호대 고든 우즈 박사팀이 탄생시킨 복제노새 ‘아이다호 젬’.
2003년 : 이탈리아 스파란트니축산연구소 체사레 갈리 박사팀의 복제말 ‘프로메테아’.
2003년 : 미국 텍사스 A&M대 신태영 박사팀의 복제사슴 ‘듀이’.
2003년 : 중국과 프랑스 공동연구팀의 복제쥐 ‘랄프’.
2004년 : 순천대 공일근 교수팀이 탄생시킨 복제고양이.
2005년 : 진주산업대 박희성 교수팀의 복제염소 ‘진순이’.
2005년 : 복제개 ‘스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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