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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과학은 주가도 춤추게 한다 - 돈 버는 투자의 믿음직한 지원군


“아이고, 팔다리가 쑤신다. 비가 오려나?”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면 하늘은 마치 할머니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김없이 비를 뿌린다. 할머니에게는 ‘팔다리가 편안한 정도’가 날씨를 가늠하는데 이용되는 변수인 셈이다. 기상학자들은 할머니보다 훨씬 많은 변수를 모아 날씨를 예측한다. 온도와 습도, 바람의 세기나 방향, 구름의 종류와 양 같은 현재 기상자료는 물론, 과거 자료, 태양열, 지형, 해류, 대기오염도 등 날씨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꼽자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변수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경향을 수학식으로 만든 다음 컴퓨터로 계산해 날씨를 예측하는 방법을 ‘수치예보’라고 한다.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있으니 날씨 예측이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예측이 어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 바로 주가의 움직임이다. 올해 금융계 최고의 화두로 ‘코스피지수(종합주가지수) 사상 첫 1200 돌파’를 빼놓을 수 없다. 덕분에 주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주식형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지를 놓고 진지한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도 코스피지수가 이렇게 상승하리라고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금융시장에서 경제학이 홀로 고군분투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때마침 손을 내민 든든한 원군이 있었으니. 바로 과학이다.


내년 2월부터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직에 지명된 벤 버냉키 박사. 뉴욕 증시는 그에게 상승세로 화답했다.
주식시장서 변수 찾아내기
196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경제학자 폴 새무얼슨은 주가의 움직임이 분자가 움직이는 법칙인 브라운 운동을 따른다고 발표했다. 이 영향을 받은 물리학자 피셔 블랙, 경제학자 마이런 숄즈, 새무얼슨의 박사과정 학생 로버트 머튼이 1973년 옵션의 가격을 결정하는 수학식을 유도해냈다. 이것이 유명한 ‘블랙-숄즈 옵션가격모형’이다.

블랙-숄즈 모형이 바로 ‘금융공학’이라는 분야가 탄생한 출발점이 됐다. 금융공학자들은 시장을 움직이는 여러 가지 변수를 찾는다. 할머니와 기상학자가 날씨를 예측하는 요인을 찾듯이 말이다. 그 변수들에 수학, 통계학, 물리학, 공학을 적용해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해낸다.



(그림설명) 우리나라 증권거래소에 있는 황소와 곰 동상. 증시가 오름세 일 때는 황소가 뿔을 치켜드는 모습을 상징해 ‘bull market’이라고 한다. 반대로 내림세 일 때는 ‘bear market’이라고 부른다. 곰이 공격할 때 앞발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유가, 환율, 물가, 기업가치, 경기뿐 아니라 정치, 질병, 사건, 소문, 스포츠, 날씨, 천재지변 같은 변수에 따라 쉴 새 없이 변한다. 올해 국내 제약주는 이른바 ‘황우석 효과’와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의 영향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항공주와 보험주가 하루아침에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연세대 경제학과 김주철 교수는 “주가 변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분석해 신상품을 개발하는 게 금융공학의 역할”이라며 “실제로 외국에는 날씨나 천재지변에 따른 파생상품도 있다”고 말한다.

금융공학이 발달하면서 ‘콴트’(Quantative Analyst)라는 신종 직업이 등장했다. 일반적인 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업동향을 파악하거나 기업 재무제표를 분석해 주식의 가치를 매긴다. 이에 비해 콴트는 점점 복잡해지는 시장의 변수들과 위험요인 속에서 수학과 과학지식을 발휘해 고도로 정교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금융공학이 주식투자에서 금방 큰 돈을 벌어주는 건 아니다. 금융수학 전문가인 아주대 경영학부 구형건 교수는 “주가는 술 취한 사람의 걸음걸이처럼 예측하기 어렵고, 주식거래에는 반드시 리스크가 따른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금융공학은 주가 자체를 예측해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투자하는 게 최적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제·경영예측연구실의 차경천 박사도 주가 예측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선뜻 확답을 않는다.

“과학적 예측에는 모델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특정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신상품을 구입할지를 예측하려면 바이러스 확산 모델을 기본으로 삼죠. 마을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다른 요인의 도움 없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를 설명하는 모델입니다. 이를 근거로 신상품에 대해 수요예측 수식의 형태를 만들고 적합한 계수를 찾아 수식을 완성하는 거에요. 하지만 주식시장은 모델을 만들기에 변수가 너무 많아요. 순식간에 균형이 깨지거나 평균과 분산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예측이 힘들죠.”

그도 그럴 것이 많은 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변할테니 말이다. 게다가 주가는 결코 변수의 변화에 따라 규칙적으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에서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주가는 보통 하락한다. 그러나 최근 이례적으로 유가와 주가가 동반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투자자의 뇌를 들여다보라
이제 금융공학자들은 주가 예측에 좀더 가까이 가기 위해 투자자의 심리까지 분석하겠다고 나섰다. 시장에 거래되는 상품 가격을 보고 주가가 어떻게 될 거라고 기대하는 심리를 확률분포로 추출해내는 것이다. 확률분포를 보고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던 기존의 방법과 반대다. 이에 대해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과일 값을 보고 과일샐러드 가격을 추정하는 게 아니라 과일샐러드 가격을 보고 과일 값을 추정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마치 공학 분야의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과 비슷하다. 선진기업의 완제품을 거꾸로 벗겨내다 보면 결국 내부 설계도까지 알게 된다는 것. 이렇게 분석한 투자자의 심리상태는 또다른 금융상품을 개발하는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공학뿐 아니라 심리학, 확률, 게임이론, 프랙탈, 통계물리, 복잡계이론 등 이미 금융에 침투해 있는 과학 분야는 많다. 회사가 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사게 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주가가 상승하면 시장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도 바로 금융공학의 도움으로 고안된 ‘작품’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성공을 향한 비즈니스맨들의 경쟁에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이곳에 합류하길 꿈꾸는가. 그렇다면 과학으로 무장하라.

최근에는 심지어 뇌신경 연구를 금융에 적용하는 ‘신경경제학’까지 탄생했다. 시장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마음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뇌를 보고 알아낸다는 얘기다. 미래에는 금융기관이 고객의 뇌영상을 분석하는 일까지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지난달 대우증권은 “내년 4분기에는 코스피지수가 155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예측이 맞을지는 오직 시간만이 답을 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이미 금융공학은 특유의 ‘기술력’으로 고객을 사로잡을 히트상품 개발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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