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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포이 캡슐을 만들 수 있을까?

만화영화 드래곤볼
「드래곤볼」에서 ''호이포이 캡슐''의 위력은 정말로 대단하다.

말괄량이 부르마는 천재 과학자인 아버지가 만들어준 조그마한 호이포이 캡슐 세트를 갖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마다 캡슐을 던지는데 던지기만 하면 자동차(약 1.5톤), 주택(약 20톤), 비행기(약 50톤) 등이 순식간에 어마어마하게 큰 크기로 확대되어 나타난다. 여기에서 톤 수는 필자가 대략으로 설정한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호이포이 캡슐이 개발된다면 그야말로 세계인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 갈 경우 굳이 자동차를 직접 몰고 갈 필요가 없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 자동차 캡슐을 던진 후 자동차가 나오면 직접 몰고 다니기만 하면 된다. 기름 값이 안 드니 경제적인 것은 물론, 사고 걱정도 없다. 교통위반으로 딱지를 끊지 않아도 되며 몰래카메라에 찍히지도 않을 것이다.

호이포이 캡슐이 있으면 환상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 해외 여행시 필요한 주택이나 자동차 캡슐을 휴대한 후 외국에 도착, 마음에 드는 곳에서 자신이 묵을 만한 주택을 던지기만 하면 된다. 호텔산업이 파산한다고 아우성 하겠지만 공터를 임대하여 수입을 얻을 수 있으므로 그다지 비관적이라고 만은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편리한 캡슐이 아직까지 우리 주위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캡슐이 태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불행하게도 그 문제가 ‘불가능의 과학’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골치 아픈 잘량불변의 법칙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골치 아픈 법칙이 ‘질량불변의 법칙’이다. 질량불변의 법칙에 의하면 물질은 어떤 변화가 일어나 그 모양이나 부피가 변하더라도 질량은 변화하지 않는다.

자동차, 주택, 비행기를 아주 작게 만들어 호이포이 캡슐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원래 갖고 있던 질량 71.5톤이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폐차장에서 자동차를 커다란 해머로 찌그러뜨린 후 조그맣게 압착시켜 커다란 전자석으로 옮기는 장면이 영화에 자주 나오는데 이것은 자동차의 크기가 작아졌다고 해서 무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르마의 몸무게를 추정하면 40∼45킬로그램 정도로 볼 수 있는데 그녀의 주머니 속으로 수십 톤이나 되는 호이포이 캡슐 세트가 들어간다는 것이 넌센스라는 것은 다음 계산으로도 알 수 있다.

캡슐을 길이 5센티미터, 반지름 1센티미터라고 가정한다면 15.7세제곱센티미터의 부피에 무려 50톤이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속의 밀도를 보면 철의 밀도 7.86g/㎤, 금의 밀도 19.3g/㎤, 백금의 경우 21.4g/㎤이며, 지구상에서 밀도가 가장 큰 금속인 이리듐과 오스늄일지라도 22.5g/㎤에 불과하다. 그런데 부르마가 갖고 있는 비행기 캡슐은 이리듐보다 318,500배의 밀도를 갖고 있다. 놀라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캡슐을 던지고 초음속으로 달아나라
질량불변의 법칙만 골머리 아픈 것은 아니다. 에너지 불변의 법칙도 존재한다. 부르마가 호이포이 캡슐을 던져 오토바이나 비행기, 주택을 만들 때 재료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작품을 보면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주인공들이 변형에 필요한 원자재를 지니고 다니지는 않는다. 주변에 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들을 조달하는 방법이 있는가?

O, X 문제. O를 선택한 사람은 천재임이 틀림없다.

원리는 슈퍼맨이 옷을 만들어 입는 것과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재료들은 공기를 이용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맨이 망토를 제작하는 것보다는 다소 어렵다. 원리적으로 핵융합에 의해 질소와 산소로부터 금속을 만들 수 있지만 이 작업이 간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기로부터 금속을 만들다니 무슨 이야기냐고 할 지 모르지만 거대한 별의 중심에서는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원리는 제시되었으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을 모셔온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곧바로 계산을 하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의 노트에는 이런저런 공식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공기로부터 필요한 재료를 얻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변형에 필요한 엄청난 온도와 압력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아인슈타인은 설명한다.

간단하게 말하여 부르마가 비행기나 오토바이 캡슐을 던져 순식간에 필요한 재료를 공기로부터 만들려면 적어도 수소폭탄 몇 십 개를 폭발시키면서 원소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 부르마가 캡슐을 던진 후 벌어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일 수밖에 없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터뜨린 후 우선 살아야 하므로 재빠르게 현장을 피해야 한다. 100미터를 10초 이내(세계신기록은 2002년 9월 16일 몽고메리가 세운 9초78)에 달린다고 해도 1분에 고작 600미터밖에 달릴 수 없으므로 폭발 반경을 벗어나는 데는 어림없다. 오토바이로도 어림없으므로 주인공인 부르마는 즉사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적어도 초음속비행기 정도는 타고서 캡슐을 던져야 하는데 그렇다면 무엇하러 오토바이 캡슐을 던지는가? 오토바이를 초음속비행기에 갖고 다니는 것이 합리적이다.

감독들이야 물론 변명할 답변이 준비되어 있다.

부르마가 요술쟁이나 초인이라고 간주해 준다면 재빨리 피했다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 장면만 보면 부르마는 요술쟁이가 아니고 캡슐을 던진 후 우아하게 서있다. SF장면을 꼼꼼히 뜯어보면 영화에서 다반사로 나오는 장면들이 정말로 썰렁한 아이디어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런 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다면 더욱 흥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를 사용해 커지는 울트라맨
호이포이 캡슐과 같은 개념은 물건을 확대하는데만 차용되는 것이 아니라 생물체가 증식되는데도 사용된다. 「울트라맨」에 나오는 주인공은 ‘M78''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인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출동할 때마다 70킬로그램의 몸이 35,000톤으로 변한다. 외형으로 보아서는 금속체로 보이지만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곧바로 변신된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생명체임이 틀림없다. 지구상에서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자랄 수 있는 것은 동물이 아니라 식물인데도 말이다.

태양에너지를 성장하는데 이용한다면 그야말로 큰 장점이다. 적어도 에너지 공급에 대한 문제점은 없다. 태양은 앞으로도 몇 십 억 년 동안 어려움 없이 에너지를 토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로 태양에너지만 먹고 자랄 수 있을까.




눈 딱 감고 에너지만 공급되면 인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이론적인 해결책을 위해 아인슈타인 박사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아인슈타인 박사의 이론에 의하면 질량과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같으므로 우라늄 1그램이 모두 변하면 820억 주울(Joule)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양은 석유 9드럼, 석탄 3톤이 타는 에너지와 같다. 그러나 질량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은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을 생각하면 다소 쉬운 일이지만, 에너지로부터 질량을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1그램의 우라늄235로 820억 주울을 낼 수 있다는 것은 820억 주울의 에너지가 있더라도 고작 우라늄235를 1그램밖에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니 말이다.

원래 울트라맨의 몸무게를 70킬로그램으로 볼 때 35,000톤이 되려면 349만 9,930킬로그램의 물질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에너지를 우라늄235(계산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우라늄235로 인간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했음)로 계산하면 2,870,000,000,000,000,000,000주울(287 뒤에 붙은 0자를 끝까지 세어 본 독자에게 경의를 표한다)이 된다. 이 정도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한국에 있는 모든 발전소를 수억 년 동안 가동시켜야 한다. 하지만 울트라맨은 외계인인데도 불구하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거대한 몸으로 변하면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므로 지구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런데 태양으로부터 지표에 쏟아지는 빛의 에너지는 1제곱미터 당 1초간에 고작 1,050주울에 불과하다. 울트라맨이 태양에너지를 모두 받는다고 가정하여 획득한 에너지를 물질로 바꾼다면 1초간에 증가하는 체중은 0.000,000,000,008,8그램이다. 이 정도로 물질 증가를 한다면 울트라맨이 35,000톤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866억 년이 필요하다. 우주의 나이를 120∼150억 년으로 추정하는데, 866억 년 동안 태양에너지를 받으면서 거인으로 변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론은 물질 그 자체가 순식간에 증가하는 변환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조종하는 거대 로봇
그러자 감독들은 울트라맨처럼 직접 40미터나 되는 거인이 되지 않는 방법론을 찾아냈다. 소위 변신 또는 합체 로봇이다. ‘마징가Z''나 ’로보트 태권V'' 가 태어나는 요인이다.

이들 애니메이션이 비교적 합리성을 갖고 있는 것은 로봇을 공장에서 만들고 조종만 ‘정의의 전사’들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설명한 순식간에 거대해질 때의 문제점 등은 전혀 없다.




세계적으로 로봇 붐을 일으킨 대표적인 작품으로 「아톰」과 「철인28호」를 꼽는다. 그런데 철인28호의 경우 25미터나 되는 로봇은 평소에 저장 창고 속에 있다가 위기가 닥치면 정의의 전사인 가네다 쇼타로라는 소년이 출동하여 로봇을 조종한다. 이와 같은 부류의 작품들은 작품 내용에 따라 모니터로 조정하거나 로봇과 두뇌로 직접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인간이 자동차를 조종하는 것처럼 조종하므로 시나리오 상 문제점이 될 것은 없다.

마징가Z는 초합금 Z로 만들어졌는데 광자력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한다. 개발자인 가부토 주조 박사의 손자인 고지가 호버 파일더에 탑승해 로봇의 머리 부분과 합체함으로써 마징가를 조종한다. 마징가는 로켓 펀치, 브레스트 파이어, 광자력 빔, 냉동광선, 루스트 허리케인 등 당시의 초현대 무기는 거의 모두 갖고 있다. 마징가Z가 방영되자 초합금으로 만들어진 로봇 장난감은 세계에서 가장 어린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한편 「로보트 태권V」는 일본의 「마징가Z」를 모방한 국산 만화영화로 볼 수 있지만, 국산 SF애니메이션의 효시로 불릴 정도로 큰 성공과 인기를 거두었다. 로봇 태권V는 공동 발명자 김박사의 아들인 훈이(세계 태권도 대회 우승자) 등이 탑승하여 조종하는데 1976년 국내에서 개봉되었을 때 만화영화임에도 극영화를 제치고 서울 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흥행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첫 작품이 대박을 터뜨리자 제2탄인 「로보트 태권V-수중특공대」, 「로보트 태권V-황금날개 1,2,3」, 「로보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 등이 제작되었다.





그런데 이들 정의의 전사들 거의 모두 초등학교나 간신히 중‧고등학교를 다닐 나이이다. 한국의 경우 주민등록증도 발급되지 않는 미성년자인데도 악당들을 퇴치하며 지구를 구하고 심지어는 우주를 구한다.

많은 작품들이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관객의 주 연령층이 주인공과 같은 초‧중학생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운전면허증도 발급 받지 않은 상태에서 마징가Z나 태권V를 조종하는 것은 물론 대형 오토바이, F1 경기자동차도 거뜬하게 몰고 나타난다.

소형자동차를 몰기 위해서 운전면허증(한국의 경우)이 있어야하며 이보다 큰 차량을 운전하려면 대형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작가나 감독들에게 이런 한심한 질문을 하면 물론 피식 웃을 것이다. 우선 작가나 감독들이 이들의 나이에 따른 현실적인 법규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한 마디로 주인공들은 ‘시간’이 없다. 주인공들에게 일일이 각국의 법규에 따라 자격증을 따야한다면(초등학생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는 나라는 없겠지만) 언제 악당들을 쳐부수고 지구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정작 어린 주인공들이 지구 또는 우주를 구하려고 출동하며 위험에 처하는데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일로 화를 내면서 주인공들을 화가 나게 만든 후 위험이 닥쳐오면 어린 주인공들에게 지구의 운명이 달려있다며 나가서 싸워달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주인공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들은 편하게 대형화면이나 보고 있으면서 ‘힘내라’는 정도가 고작이다. 결론이야 당연하게 어린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지구와 우주는 위험에서 벗어나지만 현실에서 그와 같이 위험한 일에 어린 주인공들을 보낸다면 ‘어린이 학대죄’에 저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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