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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아닌 순간이동의 과학

레이저빔 순간이동 2km까지 가능
하루 종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나머지 꼼짝달싹 하기조차 싫다. 눈 깜빡하는 ‘순간’에 집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영화 ‘스타트렉’이나 ‘더 플라이’에 등장하는 순간이동 장치가 개발되면 실현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물리학자들이 현실 세계의 순간이동 장치를 개발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영국 요크대 샘 브라운스타인 박사와 일본 도쿄대 아키라 후루사와 박사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이 레이저빔을 한 번에 두 장소로 순간이동 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순간이동과 복제를 한 번에
레이저빔은 수많은 빛알갱이(광자)로 이뤄져 있다. 레이저빔을 순간이동 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레이저빔을 낱낱이 분해한 다음 얼마나 많은 광자로 구성돼 있는지, 각 광자가 어느 위치에 존재하는지, 광자들 간에 어떤 화학작용이 있는지 등 여러 정보를 추출한다.

이 정보를 케이블을 통해 원하는 장소로 전송한다. 정보를 받은 곳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광자를 ‘조립’해 원래의 레이저빔과 같은 레이저빔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동일한 레이저빔이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 한 셈이 되는 것.

이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정보를 받는 곳에 레이저빔을 조립할 ‘원재료’인 광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 정보를 전송하고 광자를 조립하는 과정이 빛의 속도에 가까울 만큼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연구팀은 원래의 것과 동일한 레이저빔을 1m 떨어져 있는 두 곳에 각각 동시에 만들어냈다. ‘원격(tele)’ 순간이동과 ‘복제(cloning)’가 함께 일어난 것과 같다는 뜻에서 물리학자들은 이를 ‘텔레클로닝(telecloning)’이라고 부른다. 이번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권위지 ‘피직스 리뷰 레터스’ 2월호에 실렸다.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인 순간이동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영국과 일본의 물리학자들이 한 입자의 정보를 원격으로 복제해 내는 ‘텔레클로닝’에 성공한 것. 미래에 제작될 영화 ‘매트릭스’ 완결편에는 텔레클로닝으로 만들어진 주인공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래픽=윤상선 기자
슈퍼컴퓨터 능가하는 양자컴퓨터에 응용
사실 과거에도 순간이동 실험에 성공한 물리학자들이 있었다. 1997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연구팀은 광자를 1m 떨어진 곳으로 순간이동 시킨 연구결과를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은 광자를 순간이동만 시켰을 뿐 복제해내지는 못했다. 동일한 광자가 다른 장소에 단 하나만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를 텔레클로닝과 구별해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이라고 부른다.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일환인 양자정보처리연구단을 이끄는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안도열 교수는 “텔레포테이션 기술은 지금도 양자컴퓨터 연구에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며 “미세한 입자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전송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속도가 몇 배나 빠른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격이나 사고방식도 순간이동?
브라운스타인 박사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기술로는 2km까지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며 “과학자들은 인공위성에서 10만 km 이상 떨어져 있는 곳까지 순간이동을 실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어떨까. 다른 장소에 ‘복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본’을 원자 단위까지 분해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실현이 불가능해 보인다. 사람의 몸은 약 1028개의 원자로 이뤄져 있다. 원자 단위로 잘게 분해한 사람을 다시 ‘조립’해 다른 장소에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 해도 그가 원래 갖고 있던 성격이나 사고방식까지 완벽하게 재현될지 의문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끊임없이 복제되는 스미스와 싸움을 벌인다. 스미스를 여기저기 복제해 내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 사람도 순간이동이 가능해질 미래에 ‘매트릭스’ 완결편이 개봉된다면 네오가 프로그램이 아닌 텔레클로닝 기술로 태어난 스미스와 한판 격돌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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