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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문맹1]물 한 잔 갖고 짜게 군다?

물부족 국가 vs 물빈곤지수
인류의 문명이 탄생한 곳에는 어김없이 강이 흘렀다. 어떤 문명은 가뭄 때문에 멸망의 문턱에 들어섰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인류를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게 바로 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물을 잘 모른다. 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물문맹’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과학동아는 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5가지를 골랐다. 이제는 물이 더 이상 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음료수는 뭘로 하시겠습니까?”라는 웨이터의 질문에 “물이나 한 잔 주세요”라고 대답한다. 이때 돈을 내야 한다고 하면? ‘이 레스토랑 되게 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음식점 메뉴판에 물 가격이 적힌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은 물부족 국가라고들 한다. 그런데 우리는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어디 가서 물 한 잔 ‘공짜로’ 얻어먹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럼 도대체 ‘물부족 국가’는 어떤 뜻일까.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한 국제인구영향연구소(PAI)는 인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정책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인구밀도 계산과 같은 방식으로 ‘물밀도’를 산정해서 세계 각국의 물 사정을 평가하고자 했다. 물밀도는 각국이 가진 수자원 총량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영국 템스강의 홍수 방지 댐.

독자들도 우리나라의 물밀도를 간단히 계산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83mm, 강수량 가운데 약 45%는 대기로 증발하고 나머지 약 55%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다. 국토 면적은 약 10만㎢이므로 이 세 수치를 곱하면 대략 700억㎥이고, 이 값을 4800만 명으로 나누면 약 1470㎥가 나온다.

이는 우리가 갖고 있는 수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인간과 자연이 1년 동안 평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량을 국민 1인당으로 표시한 것이다. 국제인구영향연구소는 단지 우리나라의 물밀도가 물부족 국가의 기준으로 삼은 1000~1700㎥의 범위에 들기 때문에 그렇게 분류한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물밀도가 낮다는 것은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다는 것이지, 우리가 물을 헤프게 써서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우리가 물을 아무리 아껴 쓴다고 해도 유엔이 인용하고 있는 물부족 국가의 운명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실제로 물이 얼마나 부족하다고 느끼는지를 나타내는 건 영국의 생태수문연구소가 제시한 ‘물빈곤지수’다. 물빈곤지수 산출은 국제인구영향연구소가 사용한 방법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 지수는 우리의 물자원, 상수도 보급률, 수자원 관리 기술, 사회기반시설, 소득 수준, 사용량, 환경 수준 등 물과 관련된 인자들을 모두 고려해 나온 값이다. 특히 물빈곤지수는 경제력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빈곤지수는 5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등급이 낮을수록 물이 더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등급에 해당된다. 일본보다 약간 낮고 미국이나 호주와 비슷하며 중국이나 북한보다는 월등히 높다. 즉 우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이 부족하지 않다고 느끼는 나라 그룹에 속한다.

그럼 정부는 왜 ‘물부족’을 얘기하는가. 정부의 물부족은 가뭄이 발생했을 때 우리의 용수 공급 능력이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양을 나타낸다. 여기에는 앞으로 얼마나 심한 가뭄이 올지에 대한 가정과 인간이 물을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 등 각종 복잡한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2001년 수립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2011년 만일 전국적으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다면 18억㎥의 물이 부족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1966~2003년의 기후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값이다. 그런데 사실 이 기간 동안에는 비교적 비가 충분히 내렸고 그렇게 심한 가뭄은 없었다.




1901년 우리나라에 다녀간 영국인 앵거스 해밀턴의 ‘한국’(Korea)이라는 여행기에는 조선 말기인 1884년부터 26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굶주림과 전염병이 만연된 비참한 우리 역사가 생생하게 기술돼 있다. 조선 말 같은 극심한 가뭄은 당장 내년부터라도 시작될 수 있다. 물이 얼마나 부족할지, 아니면 충분할지 더 정확하게 추정하려면 기후 변화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빈곤지수가 그리 낮지 않다 해도 가뭄에 대한 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물이 언제 얼마나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해하고, 수자원 시설을 효율적으로 개발, 이용하는 기술은 기본이다. 레스토랑에서 ‘그냥 주는’ 물 한 잔도 소중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김승 박사는
미국 아이다호대에서 수자원관리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 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지구의 물 순환에 대한 이해가 미흡해 수자원 관리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라며 “사업단의 연구성과가 물 부족 극복에 소중하게 쓰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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