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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도로 인류족보 만든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 성과 발표
영국 케임브리지대 인류진화학과 폴 멜러 교수팀은 6만 년 전 인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퍼져 나온 이유가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6월 미국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15만∼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의 조상이 출현했지만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0만 년 뒤라는 것. 최근 미국지리학회와 IBM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제노그래픽(genographic) 프로젝트’가 내놓은 연구 결과 가운데 하나다. 유전자(gene) 연구를 통해 인류의 지리학적(geographic) 분포를 알아낸다는 계획이다.


현대인 유전자샘플 분석 이동경로 밝혀
지난해 4월 출범한 이 프로젝트는 2010년까지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현대인 10만 명의 유전자 샘플을 분석해 인류의 기원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인류의 아버지인 ‘아담’ 유전자와 어머니인 ‘이브’ 유전자를 찾아 초기 인류의 이동 경로를 찾는 것이 주요 과제.

멜러 교수팀은 6만∼8만 년 전 유전자 돌연변이가 급격히 늘었다는 사실과 도구의 발달을 이동의 근거로 내세웠다. 강수량의 급격한 변화로 식량이 줄어들자 인류 조상은 새로운 자원을 찾아 나섰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는 것.

또 아프리카인의 세포에서 분리해 낸 미토콘드리아DNA(mtDNA)를 분석한 결과 집단 이동의 근거인 다양한 돌연변이가 출현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 인간 DNA의 99%는 핵에 있지만 1%는 핵 바깥 세포질의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한다.




1만6569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mtDNA는 어머니에게서 자식으로 유전되며, 딸을 통해서만 다음 세대로 유전되기 때문에 모계 조상의 단서를 찾는 근거로 사용된다. mtDNA의 염기쌍 중 일부는 세대를 거치면서 다른 염기로 바뀌는데 돌연변이가 일어난 선후관계를 따지면 그 조상을 추적할 수 있다.

최근까지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모계 조상은 16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살았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영국 옥스퍼드대 유전학과 스펜서 웰스 교수는 “DNA는 인류의 이동 경로와 특정 지역에서의 집단 형성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럽우주국(ESA)은 혜성 충돌과 같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달에 유전자 보관소를 건설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각 민족의 조상이 간직한 ‘마스터 유전자’를 찾아 저장할 계획이다.



“한국인, 아버지는 농사꾼 어머니는 기마민족”
한국인의 기원을 찾는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10년 넘게 한국인의 기원을 추적해 오고 있는 단국대 생물학과 김욱 교수는 “현대 한국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부계는 남방계가, 모계는 북방계가 주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남성염색체(Y염색체) 분석 결과 한국인 남성은 농경민족에게 많이 나타나는 ‘M122’와 ‘SRY465’라는 남방 계통 고유의 유전자를 가진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 Y염색체는 부계로만 유전되고 다른 염색체와도 섞이지 않기 때문에 ‘순수’ 부계 조상을 찾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모계의 경우 몽골과 중국 중북부 등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는 북방계 성향이 뚜렷하다. mtDNA 조사 결과 한국인의 60%가량은 북방계 모계 혈통을 따른다. 한반도로 이동한 북방계 민족과 남쪽의 농경민족이 섞이면서 농경문화에 흡수됐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한국인 기원 연구는 한국인 특이 유전병과 맞춤형 의약품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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