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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은 착각이다

처음 보는 이 광경, 예전에도 본듯… 그러나!
“어?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보긴, 1000년 전에 봤지.” 썰렁하지만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가끔 처음 본 사람에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이처럼 친근함을 느낄 때가 있다. 처음 찾은 확 트인 바닷가를 거닐다 문득 언젠가 이곳에 한번 와 봤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흔히 ‘데자뷔(기시감·旣知感)’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현재의 경험이 과거와 똑같다고 확신하는 이 독특한 정신 현상을 두고 호사가들은 ‘윤회의 증거’라고 말하곤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90%가 평생 한 번쯤 경험한다는 데자뷔 현상을 과학은 어떻게 해석할까.




데자뷔 현상이 논란이 된 것은 100여 년 전인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병을 앓은 일부 기억상실증 환자가 전혀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기억한다는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한 것.

현대 과학자들은 데자뷔를 지각과 기억의 연결고리를 담당하는 뇌 신경회로가 엉킨 결과로 보고 있다. 신경세포의 정보전달 과정상 혼란으로 인해 처음 보는 것을 익숙하다고 착각한다는 설명이다.

어떤 대상을 인식한 대뇌는 예전에 경험했는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검색하고 만일 경험했다면 ‘익숙한 대상’으로 분류한다. 데자뷔가 생기는 원인은 바로 두 번째 단계에서 일어난다. 처음 본 대상인데도 있지도 않은 기억을 꺼내 오는 것.

이런 느낌을 만들어 내는 곳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중간 측두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에도 같은 상황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데자뷔’는 뇌의 신경세포 기억오류 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박미자 연구교수는 “중간 측두엽에 이상이 있는 간질환자 가운데 데자뷔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물론 일반인이 느끼는 데자뷔 현상도 중간 측두엽과 관련된다.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낯선 대상을 친숙하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의 머리에 전극을 꽂고 낯선 대상을 보여 줬다. 자극 부위를 계속해서 바꿔 주며 뇌의 감성 반응을 측정한 결과 대뇌 측두엽을 자극했을 때 친밀감이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자 낯선 대상도 친숙하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전전두엽 등 뇌의 기억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도 데자뷔와 관련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발생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살바도르 달리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나 소설가들의 단골 소재로 쓰였다. 달리의 작품 ‘비키니섬의 세 스핑크스’와 ‘기억의 지속’. 기억오류는 아니지만 기시감을 주는 독일 폴크스바겐사의 비틀과 뉴비틀.(위부터)
최면상태 이용 ‘기억의 착각’ 연출도
최근 영국 리즈대 기억연구소 멀린 박사팀은 실험실에서 데자뷔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18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24개의 낱말 목록을 보여 준 뒤 최면을 걸었다. 최면 상태의 피실험자들에게 “깨어났을 때 붉은 테를 두른 낱말들이 제시되면 마치 이들 단어를 전에 본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해 줬다. 이어 최면에서 깨어난 피실험자들에게 녹색이나 붉은색 테를 두른 다른 24개의 낱말을 보여 주고 반응을 조사했다. 그러자 10명이 붉은색 테를 두른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 중 5명이 확실한 데자뷔를 느꼈다고 답했다는 것. 이는 지난달 2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4회 국제기억학회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은 마케팅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1940년대 개발된 승용차 ‘비틀’을 현대 감각으로 되살려 낸 폴크스바겐의 소형차 ‘뉴비틀’과 지난달 삼성전자가 내놓은 복고풍 디지털 카메라 ‘블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제품은 원래 제품을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은 젊은층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억이나 회상과는 다른 사고가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대 성영신 교수는 “기시감은 장소 사람 상황뿐 아니라 물건이나 상품에서도 경험하게 된다”며 “처음 보지만 왠지 예전부터 알고 있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최근 상품 디자인의 한 가지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Deja vu (데자뷔·기시감)::
‘전에도 꼭 같은 상황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뜻하는 프랑스어. 측두엽 간질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평범한 사람의 90%가량이 경험하기도 한다. 뇌의 신경세포나 전달물질의 이상 분비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일반적인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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