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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조선무 다리 예찬 - 굵은 종아리와 가는 발목의 힘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세간의 화제다. 생각해 보면 희한한 일이다. 반만년 동안 골프 비슷한 어떤 운동도 해 본 적이 없는 한국 아낙네들이, 어떻게 골프를 만들어 세계적인 스포츠로 키운 사람들을 이기는 것일까. 유독 한국인이 양궁을 잘 하는 이유가 있을까. 같은 육상경기인데도 단거리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데 마라톤에서는 세계 대회에서 순위권에 드는 이유는 뭘까.

인체의 구조와 형태는 유전에 의해 그 특징이 결정된다. 더욱이 외형을 결정짓는 유전자는 극히 수가 적기 때문에 특징이 없어지지 않고 잘 유전된다. 사람도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4km 이내에서 배우자를 만났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역인, 민족끼리 생김새가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태! 권!’ 팔 한번 뻗는데도 수많은 근육이 움직인다.
근육이 길면 역도, 짧으면 탁구
한반도라는 유전자풀에서 형성된 한국인 역시 한국인만의 신체적 특징이 있다. 한국인은 빙하기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살던 고아시아인의 체질적 토대 위에 약 1만2000년~8000년 사이에 동남아시아로부터 서남해안을 통해 이주해온 남방계형과 1만년 전 시베리아에서 빙하기를 보낸 북방계형이 계속 유입돼 형성됐다. 1만5000년 정도의 빙하기 동안 격리돼있던 이들이 한반도라는 좁은 유전자풀에서 다시 섞여 1만년이 경과하는 동안 한국인의 체질을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능력은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운동을 통하지 않고는 나오지 않는다. 신체를 직접 움직이는 스포츠나 춤은 물론이고 노래는 성대라는 몸의 일부를 조절해야 하며, 심금을 울리는 명강의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발화, 어조, 제스처 등 몸을 써야 한다.

신체 움직임의 대부분은 뼈와 근육의 지렛대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데, 사람의 몸은 힘을 덜 쓰고 속도를 많이 낼 수 있게 돼 있다. 알사탕을 어금니로 물어 깨뜨릴 때만 힘과 속도가 1:1로 작용할 뿐 그 밖의 거의 모든 동작에서는 2배에서 많게는 8배까지 힘이 절약된다.

결국 신체가 해부학적으로 어떤 형태냐에 따라 좀 더 유리하거나 불리한 스포츠 종목이 있을 수 있다. 큰 힘이 필요한 역도에는 근육의 길이가 긴 사람이 유리하고, 반대로 민첩성을 요하는 탁구에는 근육의 길이가 짧은 사람이 적합하다. 그렇다면 골프에 유리한 신체 조건은 어떤 것일까.




멀리, 정확히, 세게 3박자 맞아야
골프에 ‘멀리, 정확히, 세게’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멀리’는 시각적인 겨냥이 정확해야 한다는 뜻이다. 타구의 방향과 각도는 아주 정확히 맞았는데 거리에 미치지 못하면 목적한 곳에 두세번 더 쳐서 가야하니 득점에 불리하다.









멀고 가까운 정도를 측정하는 능력은 모두 뇌에서 이뤄진다. 필드를 사진 찍듯이 한번에 보는 것이 아니라 필드 전체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스캐닝 하듯이 본 뒤 이 조각들을 뇌 속에서 다시 조립하고 재구성해 한 장의 커다란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재구성하는 뇌 속의 ‘영상조합프로그램’이 정확하지 않으면 실제 필드와 다른 필드를 만들게 된다.

‘정확히’는 섬세한 조작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필드의 경사도, 풍향, 풍속 등의 조건을 정확히 계산해서 공을 칠 때 움직이는 여러 근육들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모든 행동은 기억을 이용하는 것이다. 말도 단어와 어순을 기억하는 것이고, 걸음을 걷는 것도 발바닥의 부분 부분에 미치는 압력부터 근육의 세기까지 모든 감각 정보를 기억해뒀다가 이 기억과 새로 들어온 정보를 종합해 수천분의 1초 사이에 판단해 이뤄진다. 이 중 골프채를 휘두르는 동작은 ‘동작성기억’을 사용하는데, 대뇌기저핵이 이를 담당한다. 또 소뇌의 용적이 클 경우 섬세한 동작을 조절하는 능력에 유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게’는 힘찬 동작을 의미한다. 앞의 두 가지를 잘 해도 치는 힘이 약하면 목적한 곳에 이르지 못한다. 치는 힘이 세서 공의 속도가 빠르면 멀리 갈 수도 있고, 풍향이나 풍속 등 방해요인에도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힘찬 동작은 우리 몸의 큰 근육에 의해 생긴다. 큰 근육은 주로 체간부에 분포하는데, 말단부에 존재하는 작은 근육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큰 힘을 낸다.

결국 시각과 공간지각을 담당하는 뇌와 스윙 동작에 필요한 복부의 구조와 근육, 드라이브 능력에 관계있는 둔부(엉덩이)와 다리, 팔과 손의 조절 능력 등이 골프 기술에 영향을 주게 된다.



장점만 모아 모아
그렇다면 한국 여자 골프 선수의 신체 특징이 골프의 이런 필요조건에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 한국체육대에 재학 중인 여자 골프 선수 중 각각 소질이 다른 3명의 신체를 등고선 촬영법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우선 A형은 3명 중 키가 165cm로 가장 작았다. 어깨가 넓고, 상체가 짧으며, 대둔근이 작고 종지점은 짧게 붙어 있어 하둔부의 폭이 컸다. 몸통에 비해 다리가 길고, 종아리가 올려 붙어 있으며 가늘다. 종아리가 위쪽에 붙어 있으므로 근력이 크지 않은 대신 순발력이 있고 발단부에 민첩성이 있어 쇼트게임에 강하다. 프로 골프 선수 중에는 한희원과 김주연이 A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형은 남방계형에 속하며 유럽인에 많이 나타난다. 만약 A형이 유럽인에 많고 한국인에 적다면 한국 선수들이 골프에 두각을 나타내는 까닭이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 수가 적을수록 탁월한 인재가 나올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인에 많은 체형이기 때문에 골프에 유리하다면 B형이다. B형은 179cm로 키가 크고, 상체가 길며, 다리가 굵고 튼튼하게 발달했다. 넓적다리 앞쪽에 있는 대퇴사두근의 근복이 아래로 내려와 있고, 대둔근의 끝점과 종아리가 아래에 붙어 있어 A형과는 정반대인 체형이다.

(그림설명) 등고선 촬영법 한국체육대에 다니는 여자 골프 선수 중 각각 소질이 다른 선수 3명의 신체를 등고선 촬영법으로 분석했다. A형은 남방계, B형은 북방계 그리고 C형은 이 둘이 섞인 중간형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순발력보다는 근력이 좋고, 다리가 안정적이다. 허리가 길기 때문에 드라이브가 커서 장타형이 된다. 자연히 롱게임에 강해진다. 이런 체형은 북방계형으로 동양인과 한국인에 많다. 요즘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는 위성미 선수가 B형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한국인에 B형이 많은 것이 골프 강국의 원인일까?

그런데 박세리나 김미현 등 한국 여자골프 선수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원조’들을 보면 쇼트게임과 롱게임에 모두 강하다. A형처럼 종아리의 비복근이 위에 붙어 있어 순발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B형처럼 상체가 길고 다리가 곧아 드라이브에도 유리한 체형이다.

C형이 바로 이런 A형과 B형의 중간형을 나타냈다. 키도 168cm로 중간이고, 상체길이와 하체길이 모두 중간이었다. 이런 체형은 북방계형의 특징과 남방계형의 특징을 혼합해 갖고 있다. 상체가 둥글고 두텁고, 허리가 굵은 북방계형 인자에 대퇴사두근의 근복이 높다. 따라서 북방계형의 장점과 남방계형의 장점을 고루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김초롱과 박희정이 C형에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C형은 산업사회의 인구 이동으로 요즘 한국인에서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빙하기라는 특수 환경에 의해 극단적인 남성화와 여성화를 버렸기 때문에 한국인은 남녀성차가 적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중간형이 많은 것이다. 여성의 남성화 경향이 한국 여자골프가 강한 이유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한국인의 평균적인 신체 특징도 골프 선수에 유리한 체형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키, 허리 길이, 종아리 근육의 위치 등 신체의 해부학적인 조건에 따라 구사하는 골프 기술이 다르다.

한국인의 눈은 대체로 작다. 작은 눈은 초점거리가 짧다. 초점거리가 짧으면 초점심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공간 지각력이 발달한다. 골프에 유리한 형태다.

목은 짧은 편이다. 쇄골도 짧고 작은 편이다. 그래서 어깨가 약간 좁고 서양인보다 팔의 힘이 적다. 그런데 어깨의 삼각근이 두텁지는 않지만 끝점(종지점)이 길게 위치해 있다. 위팔은 짧고 팔꿈치에서 손목에 이르는 전완이 길다. 대신 손바닥은 길고 손가락은 짧다. 이 때문에 어깨의 삼각근과 옆구리에서 겨드랑이에 이르는 광배근, 대원근이 상대적으로 내려 붙어 있어 인체 비례로 따지면 긴 셈이 된다. 이런 구조는 위팔의 순발력에는 불리하지만 오히려 골프채를 휘두를 때 힘을 내는 데는 유리하다.

손목은 가늘다. 골간과 골단의 굵기 차가 크지 않고 골단부가 크지 않아 손목과 발목이 가는 경우가 많다. 손목과 발목이 가늘면 이를 감싸고 있는 인대가 도르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손목과 발목 아래 부위의 움직임의 속도를 높여줘서 순발력이 좋아진다. 손가락 길이는 짧은 대신 엄지손가락 밑둥의 볼록한 모지구와 새끼손가락 밑둥의 소지구가 두터워 손바닥의 악력이 세다.




롱허리에 조선무 다리가 비결
허리는 소위 ‘롱허리’가 많다. 허리가 길면 주로 몸통 운동을 담당하는 가슴등뼈를 돌리는 힘인 회선력이 커진다. 옆에서 보면 허리는 두텁고 단면이 둥글다. 따라서 몸통을 굽히거나 펴고 돌리는 움직임이 용이하다. 또 허리가 굵으면 복부의 내·외복사근의 근력 전달이 좋아진다. 게다가 흉곽의 하단이 넓어져 10번 늑골이 긴 지렛대를 가진 결과가 돼 몸통을 돌리는 힘이 증가한다.

다리는 흔히 말하는 ‘조선무 다리’다. 종아리는 굵고 발목은 가는 것이다. 둔근(엉덩이 근육)은 크지만 대둔근의 부착점이 낮아 무릎을 구부릴 때 힘이 덜 든다. 다리 중에서도 특히 하퇴(정강이)의 근육이 크고 아래로 길게 붙어 있다. 자신이 조선무 다리라고 실의에 빠진 여자들이 있다면 이제부터 자부심을 가져보자. 한국 여자골프의 힘은 ‘롱다리, 쇼트허리’가 아니라 조선무 다리와 롱허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그림설명) 세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한국 여자 골프 1세대, 박세리(왼쪽)와 김미현. 회선력과 근력이 좋은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용어설명) 체간부, 말단부 척추동물에서 몸의 중추를 이루는 부분을 체간부라고 하며, 그 외에 손·발·코·턱·입술 등을 말단부라고 한다. 초점심도 렌즈나 거울에서 상을 맺게 할 때 상이 선명하게 맺히는 범위(거리)를 초점심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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