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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V 로켓주먹 발사하려면?

액체로켓과 도킹기술 동원해야
편집자 주 : 태극전사 ‘로보트 태권V’를 제작하기 위한 10대 기술에 대한 특집기사가 과학동아 3월호를 통해 나가자 여러 군데서 문의가 빗발치고 성원이 뜨거웠다. 기사에 도움을 줬던 일부 전문가는 다음에 무얼 하면 되냐고 문의했고 독자들은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태권V 부활 프로젝트’는 TV방송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과학동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제 태권V를 하나하나 만들어보고자 한다. 먼저 태권V에서 가장 인상적인 로켓주먹 제작에 도전한다.

10대 기술을 자문했던 전문가 중 한사람인 항공대 장영근 교수가 ‘로보트 태권V 주먹무기에 대한 고찰’이란 보고서를 보내왔다. 장 교수가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인 우주시스템연구실 대학원생들과 함께 만든 보고서를 바탕으로 로켓주먹의 실현 가능한 형태를 알아본다.



로보트 태권V의 기본 설정은 키 56m(건물 18층 높이)에 무게가 1400톤이다. 주먹의 크기는 대략 5m로 추정할 수 있다. 태권V 주먹을 높이 5m에 가로와 세로가 각각 4m 정도인 직육면체로 가정해보자. 그러면 주먹의 부피는 80m3이고 1톤 가량의 소형차 4대가 들어갈 정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태권V 주먹의 무게는 약 4톤으로 볼 수 있다.








로켓주먹의 발사와 도킹 원리 / 태권V가 4톤 가량의 로켓주먹을 발사하려면 90만N의 힘이 필요하다. 2007년 국내에서 발사될 140톤짜리 로켓 발사체 ‘KSLV-1’이 낼 수 있는 힘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로켓주먹을 발사할 때는 반발력을 고려해야 하고 주먹이 되돌아오려면 역추진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 손등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부분에 역추진 엔진을 장착하면 로켓주먹을 팔에 도킹시킬 수 있다. 로켓주먹을 후진시키고 주먹이 팔에 결합할 때 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로켓주먹을 분리해 아래로 약간 떨어뜨린 직후 바로 연료를 점화해 발사해야 한다. 그래야 발사할 때 생기는 반발력 때문에 태권V가 뒤로 밀리지 않는다.




자동차 4대 분량의 주먹이라면 적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1976년 작품 ‘로보트 태권V’를 보면 주먹 발사(?) 장면이 나온다. 오른팔을 가슴 쪽에서 접었다가 밖으로 펴면서 적에게 발사한다. 사실 손도 손가락을 움켜쥔 주먹 상태가 아니라 손날을 세운 상태다. 주먹 발사보다 손을 집어던져 적에게 타격을 입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주먹 무기는 초대형 주먹을 고속으로 발사함으로써 적에게 어마어마한 운동에너지를 전달해 타격을 입히는 ‘운동에너지무기’(Kinetic Energy Weapon)인 셈이다.

주먹 무기는 인간의 동작을 흉내내면서 여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집어넣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장면에서도 태권V의 주먹 발사 장면이 조종사 훈이의 태권 동작과 겹쳐 나타난다. 태권V는 적이 멀리 있으면 가까이 있을 때처럼 주먹 지르기나 발차기로 공격하기 힘드니까 주먹이나 손을 날려 타격을 가하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4톤짜리 주먹을 발사하기 위해 필요한 힘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2가지 가정을 하고 계산해보자. 첫째 대기 중에서 작동하는 태권V 주먹은 공기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유선형이 아니기 때문에 음속(초속 340m)을 돌파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충분한 순간 추진력이 주어진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구조와 에너지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로켓주먹이 가질 수 있는 최대속도를 초속 300m로 가정한다.



100kg급 위성 쏠 로켓의 힘 절반 필요
로켓주먹은 적이 너무 가깝거나 멀리 있을 때 발사하면 비효율적이므로 적이 반경 200m 내외에 있을 때 발사한다고 가정한다. 결국 태권V가 주먹을 발사해 200m 거리에 있는 적을 초속 300m의 속도로 타격한다는 가정 하에서 주먹의 힘을 구해볼 수 있다.

힘은 질량에 가속도를 곱한 양이기 때문에 가속도를 알아야 한다. 등가속도운동에 따르면 가속도는 속도2/(2×거리)이므로 225m/s2이다. 따라서 힘은 4000kg×225m/s2=90만kg·m/s2, 즉 90만N(뉴턴, 힘의 단위)이다. 1N은 질량 1kg의 물체에 작용해 1m/s2의 가속도를 발생시키는 힘이다.

로켓주먹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90만N의 힘이 필요한 셈이다. 90만N이면 어느 정도 힘일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07년 전남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할 140톤짜리 로켓 ‘KSLV-1’이 낼 수 있는 힘(추진력)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KSLV-1은 100kg짜리 위성을 고도 300~1500㎞의 저궤도에 쏘아 올릴 로켓 발사체다.

로켓주먹은 무게만큼의 중력을 아래로 받기 때문에 추진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땅에 처박히고 말 것이다. 주먹의 이동방향은 추진력과 중력의 합력 방향이다.
스프링으로 발사 가능할까
어떻게 90만N이라는 힘을 발생시킬 수 있을까. 다소 황당하지만 장난감로봇처럼 스프링 장치로 주먹을 발사할 수는 없을까. 이 장치에서는 스프링의 탄성이 가장 중요하다. 태권V의 팔 길이(주먹 길이 제외)를 약 18m로 보면 스프링의 최대 압축거리는 15m 정도로 가정할 수 있다. 그러면 로켓주먹을 날리기 위한 스프링의 탄성계수는 힘(90만N)을 압축거리로 나눈 6만N/m이 된다. 현재 이 정도의 탄성을 지닌 재료는 없다. 탄소나노튜브 같은 신물질을 이용해 스프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역시 태권V의 주먹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로켓이 좋겠다. 손쉽게 고체로켓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고체연료를 태권V의 주먹 내부에 저장하고 이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가스를 분사해 힘을 얻는 방식이다. 고체로켓은 구조가 간단하며 연료를 저장하기 쉽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끌 수 없다. 즉 연료가 다 탈 때까지 로켓주먹이 날아다녀야 한다는 게 문제다. 추진력을 조절하기도 힘들고 1회용 로켓주먹이 된다. 한번 발사하면 다시 고체연료를 넣어야 하니까.

그렇다면 액체로켓은 어떨까. 액체연료를 쓰면 내부 구조가 복잡해지지만 밸브를 조절해 필요한 만큼 연료를 태우면서 추진력을 조절하기 좋다. 로켓주먹도 충분한 액체연료를 싣고 있는 한 1회용이 아니라 여러 번 발사할 수 있다. 액체로켓은 현재로서 태권V 주먹에 가장 이상적인 로켓이다. 문제는 액체연료가 작은 충격에도 폭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가벼우면서 강하고 열도 잘 견디는 재료를 쓰면 폭발 가능성이 줄어든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우주왕복선 발사 장면. 4톤짜리 로켓주먹이 발사되는 힘은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는 힘의 25분의 1 가량에 해당한다.

또 로켓주먹을 발사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90만N의 힘을 내는 로켓주먹이 발사되면 같은 크기의 힘이 태권V 몸통에 반발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형항공기에 실려 공중에서 발사하는 페가수스 로켓 방식이 고려돼야 한다. 이 로켓은 상당한 고도에서 항공기로부터 분리되자마자 불을 뿜는다. 로켓주먹은 팔에서 분리해 약간 떨어뜨린 다음 발사하면 된다.



손가락에서 역추진해야 도킹 가능
태권V의 로켓주먹을 보면 직선으로만 날아가지 않는다. 태권V가 적과 나란히 마주하지 않더라도 로켓주먹은 정확하게 적을 타격해야 하고 적이 주먹을 피해도 다시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로켓주먹에 유도제어가 필수적이란 뜻이다. 로켓주먹의 유도제어에는 현재 미사일 유도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열 추적 미사일처럼 적이 내놓는 정보(열)를 단순히 따라가는 수동 방식이 있는가 하면, 미사일 자체에 내장된 레이더 장비가 적을 추적하는 능동 방식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태권V 로켓주먹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꿔야 하는 데 있다. 항공기는 꼬리날개에 방향타가 있어 비행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로켓주먹에는 날개가 없어 그럴 수 없다. 대신 로켓주먹의 비행 방향을 바꾸려면 가스를 뿜는 분출구(노즐)의 방향을 직접 조절해야 한다. 현재 이런 방식은 F-22 같은 전투기에 적용되고 있으며 노즐의 각도를 15도 정도까지 틀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려고 이동하는 장면. 우주왕복선은 소형로켓 44개를 앞뒤 옆에 장착하고 있어 방향을 바꿔 원하는 자세로 도킹할 수 있다.

태권V 영화에는 발사됐던 로켓주먹이 어떤 식으로 돌아오는지가 표현돼 있지 않다. 적을 공격한 로켓주먹은 장면이 바뀌면 어느 순간 원래대로 붙어 있다. 로켓주먹이 되돌아와 결합하려면 역추진 엔진이 필요하다.

역추진 엔진은 앞으로 나갔던 로켓주먹을 후진시키고 주먹이 팔에 결합할 때까지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태권V 손등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부분에 역추진 엔진을 장착할 수 있다. 물론 주먹과 팔이 도킹할 때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속도는 줄이고 중력에 의한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도킹의 생명은 정교함과 충격의 최소화다.

또 로켓주먹을 폈을 때 손가락 끝에서 역추진력을 발생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결합할 때 속도를 줄일 수 있고 손가락을 아래로 움직여 중력 때문에 로켓주먹이 떨어지는 일도 막아준다. 로켓주먹이 좀 더 안정적으로 팔과 결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징가Z 주먹에 맞서자
주먹이 몸통에 결합하는 것은 우주왕복선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다만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는 입으로 세게 부는 정도의 힘만으로도 방향 조절이 가능하다는 게 다른 점이다. 실제 우주왕복선은 소형 로켓인 ‘추진시스템’(Reaction Control System) 44개가 앞뒤 옆에 붙어 있어 방향을 바꿔 원하는 자세로 도킹할 수 있다. 중력을 감안해 로켓주먹을 몸통에 결합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04년 9월 일본 후지TV의 프로그램 ‘놀라운 기술 대결’에서 마징가Z의 로켓주먹을 발사하는 장면을 방송한 적이 있다. 일본의 회사연합체 2팀이 만든 로켓주먹을 발사해 100m 앞에 놓인 목표물에 맞히는 대결이었다. 오른쪽 로켓주먹이 불을 뿜으며 목표물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고 왼쪽 로켓주먹은 발사에 실패했다. 애니메이션 속에 있던 로켓주먹이 현실로 튀어나온 셈.

이런 시도가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청소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 영화의 상상력이 하나 둘씩 실제 기술로 구현되는 걸 볼 때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이것이 바로 태권V 로켓 주먹이 발사돼야 하는 이유다. 영화 속 크기보다 더 작게 만든다면 우리도 로켓주먹을 날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장영근 교수는 | 미국 테네시대 우주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2~2000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품보증실그룹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항공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인공위성 설계와 로켓 분야의 전문가다.

2004년 9월 일본 후지TV에 방영된 마징가Z 로켓주먹 발사 장면. 일본의 한 회사연합체가 만든 오른쪽 로켓주먹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왼쪽 로켓주먹은 불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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