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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우리 땅 우리 이름

신라장군 이사부 해저에서 웃는다
엄마의 포근한 자궁 속에서 열 달을 지낸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되면 아빠는 고민에 빠진다. 아기의 일생을 좌우할 이름 짓는 일 때문이다. 집안 어른의 조언을 듣고 한자의 획수를 따져가며 돌림자를 넣어 이리저리 불러 보기도 한다. 몇날 며칠 심사숙고 끝에 드디어 이름을 결정한다. 비로소 한 생명에게 고유명사가 부여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수십억 년의 진통 끝에 만들어진 우리 땅은 아직도 이름 없는 곳이 많다. 특히 바닷속에 감춰진 해저지형은 알려진 이름이 거의 없다. 땅 이름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는 소중한 자료이며 유산이다. 땅 이름 바로알기는 우리 유산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이다.




이에 따르면 해상지형은 바다, 수로, 암, 만으로 나누며, 바다는 대양과 바다, 수로는 해협과 수도로 구분한다. 해협은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의 ‘대한해협’처럼 육지와 육지 사이, 또는 큰 바다 둘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를 말한다. 수도는 항해가 가능한 수심의 수역으로 ‘한려수도’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암(岩)은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는 고립된 바위인 암과, 암석이나 해산의 옆으로 나온 돌기인 암붕으로 구분한다. 만은 크기와 굴곡에 따라 각각 해만, 만, 개만, 포로 구분한다. 늘 물 속에 잠겨 있는 바위는 따로 ‘초’(礁)라고 하며, 보통 암과 합쳐 암초라고 부른다.

해저지형의 구분은 대부분의 나라가 국제수로기구(IHO)가 만든 ‘해저지형의 표준화’라는 지침에 따른다. IHO는 52개로 구분했지만 우리나라는 대륙대, 대륙붕, 대륙사면, 심해 평원, 해구, 해령, 해저 분지 등 우리 땅에 있는 42개의 지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다중빔 음향측심기를 이용한 해저지형 탐사. 음파를 쏘아 돌아오는 시간을 데이터로 처리해 해저지형을 읽어낸다.
소리로 읽어내는 우리 해저지형
1987년 건설교통부 국립지리원이 펴낸 지명유래집에 따르면 ‘지명’이라고 하는 말은 중국 전한시대 역사서인 ‘한서지리지’(漢書地理志) 머리말에 나온다고 돼 있다. 지명은 오래전부터 그 나라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시사해 준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지명은 크게 해양, 해협, 만, 포 등 바다 위로 드러난 해상지형과, 해저산맥, 해산, 해령, 해구 등의 해저지형으로 구분한다. 해양수산부의 해양지명위원회는 지난해 해양지명 표준화 편람을 제작해 해양지명에 대한 표준을 제시했다.





표준안이 마련된 뒤로도 바닷속 우리 땅에 이름을 붙이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바다나 바다 위로 드러난 지형은 이미 부여된 이름이 있거나 쉽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해저지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먼저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저지형을 찾아내는 데는 여러 가지 수로측량 장비를 사용한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해저지형 스캐너인 ‘다중빔 음향측심기’(multi-beam echo sounder)라는 관측 장비다. 다중빔 음향측심기는 강력한 음파를 발사하고 되돌아오는 음파의 시간을 측정해 그 지형의 깊이를 알아낸다. 100여 개의 음파를 한 번에 쏴 바닥을 훑듯이 지나가면서 해저지형의 데이터를 읽어낸다. 이렇게 얻은 해저지형의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3차원 입체지형 영상을 만들 수 있다.












독도 지킴이들 이름 붙은 해산
지난해 해양수산부 산하의 국립해양조사원은 수년간의 조사 끝에 동해안 해저지형을 입체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마치고 이름을 붙였다. 이름붙인 해저지형은 모두 18개다.

해저지형은 해저대지 3개, 해저분지 3개, 해산 6개, 해저간극 3개 그리고 절벽, 퇴, 해곡 각각 하나씩으로 구분된다. 해저대지는 주변 지형보다 높이 솟아 있고 대체로 평평한 해저지형을 말하며 대륙붕보다 깊은 바다에 있다. 해산은 바다 밑바닥에서부터 1000m 이상 산처럼 솟아올라 있는 해저지형을 말한다.

동해에 있는 3개의 해저대지는 한국대지, 강원대지, 울릉대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가운데 한국대지는 이미 학계에서도 널리 사용돼 온 이름이다.

강원대지는 강원도 앞바다에 있고, 울릉대지는 울릉도 북동쪽에 있는데다 남쪽의 해저분지인 울릉분지와의 연관성 때문에 울릉대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해 해저지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해산이다. 주로 인물의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김인우해산, 이규원해산, 안용복해산, 심흥택해산은 모두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기 위해 힘썼던 조선시대 인물의 이름을 땄다.

이사부해산은 ‘독도는 우리 땅’ 노래에도 등장하는 김이사부 장군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신라 지증왕 때 나무로 깎은 사자를 싣고 가 지금의 울릉도인 우산국을 신라에 귀속시킨 장본인이다. 우리 해역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하는 해오름해산은 해가 솟아오른다는 뜻의 순우리말에서 붙은 이름이다.

최근 일본이 주장하는 쓰시마분지와 위치가 겹쳐 논란이 일었던 울릉분지는 사실 연구논문을 통해 학계에 이미 잘 알려진 이름이다. 울릉도 남쪽에서 수심 2000m 아래에 있는 울릉분지는 남북 길이가 약 100km, 동서 길이가 약 150km에 이른다. 강원대지 남부에 형성된 온누리분지는 수심 1600m에 위치한 타원형의 해저분지며, 수심 2200m의 새날분지는 ‘새로운 시대’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인 새날을 이름에 붙였다.

경북 울진 후포 앞바다에 형성된 해저지형에는 ‘후포퇴’라는 이름을 붙였다. ‘퇴’(堆)라는 것은 수심이 보통 200m 이하로 낮고 평탄한 정상부를 갖는 해저 융기부를 말한다. 후포퇴는 길이 약 85km, 폭 2.5~16.5km이며 수심은 150m에 이른다.


독도주변 우리 이름의 해양지형. 01큰가제바위 02작은가제바위 03지네바위 04넙덕바위 05군함바위 06김바위 07보찰바위 08삼형제굴바위 09닭바위 10춧발바위 11촛대바위 12미역바위 13물오리바위 14숫돌바위 15부채바위 16얼굴바위 17독립문바위 18천장굴바위 19한반도바위 20탕건봉 21물골 22코끼리바위

섬처럼 항상 해수면 밖에 나와 있는 지형은 국토지리원이 중앙지명위원회를 통해 이름을 붙인다. 현재 우리나라엔 약 3170개의 해양지형이 있지만 아직도 이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지형이 많이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지리정보원은 중앙지명위원회를 열어 독도 주변 부속도서 22개와 전라남도의 이름 없는 섬 71곳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등 233개의 지명을 다시 정비했다.

우리는 흔히 독도가 동도와 서도로 나뉜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하지만 독도 주변의 부속 도서는 동도와 서도를 제외하고 모두 89개나 된다. 중앙지명위원회는 그 가운데 크기와 면적, 형태를 감안해 22개의 부속도서에 이름을 붙였다.

강치(가제)가 출현하는 장소라고 해서 ‘큰가제바위’, 현지 어민의 방언을 그대로 살린 ‘넙덕바위’, 봉우리 형상이 마치 탕건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탕건봉’ 등 22개 이름에는 우리 방언과 생활 풍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2002년 8월 IHO에서 발행한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판 개정안이 세계 회원국들에게 전달됐다. 개정안은 ‘해양과 바다의 경계와 명칭’으로 바뀌면서 세계 156개 바다 이름과 경계를 재정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백지로 남아있는 부분이 있다. 정치적 쟁점 지역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인정받지 못한 우리 땅 우리 바다 동해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 독일에서는 IHO 회의가 열린다. 당장이라도 우리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싶지만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월드컵 축구 태극전사의 승전보와 함께 우리 지명이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반가운 소식이 함께 울려 퍼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땅 이름은 누가 붙이는 걸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까지는 /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우리 땅도 시에 나오는 꽃과 같은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 이름을 불러 주기 전까지 땅은 그저 지구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 땅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부르기 위해서다. 동네 사람들이 부르고 학술논문에 등장하며, 외교적 차원에서도 이름이 거론된다. 땅 이름은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에 믿을만한 기관을 선정해 국제적인 승인을 거쳐야 한다.




세계적으로 땅 이름을 통일하자는 움직임은 1871년 8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지리학연합(IGU) 회의에서 시작됐다. 그 뒤로 땅 이름을 통일하는 유엔지명위원회(UNGEGN)가 만들어지고 1967년 제네바에서 첫 번째 유엔지명표준화 회의가 열렸다. 각 나라에 지명기관과 상설위원회를 열어 국제적으로 지명을 통일하려는 목적이었다. 유엔지명표준화 회의는 5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이 회의에 보고된 논문들을 중심으로 지명표준화의 문제를 토론해 표준화된 땅 이름을 확정짓는다.

바다와 관련된 땅 이름은 국제수로기구(IHO)가 담당한다. ‘해양용어사전’ ‘바다와 해양에 대한 경계’와 같은 해양지명의 국제 표준안을 만들어 세계 공통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에서 땅 이름을 붙인다. 건설교통부 중앙지명위원회에서는 측량법에 따라 육지 이름을, 해양수산부 해양지명위원회에서는 수로업무법에 따라 해양지명을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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