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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역습 카트리나 - 수온 상승과 방비 소홀이 낳은 참사


미국이 벌거벗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남동부는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미국 정부는 23만3000km2에 달하는 면적을 재해지역으로 지정했다. 영국만한 넓이다. 9월 19일 현재까지 집계 결과 카트리나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자그마치 97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736명이 루이지애나주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수까지 합하면 앞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카트리나는 미국 관측사상 4번째로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됐다. 무엇이 카트리나를 이런 ‘거물’로 만들었을까.




10m 파도 동반한 강적 허리케인
태풍은 중심의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성 저기압이다. 북위 5~20° 사이 해수면 온도가 26℃ 이상인 바다에서 발달한다. 따뜻한 바다 위로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나오는 열이 태풍의 에너지원이 된다. 태풍의 위력은 원자폭탄 1만개, 수소폭탄 100개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하다.

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동태평양 일대에서 생기는 태풍을 허리케인이라고 부른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현지시간으로 8월 23일 남동쪽 바하마 해상에서 강한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저기압은 다음날 허리케인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것이 바로 카트리나. 26일 미시시피와 루이지애나주로 방향을 잡은 카트리나는 다음날 세력을 확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트리나는 허리케인 세기를 나타내는 1~5등급의 중간인 3등급에 불과했다.

카트리나는 풍속이 빠르게 증가해 28일에는 위력이 4등급으로 상승했다. 한때 풍속이 시속 281km를 기록했는데, 5등급 허리케인의 풍속이 250km/h이니 이는 5등급을 넘어선 것이다. 29일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한 카트리나는 거대한 폭풍해일을 일으켜 미시시피강 연안과 앨라배마주를 강타했다. 그 뒤 테네시주로 북상해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해지기 시작했다. 5대호까지 올라간 카트리나는 캐나다 퀘벡주에서 12시간 동안 50~170mm의 비와 50~98km/h의 강풍으로 남은 세력을 한번 더 과시했다.



카트리나로 특히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은 뉴올리언스. 이곳은 도시 전체가 해수면보다 낮아 주위를 둑으로 막아놓았다. 그런데 카트리나가 몰고온 폭풍해일이 둑의 두 군데를 무너뜨리면서 북동쪽에 접해 있는 폰차트레인 호수의 물이 도심으로 계속 흘러들어왔다. 도시 전체가 ‘물이 가득 찬 사발’처럼 돼버린 셈. 태풍은 기압이 낮아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몇m에 달하는 높은 파도를 동반하는 폭풍해일이 생긴다. 카트리나는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주 전 해안에 걸쳐 5~9m에 이르는 폭풍해일을 일으켰다. 특히 미시시피주 빌록시에서는 10m짜리 폭풍해일이 기록됐다. 미국 관측사상 가장 높은 것이다.

카트리나가 활개를 치던 시기에 곳곳에서 토네이도도 발생했다. 토네이도는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는 육지 위 대기가 불안정해져 발생하는 대기의 소용돌이다. 9월 19일까지 조사된 결과 카트리나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토네이도는 무려 36개. 미시시피주 11개, 앨라배마주 4개, 조지아주 15개, 버지니아주 1개, 펜실베이니아주 5개다. 토네이도 전문가인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선기 교수는 “일반적으로 허리케인이 토네이도를 동반한다는 논문들이 있긴 하지만, 이번 토네이도가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생긴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수온 분포. 과거보다 수온이 많이 상승해 초강력 태풍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5.5등급짜리 태풍 경고
최근 미국 MIT 캐리 임마누엘 교수는 지난 50년 동안 있었던 태풍과 허리케인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점점 강력해졌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리고 그 근본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바다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수면 온도가 0.5℃ 상승하면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위력이 약 두 배 증가한다는 것. 임마누엘 교수팀의 계산이 단순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학계는 지구온난화가 태풍과 허리케인의 위력을 키우는 원인이라는데 대부분 입을 모으고 있다.

태양에너지가 극지에서는 적고 적도에서는 과잉이 되기 때문에 지구는 자체적으로 이런 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메커니즘을 작동한다. 태풍이 가장 대표적인 예. 태풍은 저위도의 많은 열을 고위도로 이동시킨다. 그런데 태풍이 북상하는 동안에도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면 따뜻한 수증기를 계속 받게 돼 세력이 약해지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카트리나도 북상하던 도중 플로리다주를 거쳐 멕시코만에 들어오면서 극적으로 위력이 커졌다. 멕시코만 일대에는 미국의 석유 정제시설의 30%가 들어서 있다. 기상학자들은 카트리나가 이곳의 따뜻한 수증기에서 에너지를 더 얻어 훨씬 강력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림설명) 지난 8월 말 멕시코만을 지나며 맹위를 떨치고 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미시시피강 주변 지역을 강타해 1000명 정도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토마스 넛슨 박사와 올드도미니언대 연안물리해양학센터 로버트 투레야 박사팀은 지난해 9월 15일자 ‘기후저널’에 미래의 허리케인 세기를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화석연료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1년에 1%씩 증가한다고 가정하고 앞으로 80년 동안의 기상변화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기압은 14% 떨어졌으며, 바람은 6%, 비는 18% 증가했고, 결국 5.5등급에 달하는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도 역시 그 원인을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라고 봤다. 시뮬레이션 결과 해수면 온도는 0.8~2.4℃까지 상승했다.

(그림설명) 카트리나로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둑이 폭풍해일로 무너져 호수의 물이 흘러들어와 도시 전체를 삼켰다.



서울대 해양연구소 인공위성연구센터 박경애 연구교수는 “북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가 28℃인 곳을 연결한 곡선이 매년 평균 위도 0.6°씩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북반구 해수면 온도는 1년에 평균 0.0220℃, 남반구는 0.0071℃씩 증가하고 있다. 대륙과 인구가 많은 북반구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큰 것. 박 교수는 “우리나라 동해의 경우 해수면 온도 증가가 북반구 전체 평균보다 3.9배 높게 나타났다”며 “우리나라에도 초강력 태풍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박선기 교수는 “카트리나가 초강력 허리케인이긴 하지만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미리 방비를 제대로 했다면 피해가 훨씬 줄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뉴올리언스를 둘러싼 둑이 무너질 가능성은 이미 제기됐고, 둑을 보수하기 위해 주정부에 예산도 신청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예산은 테러와의 전쟁에 밀려 절반으로 삭감됐다. 지구온난화가 부추긴 카트리나는 결국 미국에 ‘인재’(人災)라는 오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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