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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볼 수 없는 투명인간

영화 속의 투명인간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어린아이들에게는 뭐니뭐니해도 투명인간이 최고 인기다. 투명인간이 되면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를 보기 좋게 골탕 먹일 수 있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가고 싶은 곳 어디라도 마음대로 가볼 수 있다.

가장 신나는 것은 선생님이 출제하는 시험문제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선생님을 보이지 않게 졸졸 따라다니다가 시험문제 출제하는 것을 본 후 시험을 보면 전교수석은 물론 대학입학 수능시험에서 전국수석도 따 논 당상이다.

그뿐 아니다. 007로 변해 악당을 통쾌하게 물리칠 수도 있으며 야구나 축구에서 공을 사라지게 하여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미난 일을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무기로 자유자재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이다.

누구나 투명인간이 되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거의 무한한 자유를 거머쥘 수 있으리라 상상한다. 내가 어디 있건 아무 흔적도 남지 않으며 어디에나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다. 남의 비밀 이야기도 마음대로 들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훔쳐내는 것도 자유다.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말이다.







영화 할로우맨
투명인간은 행복할까?
그런데 작가들이 바라보는 투명인간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1887년 영국의 소설가 H. G. 웰스는 소설 『투명인간』을 발표하여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저자 프랑스의 쥘 베른과 함께 현대 SF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데 그가 그린 투명인간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웰스의 대표작 『타임머신』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꼽히는 『투명인간』의 주인공은 그리핀이란 이름의 냉혈과학자다. 그는 빛의 밀도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던 중 인체에 돌고 있는 붉은 피와 검은 머리카락을 무색으로 만드는 실험에 성공하고 스스로 투명인간이 된다. 그러나 투명인간이 되자마자 자신의 비밀을 이용하여 재산과 권력을 잡으려고 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는 줄거리이다. 웰스는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약점을 투명인간이라는 형태를 통해 나타내면서 이기주의와 잘못 이용된 과학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한 운명으로 이끄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폴 버호벤 감독의 「할로우 맨」도 투명인간의 비극적인 삶을 그렸다.

미 국방성은 최고의 과학자들을 동원하여 ‘할로우 맨(투명인간)’ 실험에 착수하여 마침내 카인이 실험용 고릴라를 사라지게 하는 데 성공한다. 담당 과학자 카인은 미 국방성의 명령을 어기고 바로 자신에게 투명인간 실험을 강행하여 투명인간이 된다. 곧바로 투명인간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주사를 맞지만 엄청난 고통만 가해질 뿐 실패한다. 이에 낙담한 카인은 그의 몸속에 숨어 있던 욕망과 과대망상이 분출되어 파멸의 길을 걷는다. 이 영화는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막상 그 능력을 얻은 이후 인간의 행동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투명인간' 책 표지
투명인간이 되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원칙적으로는 동물을 표백하고 세척하는 등 일정한 가공을 거친 후 표본을 살리틸산의 메틸에스테르에 담그면 투명물질이 된다. 메틸에스테르는 강력한 빛의 굴절성을 가지는 빛깔이 없는 액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원리가 살아있는 유기체에 적용될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우선 살아 있는 생물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투명한 액체로 적신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며, 그렇게 한다고 해도 좀 투명해지기는 하겠지만 완전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신체의 모든 부분이 투명하다는 것은 눈의 수정체 등 모든 부분이 투명하다는 것으로 눈이 투명하다는 것은 눈의 굴절률이 공기의 굴절률과 같다는 뜻이다. 눈이란 수정체, 유리체 및 기타 부분들은 외부에 있는 대상의 영상이 눈 앞에 있는 망막 뒤에 맺어지도록 광선을 굴절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눈과 공기의 굴절률이 같다고 하면 빛의 굴절을 일으키는 유일한 원인이 제거되므로 망막에 상이 맺어지지 않아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다. 광선을 굴절하지 않는데다가 눈에 색소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방해도 없이 투명인간의 눈을 지나친다는 뜻이다.

아무리 투명인간이 된다고 해도 투명효과를 얻을 수 없다면 투명인간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바로 이런 아이러니컬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잠수함이다. 잠수함 자체는 보이지 않으므로 비밀리에 적군의 함선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투명공간에서 일어났던 문제점이 여기에서도 일어난다. 적군의 함선이 어디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눈(잠망경)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세시작]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vs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자물쇠가 있으면 열쇠도 있는 법. 반대의 경우, 즉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게 만드는 ‘투명 과학’도 이와 함께 발전해 왔다.

미국이 개발해 실전에 투입하고 있는 스텔스기는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비행해 적진을 공격할 수 있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비행기’이다. 이 전폭기의 비밀은 적의 레이더에서 발사된 전파를 흡수해 반사하지 못하게 하는 전파흡수재에 있다.

원래 레이더는 전파 빔을 발사하여 대상물에 부딪쳐 반사돼 돌아오는 반사파를 잡아 대상물의 위치와 거리를 파악하는 장치다. 즉 레이더는 대상물체에서 반사되는 반사파가 없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식별할 수 없다. 스텔스기는 레이더에서 발사되는 전자 빔이나 마이크로파 등을 자체에서 흡수해 대상 물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도료를 입히고, 동체의 각을 특수하게 하여 적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발명된 적외선탐지기는 인간의 시력 한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준경을 비롯한 적외선탐지장치는 물체의 모양을 그대로 관측함으로써 신속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게 하는데 어둠 속이나 혹은 벽 뒤에 있는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다. 적외선 탐지장치의 원리는 간단하다. 인간의 체온은 36.5도로 주변의 온도가 낮기 때문에 항상 열 즉 적외선을 발산한다. 그러므로 주변 온도와 다른 물체 즉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다. 「할로우맨」에서는 투명고릴라나 개를 포착하기 위해서 적외선탐지 안경을 사용한다.

적의 레이더망을 무력화 시키는 스텔스 기

물론 이러한 장비도 주위의 환경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존 맥티어난 감독의 영화 「프레데터」에서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바이오 헬멧을 쓴 외계인 프레데터를 맞아 주인공인 더취 소령이 진흙을 몸에 바르자 프레데터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친다. 이것은 진흙 외에 진흙에 함유된 물분자가 적외선을 강하게 흡수하기 때문으로 사람들이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체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으로 적외선감지기는 비가 오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정교한 장치를 사용한다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식별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최신형 스파이 위성은 고분광 이미지(hyperspectral imaging) 처리가 가능한 고분광카메라를 사용하여 전자기 스펙트럼의 적외선을 포함하여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색까지 감지해낼 수 있다. 투명인간이 적외선카메라에 대비하여 위장용 물체 속에 들어가 있더라도 고분광 이미지 처리기술은 위장용 물체인지 진짜 물체인지를 페인트간의 미묘한 차이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여하튼 이런 장비들은 현재까지 알고 있는 위장기술조차 식별하므로 투명인간이 등장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착한 투명인간 등장
이제 사람의 몸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 일은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범죄 이외에는 그 쓸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투명인간이 등장해 범죄를 계속 일으키면, 그가 출몰할 지역을 미리 예상하여 적외선 투시장치나 비가시광선 센서 등의 장비를 설치해 놓으면 된다. 투명인간이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첨단 장비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투명인간이 영화에서 등장한다.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절대적인 힘과 권력을 가진 반지를 둘러싼 호비트족과 악의 제왕 사우론의 치열한 전투를 그렸다. 반지는 악의 제왕 사우론이 만든 것으로 모든 힘의 상징이며 세계의 운명이 그 반지에 달려 있다. 악을 쳐부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반지가 처음 만들어졌던 ‘운명의 산’의 용암 속에 던져 넣는 것으로 이를 위해 수많은 난관을 돌파해야만 한다.

영화는 반지의 주인들에게 반지를 절대로 손에 끼지 못하게 한다. 반지를 손에 끼면 투명인간이 되지만 투명인간이 되었다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의 영령이 나타나는 등 고통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험이 닥쳤을 때 잠시 반지를 끼곤 하지만 곧바로 반지를 빼고 본래의 모습이 된다. 투명인간이 되면 주인공 마음대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것이다.

'착한' 투명인간 헤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조앤 롤링이 창작한 신세대의 영웅 해리포터는 여러모로 다르다. 「해리포터」에서 해리포터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던 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버지가 맡긴 은회색의 망토를 선물 받는다. 망토를 걸치고 거울을 보자 망토에 덮인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머리만 공중에 떠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망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자 거울 속 영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망토 안에 사람의 눈과 공기의 굴절률이 같도록 만드는 장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론상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해리가 가지 못할 곳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해리는 망토만 걸치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물론 얼굴 모두를 망토로 걸치면 해리포터도 밖을 볼 수 없으므로 눈 만은 내놓아야 함) 투명망토를 나쁜 목적으로 쓰지 않는다. 착한 해리포터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투명망토가 있다면 유혹에 빠지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해리가 마법사이기는 해도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는 엄연히 학생신분이므로 적어도 시험지 정도는 빼낼 생각 정도는 했을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원작자인 조앤 롤링은 해리가 나쁜 짓을 하지 않더라도 망토의 위력을 십분 이용하여 관객들을 즐겁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짜준다. 「해리포터」를 보면 투명인간이 항상 악한 일을 해야만 사람들이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투명인간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아이디어도 제시된다. 「드래곤볼」에서는 일명 ‘잔상권’이라 하여 인간의 동작을 빠르게 하면 마치 수많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손오공이 빨리 회전하자 손오공이 수많은 손오공으로 보이므로 진짜 손오공이 누구인가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워낙 빠르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동작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론은 손오공의 승리!(보이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싸우겠는가!)

영화나 텔레비전은 한 화면을 만드는 데 30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는데 사람 눈의 잔상(殘像 : Persistence of vision) 효과는 15분의 1초이므로 우리는 단절감을 느끼지 않고 영화나 TV 속의 연속적인 동작과 행동을 볼 수 있다. 만약에 잔상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인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인간이 그와 같이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투명인간은 이래저래 불가능하므로 투명인간을 만들기 위해 헛수고를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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