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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응원에는 북소리가 최고

저음은 귀 아닌 몸으로 듣는다
많은 사람들은 집에 비디오나 DVD가 있는데도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직접 찾는다. 사물놀이 공연을 처음 보는 외국인들도 곧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월드컵 경기를 보다 응원 북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주위 사람들과 하나가 된 느낌이 든다.

여기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영화관 스크린 뒤의 대형 우퍼에서 나오는 강한 저음이나 사물놀이, 응원에서 듣는 북소리가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숭실대 배명진 교수는 지난 5월 북소리 같은 저음은 귀로 듣지 않고 몸이 울려 느낀다는 사실을 밝혔다. ‘심금을 울리는 북소리’의 힘이 실제로 증명된 것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내내 뜨거운 응원을 펼친 붉은악마의 힘, 그 비결은 바로 북소리에 숨어있었다.


인체는 북소리 느끼는데 좋은 구조
우리 귀는 20~2만 헤르츠(Hz)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특히 진동수가 1000~2000Hz 인 소리에 가장 민감하다. 휴대전화 벨소리가 음량이 크지 않아도 잘 들리는 이유도 벨소리가 주로 이 진동수대에 속하기 때문이다.

소리가 1000~2000Hz 대역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점점 잘 들리지 않는다. 진동수가 낮을수록 청각 대신 몸으로 느끼게 된다. 100Hz 이하의 소리는 10% 정도만 귀로 들을 수 있다.

배명진 교수는 “사람의 신체는 북소리 같은 저음을 느끼는데 좋은 구조”라며 “몸 앞쪽에서 강한 저주파가 오면 몸 뒤쪽의 등뼈에 소리가 모여 울림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북소리의 진동수는 60~80Hz 정도다. 따라서 귀로는 북소리를 모두 들을 수 없다. 이런 저음을 들을 때는 청각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오래 들어도 자극적이지 않다. 시끄러운 디스코텍에서 몇 시간씩 춤을 출 수 있는 이유도 소리 가운데 10% 정도만 귀로 듣고 나머지는 몸의 떨림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배 교수팀은 정말 몸으로 울림을 느낄 수 있는지 실험해 봤다. 북을 앞에 두고 일정 간격으로 학생들을 세웠다. 학생들의 눈을 가리고 귀에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려줘 북소리를 듣지 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북을 치자 20m 거리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북소리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50m 떨어진 곳에서도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배명진 교수가 북소리를 통해 가슴 떨림을 느낄 수 있는지 실험한 데이터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북에서 20m까지는 전원이 진동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50m까지도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북의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어 사람이 실제로 저음을 몸으로 듣는지 실험했다.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20Hz의 아주 낮은 음을 피실험자들에게 들려줬다. 그 결과 출력을 노래방 마이크 소리 정도인 90데시벨(dB)로 높이자 절반 정도가 ‘머리가 어지럽다’고 응답했고, 출력을 96데시벨로 더 높이자 전원이 가슴이 떨린다고 답했다. 귀로는 못 들어도 몸은 저음을 느낀다는 말이다.

사물놀이 공연을 현장에서 지켜보면 절로 흥이 난다. 처음 접하는 외국인마저 어깨춤을 추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물놀이 공연을 TV 중계로 보면 감흥이 훨씬 덜하다. 왜 그럴까.

“사물놀이 소리 중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은 바로 북소리에서 나오는 강한 저음입니다. 하지만 TV를 통해서는 이 저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곁에서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살릴 수 없죠.” 배 교수의 설명이다.

‘전설적 공연’이라는 유명한 실황 음악회들도 CD나 DVD로 들으면 감동이 반감된다. 오디오 장비가 연주 현장의 저음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를 보며 우리는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맛본다. 이 심리의 배경에 북소리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북소리로 뭉치는 붉은악마
북은 강한 저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북소리가 날 때마다 관중들은 모두 동시에 몸으로 진동을 느낀다. 마치 한 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응원 구호나 손뼉을 치며 박자를 똑같이 맞출 수 있다. 그 결과 소리의 공명이 일어나 선수들에게 응원 함성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다. 월드컵 경기에서 최고의 응원도구인 셈이다.

배 교수는 “경기장에서 커다란 북소리가 나면 응원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동조된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면서 그 진동에 혼연일체가 돼 박자에 맞춰 응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강한 저음의 북소리가 들리면 몸이 진동에 맞춰 떨리며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 사진은 지난 2002년 월드컵 경기장에서 박자에 맞춰 응원하고 있는 관중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세계가 대한민국의 열광적인 응원을 주목한 배경에도 북이 있었다. 배 교수는 “각자 응원하는 문화에 익숙한 서구인들에겐 북소리에 맞춰 통일된 응원가와 구호로 무장한 응원이 인상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 응원엔 어떤 북이 가장 좋을까. 물론 강한 저음으로 관중들의 마음을 흔드는 북이 좋다. 하지만 배 교수는 “너무 큰 북은 오히려 지나치게 낮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우리 몸을 공명시키는데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몸 크기엔 사물놀이에 쓰는 북 정도의 크기가 적당합니다. 각 민족들은 자신들의 체형에 맞는 북을 발전시켜 왔어요. 실제로 체격이 마르고 작은 부족들은 비교적 작은 북을 쓰지만, 상대적으로 체격이 큰 민족들은 큰 북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응원구호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중 ‘짝짝짝짝짝’을 북으로 친 파형. 가로축이 시간, 세로축이 음 높이다. 밝은 곳이 소리가 큰 부분이다. 큰 소리가 주로 낮은 음역(60~80Hz)에 몰려있다.
축구는 전쟁이다, 북을 울려라
북과 쌍벽을 이루는 대한민국 단골 응원도구가 바로 꽹과리다. 꽹과리 소리는 음이 고르지 않은데다 귀에 자극적으로 들리는 진동수 1000~1500Hz대에 속한다. 전쟁에선 북을 치는 한편 멀리서도 잘 들리는 꽹과리를 울려 적에게 강한 자극과 위압감을 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요란하게 꽹과리를 쳐서 상대팀 선수들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을까. 배 교수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꽹과리는 심리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꽹과리 소리가 상대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면 한국선수들 역시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선 오히려 큰 목소리로 응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사람들이 내는 소리가 공명을 이뤄 멀리까지 전달되기 때문이죠. 이때 박자를 맞추기 위해 북이 필요합니다.”


배명진 교수의 실험에 참여한 숭실대 학생들이 북소리에 맞춰 단체 응원을 하고 있다.

북은 다른 악기보다 만들기 쉽고,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기 때문에 옛날부터 전쟁에서 가장 적합한 악기로 꼽혔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북은 대한민국 응원단의 필수품이다. 경기장에 직접 갈 수 없다면 ‘길거리 응원’이라도 좋다.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가슴 떨리는 짜릿한 순간을 다시 한 번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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