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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을 점령한 난폭한 미생물 - 생리의학상_워런·마셜

글 | 이광호 경상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ㆍkhrhee@gaechuk.gsnu.ac.kr
병원에서 혹시 위염이나 궤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나선 모양으로 생긴, 눈에도 안 보이는 작은 미생물이 원인이다. 그런 병이 없더라도 이 글을 읽는 성인 독자 10명 중 8, 9명은 이 미생물에 감염돼 있을 터다.

이 미생물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위점막 속에 사는 세균이다. 한국에서는 언론 보도로 잘 알려진 데다 얼마 전에는 한 유산균 음료 회사의 광고에까지 출연하며 유명해졌다(그러나 유산균 음료를 먹는다고 이 미생물이 죽지는 않는다). 마침내 10월 3일 헬리코박터가 위염의 원인균임을 처음으로 증명한 호주의 병리학자 로빈 워런(68)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배리 마셜(54)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부활절 휴가가 가져온 노벨상

헬리코박터균은 2~7마이크로미터(1μm=100만분의 1m) 크기로 여러 개의 꼬리(편모)를 갖고 있어 점액층 속을 이리저리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특히 위장의 아래부분인 날문부(파이로루스)에 많이 산다. 헬리코박터 중에서 사람의 위에 사는 것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림) 워런(왼쪽)과 마셜 박사가 노벨의학상 발표를 들은 뒤 샴페인을 들며 서로 축하하고 있다.



이 세균에 감염되면 10명 중 6명 정도에서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위염 증세가 나타난다. 1, 2명에게서는 소화기궤양이 생긴다. 빈 속에 통증이 오는 십이지장궤양의 100%, 식사 후 통증이 많이 생기는 위궤양 환자의 60~80%에서 이 세균이 발견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4년 헬리코박터를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규정했다.

사람의 위점막에서 나선 모양의 세균이 처음 발견된 것은 1874년이다. 19세기말 고양이와 개의 위점막에서도 나선형 세균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 발견들은 곧 잊혀졌다. 위산으로 가득찬 위 속에서 연약한(?) 세균이 살 수 없다는 것이 당시 확고한 이론이었다. 1960년과 1970년대에 미생물학자들은 위점막을 배양해도 세균이 자라지 않는다는 현상을 과신한 나머지 위점막은 무균 상태라고 결론지었다.

호주 왕립 퍼스병원의 연구진이 1979년 사람의 위점막에서 나선형 세균을 발견했지만 이 세균은 위점막을 침범하지 않아 중요하지 않게 생각됐다. 그러나 이 병원의 병리학자였던 워런은 생각이 달랐다. 워런은 이 세균이 위점막에서 증가한 염증세포와 관계가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염증세포의 증가는 면역 반응이 일어났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위점막이 세균에 감염됐다는 간접적인 증거였다.

1981년 워런은 소화기학과에서 수련의로 있던 마셜에게 위점막 나선균에 대한 연구를 제의했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 세균이 발견된 환자 28명과 그들이 갖고 있는 질환의 관계를 연구했지만 공통점이 없었다. 환자의 증상이 소화불량에서 십이지장궤양에 이르기까지 너무 다양했다.

헬리코박터의 감염과 발병과정

그때 한 러시아계 노인 환자가 나타났다. 그 환자는 식후 명치통증 때문에 체중이 감소했다. 위내시경 관찰은 정상이었다. 워런과 먀셜은 환자에게 항생제를 먹였는데 2주뒤 환자의 위점막에서 세균이 없어졌고 위염도 사라졌다.

이때 전자현미경 학자인 암스트롱이 이 병원에 부임했고 그들은 고배율로 세균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세균이 위점액 속에 산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려면 이 세균을 배양해야 했다. 마셜은 같은 병원 미생물학과 책임자인 굿윈에게 배양을 부탁했다. 연구진은 ‘위장 속’이라는 너무나 다른 배양 환경을 실험실에서 제대로 만들지 못해 한동안 실패를 거듭했다.

어느날 행운이 찾아왔다. 연구진은 위 점막을 배양한 뒤 3일 동안 관찰해 세균이 나타나지 않으면 배양접시를 버렸다. 35번째 환자에서 위 점막을 배양할 때 마침 부활절 휴가가 시작됐다. 연구진이 휴가를 다녀오는 바람에 5일 동안 배양을 하게 됐고 여기서 지름 1mm의 투명한 세균 집락이 나타났다. 이날이 1982년 4월 15일이었다. 행운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마셜과 워런은 1983년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때 굿윈과 의견 충돌이 일어나 협동 관계가 해체됐다. 마셜은 배양한 헬리코박터를 자신이 직접 먹는 인체 실험으로 이 세균이 위염의 원인균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굿윈은 1988년 이 세균에 헬리코박터(나선형 세균이라는 뜻)라는 균속 이름을 붙였다.

(그림) 헬리코박터균은 2~7마이크로미터 크기로 여러 개의 꼬리를 갖고 있으며 위장의 아랫부분에 많다.



위장의 건강 혁명 일으킨 헬리코박터
헬리코박터가 어떻게 위 속에서 살 수 있을까.
헬리코박터는 약 2mm 두께의 위 점액층 내부에 살고 있다. 위산이 점액층을 뚫고 들어가기 어려워 헬리코박터가 안전하게 살 수 있다. 또 헬리코박터는 요소분해효소를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 효소가 위점액 속에 들어 있는 요소를 암모니아로 분해해 보호막을 만든다. 염기성인 암모니아로 위산을 중화하는 것이다.

헬리코박터는 선진국에서는 감염률이 낮고 개발도상국은 감염률이 70% 이상이다. 호주, 미국 등 선진국은 20대의 10~20%, 50대의 약 50%가 보균자다. 한국인은 5~6세 때 50%의 감염률을 나타내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80~90%로 감염률이 증가한다. 최근 어린이의 감염률이 줄어들어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감염경로는 헬리코박터가 있는 음식을 먹은 경우가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그런 음식을 먹는다고 모두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스트레스가 심할 때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워런과 마셜 박사의 헬리코박터 발견이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이들의 연구를 통해 많은 과학자들이 헬리코박터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과거에는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만성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위암의 원인과 발병 과정이 확인됐다. 이제 항생제와 위산 분비 억제제 등을 꾸준히 복용하면 십이지장 궤양의 대부분은 치료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인과 영국인에서 분리한 두 균주의 유전체가 해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경상대 의대 연구진을 포함한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 헬리코박터 두 균주의 DNA 염기쌍을 완전 해독해 한 단계 높은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 지금도 헬리코박터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이광호 교수는

18년동안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연구해 한국인의 위장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소개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국가지정 연구소재 은행장을 맡고 있으며, 이 세균의 감염을 원천 봉쇄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http://helico.gsnu.ac.kr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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