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연구소

척척박사 연구소과학이야기제목별로 보기해설이 있는 과학

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똑똑하게 해 주세요, 하느님

지능 높이는 뇌수술 가능할까
'내가 널 똑똑하게 만들어 줄게. 능력 있는 남자가 되는 거지. 그러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어.'

KBS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에서 뇌 전문의 ‘박동재’가 3급 정신지체장애자 ‘하루’에게 뇌수술을 권한다. 하루는 부자가 되고 싶다. 돈을 좋아하는 ‘은혜’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수술한 뒤 하루는 IQ 68에서 IQ 169의 천재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천재’를 꿈꾼다. 어떻게 하면 똑똑해 질 수 있을까. 지능을 높이는 뇌수술은 정말 가능한 걸까.

KBS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주인공 하루. 덧셈도 모르던 하루는 수술한 뒤 19단도 척척 외게 된다.
수술하면 천재가 된다?
“하루의 뇌 속에는 선천성 피질이형성증과 유사한 거대신경세포가 있습니다. 이것이 집중장애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이죠. 그러므로 거대신경세포를 미분화된 신경절단 섬유와 연결시킨다면 정신지체를 고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대신경세포로 인한 IQ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박동재는 병원간부들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지능을 높이는 뇌수술의 원리를 설명한다 (위 대사는 드라마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박동재의 주장은 전제부터 틀렸다. 실제로 존재하는 거대신경세포는 정신지체의 원인이 아니다. 가끔 종양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지만 거대신경세포는 그저 정상신경세포보다 조금 더 클 뿐이다. 드라마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도 ‘박동재식’ 뇌수술의 허구성을 인정하면서 “스토리 전개를 위해 원작 소설 번역에 충실했다”고 설명했다.

정신지체는 일종의 뇌 발달 장애다. 뇌세포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거나 신경세포끼리 연결이 잘못돼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박동재가 말한 피질이형성증은 6층으로 이뤄져야 할 대뇌피질*이 3~5층으로만 구성되는 것처럼 뇌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경우를 가리킨다. 피질이형성증은 실제로 정신지체장애를 일으키지만 거대신경세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수술. 기세포를 특정 신경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고 이 신경세포가 뇌 속에서 아무 부작용 없이 오래 생존할 수 있다면 각종 뇌 발달장애를 고칠 수 있다.

“손상된 뇌 기능을 수술로 복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생성되지도 않은 조직을 수술로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삼성서울병원 뇌종양전문의 박관 교수는 피질이형성증 같은 뇌 질환을 수술로 고칠 수 있냐는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그는 현재 피질이형성증 환자에게 시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간질증상을 없애는 수술을 언급했다. 간질성 발작이 사라지면 충격으로 인한 지속적인 지능저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가끔 간질제거 수술을 하면 지능이 조금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산 너머 산
지능을 높이는 뇌수술은 불가능한 걸까. 지난 해 3월 미국 스탠포드대 줄기세포연구소의 어빙 와이스만 교수팀이 발표한 인간 뇌세포를 가진 쥐에 실마리가 있다. 연구팀은 인간배아줄기세포를 태아상태에 있는 어린 쥐의 뇌에 이식했다. 면역거부반응으로 곧 죽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인간의 줄기세포는 쥐의 뇌 속에서 신경세포로 분화했다.

같은 해 12월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솔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박사는 생긴지 2주째인 쥐의 태아에 10만개의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식했는데, 그 중 0.1%가 쥐의 신경세포로 분화했다. 게이지 박사는 “이식된 인간배아줄기세포가 인간보다 쥐의 뇌세포에 더 가깝게 성장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밝혔다. 인간 뇌세포 지름은 보통 17마이크로미터(1㎛=100만 분의 1m)인데 이식된 인간의 줄기세포는 쥐의 뇌세포 크기인 11㎛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희대 뇌신경생물학사업단 오태환 교수는 “줄기세포를 뇌에 바로 이식할 경우 줄기세포가 신경세포 대신 암세포로 분화할 확률이 30%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줄기세포를 배양액에서 신경세포로 완전히 분화시킨 다음 뇌에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완전히 분화한 다음에는 뻗어나간 신경조직(수상돌기)이 이식 과정에서 훼손돼 수술로 옮겨진 신경세포의 생존율이 매우 낮다는 게 문제다.

쥐의 뇌 속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했다(녹색으로 염색된 부분). 빨간 점들은 쥐의 신경세포 핵, 파란 부분은 쥐의 신경교세포다.

그래서 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초기단계의 비성숙세포를 뇌에 이식하기도 하는데 이 방법이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이다. 수상돌기가 거의 발달하지 않아 훼손될 염려가 적고, 세포가 어려서 성장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쥐 실험에서 일부 뇌기능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신경세포를 이식받은 실험용 쥐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내에 죽는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김동구 교수도 “의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분화된 신경세포를 필요한 위치에 넣어주는 것 뿐”이라며 성급한 기대를 경계했다.

사실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뇌에 이식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서 교수는 “세포만 옮겨 놓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이 줄기세포에 대한 큰 오해”라고 말했다.

이식된 세포는 우선 주위 신경조직들과 시냅스로 연결돼야 한다. 인간의 신경조직은 세포 하나당 1000개 이상의 연결통로를 가지고 있다. 이들 모두가 올바르게 연결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면 뇌의 구조를 낱낱이 살펴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뇌의 신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신경세포가 제대로 연결된다 하더라도 세포가 일찍 죽어버리거나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게다가 줄기세포가 신경세포 대신 엉뚱한 세포로 분화하거나 아예 암세포로 전이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모든 과정이 성공한다 할지라도 이식된 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옮겨진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활동을 도와주는 신경교세포가 얼마나 잘 연결될지 보장할 수 없는 까닭이다. 1000억개 정도의 뇌세포 가운데 무려 900억개가 신경교세포다. 신경교세포가 영양분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신경세포는 죽을 수밖에 없다.




시냅스 통과는 빨리빨리
세상의 어떤 수술도 바보를 천재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20년 쯤 뒤에는 지체장애인도 천재는 아니지만 범재는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범재는 천재가 될 수 있을까. 모든 정보는 신경세포를 통해 전달되니까 신호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면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문제는 시냅스다. 전류처럼 흘러오던 전기신호는 모든 신경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틈인 시냅스를 건너뛰어야 한다. 장애물 경기에서는 허들을 빨리 넘을수록 기록이 단축되듯이, 뇌 속에서는 전기신호가 얼마나 빨리 시냅스를 통과하느냐에 따라 ‘두뇌회전’ 속도가 결정된다. 4689 곱하기 52는? 답이 늦어지는 만큼 입력된 전기신호가 시냅스에서 머뭇거린다는 의미다. 어떻게 하면 정보를 더 빨리, 더 많이 전달할 수 있을까.

200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는 NCX2라는 유전자를 제거해 ‘똑똑한 쥐’를 만들었다. 신경세포에 전기신호가 도착하면 세포 내부의 칼슘이온(Ca2+)이 많아지는데 NCX2는 이 칼슘이온을 세포 밖으로 퍼내는 펌프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를 제거하자 칼슘이온이 신경세포 내부에 오래 머물면서 정보신호를 주고받는 쥐의 시냅스 기능이 강화됐다. 신 박사는 “NCX2의 기능이 억제된 쥐는 보통 쥐보다 공간지각력과 인지능력이 뛰어났다”고 밝혔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는 매우 좁은 틈을 두고 연결되는데 이 틈이 바로 시냅스다.

1999년 미국 프린스턴대 야핑 탕 교수는 ‘네이처’에 유전자를 변형해 쥐의 지능을 높였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탕 교수는 어린 쥐의 전뇌부분에 있는 세포에 유전자 활동을 촉진하는 DNA조각을 넣어 유전자를 조작했다. 그러자 정보를 기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NMDA수용체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지능이 높아졌다. 유전자 변형 쥐들은 물밑에 숨긴 목표물을 보통 쥐 보다 더 빨리 찾아냈다.

이런 실험 결과들은 유전자를 조작해 시냅스의 정보전달 기능을 강화시키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지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신 박사는 “이런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순전히 쥐에게서 어떤 유전자를 제거했더니 지능이 상승한다는 실험결과일 뿐”이라며 이를 인간에게 적용시키려는 시도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고려대 의대 김병수 교수도 “동물 실험 성공이 끝이 아니다”며 “무엇보다 아직은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신경전달과정에 관여하는지도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소리내 따라하고 만져보기도 하는 학습이 더 효과적이다. 다양한 자극은 시냅스 기능을 강화시킨다.
뇌를 흥분시켜라
우리나라처럼 모두가 천재를 꿈꾸는 곳에서 똑똑해지는 법은 언제나 초미의 관심거리다. 연말에는 장난감 대신 지능계발용 완구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시험을 앞둔 수험생치고 총명탕 한번 복용하지 않은 학생이 없다. 천재가 되고 싶은 갈망은 끝이 없다. 과욕은 파멸을 부른다. 천재가 된 하루는 수술 부작용으로 생명까지 위협받게 됐다.

손을 많이 움직여라. 오감을 이용해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여라. 충분히 잠을 자라. 이런 평범한 이야기들이 뇌수술이나 유전자 조작보다 훨씬 합리적인 ‘두뇌계발 프로젝트’다. 전문가들은 “지능을 높이는 뇌수술을 10년 동안 기다리는 것보다는 10년 동안 꾸준히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태어날 때부터 약지와 중지가 붙어 있는 사람의 뇌 속에는 손가락에 대응하는 부분이 4개밖에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이 손가락 분리 수술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두 손가락이 함께 움직일 것이다. 뇌에 다섯 째 손가락을 통제할 수 있는 사령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술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섯 손가락은 모두 따로따로 움직였다. 뇌 속에 다섯 째 손가락에 해당하는 부분이 새로 생긴 덕택이다. 뇌 발달은 몸의 움직임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미국교육전문지 ‘아메리칸 스쿨보드 저널’ 최신호는 캘리포니아 주교육청 조사결과를 인용해 운동을 많이 할수록 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학업성취도가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그러니 수술로 뇌 용량을 늘린다는 먼 나라 이야기를 꿈꾸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잼잼’이라도 시작하자. 손을 오무렸다 펼 때마다 뇌는 흥분한다.

미로 찾기는 쥐의 지능검사 방법 가운데 하나다. 똑똑한 쥐일수록 미로 속을 더 빨리 빠져나온다.

대뇌피질 : 표면을 덮고 있는 가장 바깥 부분. 대뇌피질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등 인간 고유의 정신활동이 이뤄진다.



내과학상자담기  E-MAIL 프린트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RSS

나도 한마디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목록


내 당근 보러가기

내 뱃지 보러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