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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좋아한 낭만 고릴라 - 김 탐정이 밝혀낸 킹콩의 5가지 진실

#1 킹콩은 늙은 고릴라였다
킹콩 조사에 나선 건 일년 전 받은 이메일 때문이다. ‘킹콩이 총각 행세를 한다’는 제보였다. 놀란 나는 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실제로 여주인공 앤은 젊은 아가씨인 반면 킹콩은 꽤 나이든 고릴라였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 킹콩의 털 색깔이다. 나는 킹콩이 산다는 해골섬에 몰래 숨어 들어가 킹콩을 관찰했다. 흔히 킹콩을 시커먼 털로 뒤덮인 괴물 고릴라로 생각하는데 잘 보면 얼굴과 온 몸에 은백색 털이 적지 않다. 특히 등판 아래가 온통 은백색이다. 이것은 고릴라 무리를 이끄는 대장 고릴라 ‘실버백’(Silver back)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고릴라 집단에서 흰 털은 강한 우두머리의 상징이다. 수컷 고릴라는 나이를 먹으면서 등에 은백색 털이 위풍당당하게 난다.

그러나 킹콩이 원조교제를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릴라 세계에서는 암컷이 젊은 고릴라보다 흰 털이 많은 나이든 고릴라를 더 좋아한다. 킹콩의 사랑은 나이차를 극복한 아름다운 사랑이었다는 것이 조사 결론이다.


야생 고릴라는 나이가 들수록 몸에 은백색 털이 늘어난다. 특히 우두머리 수컷 고릴라는 등에 은백색 털이 가득해 ‘실버백’으로 불린다.
#2 말 배우는 킹콩
혹시 킹콩이 앤과 뉴욕에서 다시 만날 때 가슴을 가볍게 두들기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앤은 “뷰티풀(Beautiful)이라는 말을 기억하는구나”라고 감격한다. 해골섬에서 앤은 킹콩에게 “뷰티풀”이라고 말하며 똑같은 동작을 했다. 이 행동을 킹콩이 따라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행동이 가능햇을까.

실제로 고릴라의 지능은 매우 뛰어나며 언어 능력도 있다. 과학자 프랜신 패터슨은 ‘코코’와 ‘마이클’이라고 하는 고릴라에게 수화를 가르쳤다. 코코는 ‘음식’ ‘친구’ ‘더러운’ 등 수백 개의 수화 단어를 배웠고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말을 만들기도 했다.

킹콩은 예전에 고릴라 사회에서 수화를 배웠기 때문에 앤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한눈에 알아챘을 것이다. 혹시 킹콩은 여러 섬을 돌며 다른 고릴라에게 수화를 가르쳐주는 봉사대원이 아니었을까.

(그림설명)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여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는 킹콩. 영화와 달리 고릴라는 초식을 주로 하는 겁 많은 동물이며 나무나 빌딩을 잘 타지 못한다.


#3 티라노와 맞선 가족사랑의 힘
영화 속 최고의 장면은 킹콩이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세 마리를 물리치는 장면이다. 크기가 서로 비슷한 킹콩이 흉악한 공룡 세 마리를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고릴라는 매우 무서운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평화를 사랑하는 가족적인 동물이다. 마운틴고릴라는 덩굴, 고사리, 죽순 등 식물을 주로 먹는다. 가끔 달팽이나 곤충을 먹지만 하루 평균 2g 정도다. 다른 고릴라 종류인 로랜드고릴라는 과일을 많이 먹는다. 영화에서 킹콩이 댓잎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이다.

초식을 주로 하는 잡식동물인 고릴라가 실제로 사자를 만났다면 피할 것이다. 1961년 우간다에서 표범에게 잡아먹힌 고릴라의 시체가 발견됐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앤을 구하기 위해 킹콩이 공룡 3마리와 결투를 한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입을 두 손으로 잡아당겨 턱을 빼는 장면도 나왔다.

잡식동물이 분명한 킹콩이 어떻게 감히 티라노에 덤볐단 말인가. 유명한 고릴라 학자 다이안 포시의 책이 의문을 풀어줬다. 그녀는 ‘유인원과의 산책’에서 “성숙한 고릴라는 자기 가족을 방어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고 말했다. 밀렵꾼은 고릴라 새끼 한 마리를 얻을 때 고릴라 가족 전체를 죽인다고 한다. 아, 숭고한 고릴라의 가족사랑이여….

그러나 그 엄청난 힘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오랜 친구인 영국 스터링대의 리차드 파넬 박사가 그 의문을 해결해 줬다. 그는 “아프리카 콩고 지역에 사는 수컷 고릴라들이 손바닥으로 물을 세게 내리쳐 경쟁자를 겁준다”고 ‘네이처’ 2001년 7월호에 발표했다. 킹콩은 바로 이 행동을 오랫동안 반복하다 뜻하지 않은 무공을 얻은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앤을 사이에 두고 공룡과 맞선 킹콩. 고릴라는 초식을 주로 하는 겁많은 동물이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싸운다.
#4 킹콩이 그녀를 사랑한 이유
영화를 보면 해골섬 원주민들이 킹콩에게 수많은 여성을 갖다 바친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죽었다. 그런데 왜 유독 백인 여성인 앤 만이 킹콩의 사랑을 받은 것일까.

킹콩에게 ‘백인우월주의’라도 있다는 말인가? 참고로 우두머리 실버백 고릴라는 대개 3마리 이상의 암컷을 거느린다. ‘일부다처제’ 고릴라가 다른 암컷을 마다할 리 없다.

킹콩이 뉴욕에서 앤을 찾을 때 수많은 여성을 손에 쥐고 눈 앞으로 끌고 왔다가 버린다. 이건 고릴라가 근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냄새를 맡아보기 위해서다.

앤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킹콩. 발정기의 고릴라 암컷은 수컷 앞에서 입술을 꼭 깨물거나 입을 동그랗게 모은다.

미국 미시간대 지안쯔히 조지 장 박사는 “2300만년 전 고대 영장류에게 페로몬을 감지하는 유전자(TRP2)가 있었다”고 밝혔다. 현대 영장류는 이 유전자가 퇴화됐다. 혹시 이 유전자를 간직한 킹콩은 냄새로 배우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만일 사실이라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앤이 뿌린 향수였을 것이다. 원주민 처녀는 이 향수가 없어 킹콩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또다른 이유가 있다. 앤이 킹콩 앞에서 온갖 재롱을 떠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실제로 고릴라는 발정기에 들어간 암컷이 입술을 꼭 깨물거나 입을 동그랗게 모으며 수컷을 간절히 바라본다. 우연하게도 앤의 행동이 고릴라 암컷의 행동과 비슷했고 여기에 킹콩이 넋이 나간 것으로 보인다.




#5 킹콩은 어떻게 수갑을 풀었는가
킹콩이 붙잡혀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에 선을 보였을 때 킹콩의 손과 발에 굵은 수갑과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자기 앞에 나온 여자가 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흥분해 쇠사슬을 뽑아내고 난리를 피운다.

쇠사슬이야 워낙 힘이 세니까 뽑아냈다고 치자. 그렇다면 수갑은 어떻게 풀었을까. 영화를 보면 킹콩이 힘을 주자 마치 수갑이 이미 풀려 있듯이 벗겨진다. 혹시 킹콩은 이미 수갑에 상처를 내 반쯤 끊어놓은 것은 아닐까.

앞서 말했듯 고릴라는 머리가 좋다. 동물원에 있는 고릴라는 줄을 사용해 물체를 끌어당기고, 막대기로 물체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나온 고릴라 코코는 그림을 그릴 정도다.



야생 상태에서 고릴라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도 2005년 처음 공개됐다. 미국 야생보호협회 토머스 브로이어 박사팀은 아프리카 콩고의 한 국립공원에서 야생 고릴라 두 마리가 기다란 나무막대기를 이용해 물 길이를 재는 장면을 촬영해 ‘생물학 공중도서관’에 발표했다. ‘레아’라는 이름의 암컷 고릴라는 막대기로 물 깊이를 재 물웅덩이를 건너갔다.‘에피’라는 암컷 고릴라는 나무막대기를 질퍽거리는 땅을 건너는 다리로 이용했다. 내가 조사한 결과 킹콩 역시 몰래 숨겨놓은 쇳조각으로 수갑에 흠을 내놓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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